“충전을 하고 싶을 뿐인데” 수소차주들은 오늘도 전쟁 중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충전을 하고 싶을 뿐인데” 수소차주들은 오늘도 전쟁 중

    공급량이 수요 못 따라가⋯“수소 공급 트레일러 안 와”
    영업시간 전 대기, 이른 재고 소진 등 ‘수소충전 전쟁’
    평일에도 대기 2시간⋯속타는 수소차 차주들 불만 ‘폭주’

    • 입력 2022.07.20 00:00
    • 수정 2022.07.21 00:49
    • 기자명 진광찬 인턴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일 오후 4시쯤 방문한 춘천 동내면에 있는 수소충전소 모습. 영업시간이 2시간 정도 남았으나 수소차들이 몰려 수소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18일 오후 4시쯤 방문한 춘천 동내면에 있는 수소충전소 모습. 영업시간이 2시간 정도 남았으나 수소차들이 몰려 수소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18일 오후 춘천 동내면의 수소충전소. 아직 영업이 한창이어야 할 시간이지만, 수소 충전을 기다리는 차량은 한대도 없었다. 대신 ‘재고 소진’이라는 표지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날 이곳은 오전 8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1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차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영업 마감 2시간 전인 오후 4시쯤 이미 수소가 동났다.

    이후로도 충전소에 들른 수소차 차주들은 ‘재고 소진’ 표지판을 보고는 욕을 하며 돌아갔다. 한 차주는 “주행가능거리가 50km도 안 남았는데, 며칠째 충전을 못 하고 있다”며 말했다. 충전소 소장 천정호씨는 끊임없이 고객 전화를 받으며 “죄송합니다. 언제 다시 수소가 들어올지 알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춘천지역 수소차 차주들은 최근 매일같이 치열한 ‘수소충전 전쟁’을 벌인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춘천시 기후에너지과에 따르면 춘천 지역에 수소차 995대가 보급돼 있다. 그러나 최근 평균적으로 춘천 지역에 공급되는 수소량으로는 하루에 70~80대 정도밖에 충전할 수 없다. 이마저도 충전소에 수소가 들어오는 날에만 가능하다.

    수소차가 빠르게 늘면서 전국에서 수소 충전이 어렵지만 춘천 지역 상황은 특히나 심각하다. 강원도 전체에 수소를 생산하는 곳이 한 곳도 없어서다. 충남 당진 ‘부생수소 출하센터’에서 수소를 들여와야 하는데, 다른 지역과 나눠서 받다보니 매일 들여올 수가 없다. 유류값이 가파르게 올라 트레일러 차량 기사 수 자체도 줄었다. 천 소장은 “하루에 한 대라도 오면 다행”이라며 “최근에는 일주일에 4대 정도가 온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춘천휴게소 수소충전소 모습.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20대가 넘는 차들이 몰려 대기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19일 오후 춘천휴게소 수소충전소 모습.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20대가 넘는 차들이 몰려 대기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충전소에 수소 트레일러 차량이 들어오면 충전 대란이 시작된다. 트레일러 한 대에는 180~200kg의 수소가 실려 온다. 수소 승용차 ‘넥쏘’는 1대당 1회 평균 3~4kg의 수소를 충전한다. 수소 공급 트레일러 차량 1대로 넥쏘 차량 50대가 충전하면 수소가 바닥난다. 충전 시간도 내연기관 차량보다 배로 소요된다. 1시간당 6~7대 정도 충전이 가능하다. 대기 차량이 15대만 있어도 최소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춘천 내 수소충전소는 동내면과 춘천휴게소 두 곳뿐이다. 춘천휴게소 충전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날 춘천휴게소 충전소는 설비 정기점검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동내면 충전소의 수소가 동난 오후 4시 이후부터 춘천 일대에서 충전이 불가능했다는 말이다. 춘천에서 제일 가까운 타지역 충전소는 하남과 원주다. 19일도 동내 수소충전소는 ‘공급처 사정으로 수소 공급 트레일러 배차 없음’을 공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춘천지역 수소차 차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수소차 차주 이모(34)씨는 “평일에도 최소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그렇게 기다렸는데 충전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한탄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최근 춘천이나 동해안으로 놀러 온 피서객이 늘자 타지역 수소차들까지 춘천지역 수소충전소를 찾고 있어서다. 최모(42)씨는 “최근 주말에는 영업시간 2~3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차들도 있었다. 이제는 충전하기 위해 3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오는 8월부터 삼척에서 수소연료 생산 및 출하가 이뤄진다. 그곳에서는 1일 1000kg의 수소연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계속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천 소장은 “삼척에서도 수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춘천은 타지역보다 수소차가 많은 편이라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인턴기자 lightchan@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