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故 송해님,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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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故 송해님,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 입력 2022.06.15 00:00
    • 수정 2022.06.15 09:28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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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지난 8일 95세를 일기로 별세한 국민 MC 송해님에 대한 추모 열기는 범국민적이다. 사람들은 다들 “(송해 선생님)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십시오”라고 말하는 듯했다.

    송해님은 ‘전국노래자랑’을 34년간 진행해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기네스 세계기록 보유자다. 62세 때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아 34년간 진행했으니 가장 늦은 나이에 지상파 메인 MC를 맡아 가장 오랜 기간 마이크를 잡은 기록도 가지고 있다. 사망하기 불과 한 달 전까지도 ‘전국노래자랑’ 스튜디오 녹화에 참가했으니 이 또한 대단한 기록이다.

    1927년 황해도 재령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홀로 월남한 뒤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가수로 데뷔했다. 가수지만, 코미디, 연기, 만담, 무대 설치 등 모든 것을 해내는 ‘종합 엔터테이너’였다.

    70년대 들어 MBC ‘웃으면 복이 와요’ 등 지상파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송해님의 얼굴도 브라운관을 통해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구봉서에게는 존재감에서 밀렸고, 웃음을 자아내는 데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배삼룡이 최고였다. 쇼 MC는 영어까지 할 줄 아는 ‘후라이보이’ 곽규석이 독보적이었다. 후배인 ‘땅딸이’ 이기동도 코미디계에서는 무시할 수 없었다. 성대모사는 남보원과 백남봉이 특화돼 있었다.

    이 시절 송해님은 박시명과 함께 듀엣 콤비쇼를 펼쳤다. 당시 듀엣 만담이나 코미디는 홀쭉이(양석천)와 뚱뚱이(양훈), 남철-남성남이 활약해 송해-박시명이 확실한 주도권을 잡지는 못하고 지분을 나눠 갖고 있었다. 하지만 송-박 콤비는 서민적이고 좋은 인상을 줬고, 함께 한 박시명은 당시 일반인을 대변할 만한 서민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다.

    송해님은 인기 정상은 아니었지만, 묵묵히 자신의 직업을 수행해왔다. 그러다 62세 때인 1988년 ‘전국노래자랑’ MC 제의가 왔다. ‘전국노래자랑’이 이미 8년이나 방송되던 상황이었다. 안성기의 친형인 안인기 전 KBS PD가 낸 아이디어였다.

    안 전 PD는 “출연자가 60~70대가 나오면 젊은 MC들이 감당을 못해 송해님을 기용했더니 대성공했다”면서 “송해님은 재치, 순발력, 애드립 등 MC로서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말했다. 송해님과 함께 십수년간 전국을 누빈 신재동 ‘전국노래자랑’ 악단장도 “송해 선생님은 음악을 들을 줄 알고, 노래를 부를 줄 알고, 사회를 볼 줄 안다”고 했다.

    고인이 얼마나 서민과 함께 했는지는 돌아가시고 난 후를 보니 더욱 분명해진다. 고인의 사무실이 있는 종로구 낙원동에는 송해님 흉상이 두 개나 있다. 많은 사람이 아직까지도 그곳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딸과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출퇴근은 자가용이 아닌 지하철 3호선을 주로 이용했으며 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걸 즐겼다.

    나는 평소 고인의 이런 모습이 ‘전국노래자랑’에서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하는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긴장을 풀어줘 숨겨둔 장기가 술술 풀려 나오게 하는 마법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한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이거야말로 따뜻하면서도 수평적인 소통이다.

    모든 사람이 “큰형”이나 “오빠” “아버지”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송해님이다. KBS 예능 ‘나를 돌아봐’에서 자신의 매니저로 나온 조우종 아나운서도 송해님을 “해형!”이라고 불렀다.

    송해님은 친근하고 유쾌하다. 남을 웃기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의식도 대단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고인의 직업의식이 사람들에게 낙천적, 긍정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주입시켰다. 대단한 가치를 만들어내신 분이다. 그의 모습은 웃음을 넘어 우리 사회가 바이러스처럼 확산시킬 만한 콘텐츠였다.

    고인이 돌아가신 후 코미디언은 물론이고 가수, 방송인 등 고인에게 용돈을 받았다는 후배들의 미담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고인은 생전 상조회사 모델은 했지만, 정작 가입이 돼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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