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하는 과정에서 삿대질하다가 상대방에게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을 정도의 상처를 입혔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판결이 최근 춘천지법에서 나왔다.
춘천시민 A(82)씨는 지난 2020년 8월 오전 볼일이 있어 춘천시청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B(60)씨를 만났고,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얼굴을 향해 삿대질했는데, A씨의 손톱이 B씨의 코를 긁으면서 상처를 입혔다. B씨는 A씨를 상해죄 등으로 고소했다.
재판정에 선 A씨는 삿대질을 했을 뿐 B씨의 얼굴을 할퀴지는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3단독 정수영 부장판사는 “의사 소견에 따르면 B씨의 상처는 자연적으로 치유될 확률이 90% 수준”이라며 “하지만 염증 가능성이 있어 항생제 등을 처방한 점 등을 고려하면 상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다.
그는 “말다툼하는 과정에서 B씨의 코를 긁지 않았다”며 “설령 손이 B씨의 코에 닿았다고 해도 이는 삿대질하다가 벌어진 일일 뿐, 폭행의 고의는 없었다”며 1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2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1부 김청미 부장판사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7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원심의 형이 다소 무겁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의 증언과 병원의 진단서 등을 살펴봤을 때, A씨가 손톱으로 B씨의 코를 긁어서 상해를 입게 했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A씨가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와 그로 인한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비교적 가볍다”며 “양형 조건과 원심의 양형 이유를 대조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밝혔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