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을 지방의회가 뽑아?··· 공직사회·지역정가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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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장을 지방의회가 뽑아?··· 공직사회·지역정가 ‘술렁’

    행안부, 지자체장 간선제 포함한 특별법 추진
    “아직 의견수렴”··· 비판 여론에 일정 늦춘 듯
    춘천시·춘천시의회 “주민 의견수렴부터 해야”
    이상민 의원 “지방의원 능력·지식 향상이 우선”

    • 입력 2022.02.26 00:01
    • 수정 2022.03.01 00:03
    • 기자명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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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지방자치단체장 간선제’가 정부 주도로 추진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뜬금없는 간선제 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장을 지방의회가 선출?··· 행안부 “지자체 의견수렴 단계”

    25일 MS투데이 취재결과,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기관 구성 형태 변경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당초 24일까지 모든 의견을 종합할 계획이었으나,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일정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역마다 각자 현안이 있다”며 “급하게 의견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청사. (사진=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청사. (사진=연합뉴스)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주민 직접 투표로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직선제 방식에 3가지 방안을 추가하는 것이다. 주민이 희망하면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바꿔 지자체별 기관 구성을 다양화한다는 취지다.

    첫 번째는 지방의회가 투표권을 갖고 지방의원을 제외한 지원자 중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방안이다. 지방의회가 전문행정가·경영인 등을 집행기관의 장으로 선임하는 미국의 ‘책임행정관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지방의회가 지방의원 중에서 지자체장을 뽑는 방안이다. 선출된 지자체장은 지방의원 중 일부를 집행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을 함께 운영하는 영국의 ‘리더-내각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세 번째는 주민 직선을 유지하되 부단체장이나 산하 기관장을 임명할 때 지방의회의 인사청문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다. 지자체장의 권한이 지방의회, 합의제 행정기관 등으로 분산된 일본과 비슷한 형태다.

    행안부는 특별법을 제정해 현행 직선제 방식을 바꾸기 원하는 지역에서 이 중 1가지 방안을 선택해 주민투표로 결정하게 할 계획이다.

    ▶춘천시·춘천시의회 “주민 의견수렴이 먼저 아닌가”

    행안부의 특별법 검토에 대해 춘천시와 춘천시의회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기관은 간선제를 논의하기 전에 주민 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춘천시청(왼쪽)과 춘천시의회(오른쪽).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청(왼쪽)과 춘천시의회(오른쪽).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특별법은) 현재의 집행부, 의회, 정치구조를 다 바꾼다는 내용”이라며 “부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끝낼 수준의 사안이 아니므로 시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선거철이라 오해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며 “6월 지방선거까지 끝나면 공론화를 통해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을 잡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경옥(국민의힘) 춘천시의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주민자치와 직결된 내용으로 주민 의견수렴도 필요한데, 벌써 입법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와닿지 않는다. 간선제는 주민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희(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지방자치분권 확대의 일환으로 지자체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하자는 것인데, 지방자치분권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아직 지자체장 간선제는 조금 더 성숙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양욱(민주당) 시의원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지방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지방의회는 지자체를 견제하는 입장을 가져야 하는 엄연히 정체성이 다른 기구다. 의회의 다양성에도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의원들의 능력과 지식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춘천시장 입후보예정자인 이상민(국민의힘) 시의원은 “지자체장 권한이 막강하니까 권한 일부를 의회에 넘긴다는 취지는 알겠는데, 의원들이 그만큼의 능력과 지식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현재로서 (간선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선제 논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행안부는 지난 201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계획을 발표하며 지자체 구성 형태 다양화를 거론했다. 당시 행안부는 “지자체장 중심형으로 획일화된 지자체 형태를 인구·재정여건 등에 따라 주민투표로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민의 자치 조직권을 보장한다”며 △지자체장 중심형(현행) △지자체장 권한 분산형 △책임행정관형 △위원회형 등을 기관 구성 형태 예시로 들었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 발표한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계획’ 중 일부 발췌. (자료=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가 2018년 발표한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계획’ 중 일부 발췌. (자료=행정안전부)

    전문가들은 지자체 기관 구성 다양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2020년 발표한 ‘지방자치 정책브리프’를 통해 “지자체 기관 구성 다양화는 주민투표를 통한 기관 구성 형태의 선택으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화된다”며 “지자체장의 과도한 권한집중을 개선해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을 도모한다”고 설명했다.

    또 “획일화된 지자체 기관 구성 형태를 벗어나 지역별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고, 탄력적인 행정운영이 가능하다”며 “지자체 운영 효율성 제고 및 경제적·행정적 차원의 비용 절감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이미 지자체의 기관 구성 다양화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대도시는 기관대립형을 선호하고 있으며, 기관통합형을 채택하면 책임행정관을 둬 전문성을 보강하도록 하고 있다. 소도시는 기관통합형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

    영국은 의회 중심의 기관 구성만으로는 리더십의 부족과 지역발전의 계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방정부법 제정을 통해 기관 구성 다양화를 법제화했다. △시장-내각형 △리더-내각형 △위원회형 △내무장관으로부터 승인받은 기타 협약 중 하나를 주민투표를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연구원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지자체 기관 구성 다양화 방안 모색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새롭게 제시되는 지자체 기관 구성 모델에 대한 심층적인 해외사례 연구, 다양한 상황에 대한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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