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자영업자, 눈물 흘리게 한 ‘먹튀’ vs 눈물 닦아준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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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자영업자, 눈물 흘리게 한 ‘먹튀’ vs 눈물 닦아준 ‘시민’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먹튀 사기 ‘이중고’
    춘천 자영업자,‘코로나19 블루 동병상련’ 응원

    • 입력 2021.12.28 17:00
    • 수정 2021.12.30 00:08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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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대학교 후문 인근에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MS투데이DB)
    강원대학교 후문 인근에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MS투데이DB)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다. 춘천 자영업자를 울린 양심 팔이 먹튀 범의 소식은 코로나의 ‘또 다른 그늘’이다. 반면 또 다른 시민은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에게 따뜻한 음식 한 끼로 코로나19 블루의 파고를 헤쳐나가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실천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춘천 자영업자가 흘린 억울한 눈물과 감동의 눈물을 소개한다. <편집자>

    ▶자영업자 울린 먹튀 범, 생업 바빠 신고는 ‘언감생심’

    강원대학교 후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수연(가명)씨 부부는 계산대 앞에 붙여둔 한 장의 영수증만 보면 가슴이 아프다. 

    이는 매장에서 파는 가장 비싼 음식에 추가 메뉴까지 더해 3만7000원이라는 적지 않는 가격이 찍힌 영수증이지만, 음식값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배달해주면 집에서 카드로 결제하겠다던 손님 A씨는 배달 기사가 출발한 직후 식당으로 전화해 결제방식을 계좌이체로 변경하겠다고 요청했다. 박씨는 A씨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고 있어 ‘사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5개월째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박씨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장사가 잘 안 되는데 이런 일까지 당하니까 정말 허탈하다”며 “적다면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기당한 것이 억울해 꼭 받아내고 싶어서 영수증을 계산대 앞에 붙여뒀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강원대 후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는 결제를 하지 않는 이른바 ‘먹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영업자를 두 번 울리고 있는 셈이다.

    효자동에서 배달전문점을 하는 30대 청년 사업가 김동연(가명)씨도 박씨에게 사기를 친 손님 A씨에게 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당했다. 

    김씨는 “카드결제로 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카드를 잃어버렸다면서 계좌이체로 결제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이미 조리한 음식을 다시 가지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 믿고 배달했는데, 돈을 보내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와 박씨가 같은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춘천의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본 이후다. 

    자신을 중식당 사장이라고 밝힌 이명현(가명)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먹튀 사기를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했고, 이를 본 이들이 서로 연락을 하면서 피해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김씨는 “제가 받지 못한 돈은 1만8000원 정도의 소액이라서 그냥 넘어갈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인근의 다른 자영업자들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며 “경찰에 사기죄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주소와 연락처를 알고 있어 A씨가 쉽게 잡힐 줄 알았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그는 “경찰은 A씨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며 “A씨의 부모도 아들에게 연락이 안 된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피해를 본 다른 자영업자들도 적극적으로 신고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A씨에게 피해를 본 박씨 등 다른 자영업자들은 경찰에 피해 신고를 하지 못했다”면서 “새벽까지 장사하고 오후에 일어나 장사 준비하다 보면 경찰서에 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며 “혹시나 같은 방식의 범죄를 계획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만둬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춘천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은 A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28일 춘천 한 음식점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28일 춘천 한 음식점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자영업자 눈물 닦아준 ‘동병상련’의 마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칼국수 100인분을 무료로 드립니다.”

    최근 거리 두기 강화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춘천의 한 식당에서 이들에게 칼국수 100인분을 ‘무료’로 제공해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MS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 시내 A 식당은 28일 점심시간(낮 12시~오후 5시) 동안 지역 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칼국수 100인분을 무료 제공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로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춘천 한 음식점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했다. 사진은 SNS에 올라온 점심 무료나눔 갈무리. (그래픽=SNS 갈무리)
    28일 춘천 한 음식점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래픽=SNS 갈무리)

    이날 본지 취재진이 직접 해당 식당을 방문한 결과, 이날은 A 식당의 정기 휴무일이었음에도 무료 칼국수 제공을 위해 주방에서는 바쁜 손놀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하려는 것일까. 식당 주인은 본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절했다.

    이같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무료 나눔 행사를 기획한 A 식당에 대해 시민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 B씨는 “본인들도 힘드실 텐데 너무 멋지다”며 응원의 뜻을 밝혔다. 이어 C씨도 “너무 좋은 일 하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배상철·정원일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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