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한 식당서 회식 중 12차례 걸쳐 직장 동료의 뺨 때린 30대 무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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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한 식당서 회식 중 12차례 걸쳐 직장 동료의 뺨 때린 30대 무죄…왜?

    피해자, 업무부담 호소하며 보직이동 요청
    눈물흘렸다며 손바닥으로 뺨 때린 혐의받아
    재판부 “유일한 증거인 진술, 신빙성 낮아”

    • 입력 2021.12.21 00:01
    • 수정 2021.12.23 00:10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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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식 도중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직장동료의 뺨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은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회식 도중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직장동료의 뺨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은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에서 회식 도중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직장 동료의 뺨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은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유죄로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MS투데이 취재 결과, A(36)씨는 지난해 4월 1일 춘천의 한 식당에서 직장 동료인 B(32)씨 등 일행과 회식을 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B씨는 업무부담을 호소하면서 보직 이동을 요청했다. 

    A씨는 눈물을 흘린다는 이유로 B씨의 뺨을 손바닥으로 때리고, 회식이 끝날 때쯤 식당 밖에서 재차 B씨의 뺨을 재차 때리며 폭행했다.

    검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기소했지만, A씨는 경찰 수사를 받을 때부터 일관되게 B씨를 폭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B씨를 폭행했다는 증거는 피해자인 B씨의 진술이 유일했다. B씨는 A씨가 식당에서 양손으로 뺨을 6회 때렸고, 식당 밖에서 양손으로 다시 6회가량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1단독 장태영 부장판사는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에 해당하는 B씨의 진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은 물론 객관적인 정황, 논리와 경험칙에 비춰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하지만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유일한 직접증거인 B씨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B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아진 이유는 당시 회식에 동석한 이들의 증언과 엇갈리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식당에는 A씨와 B씨 이외에도 팀장과 센터장이 있었다. 이들은 조사에서 A씨의 폭행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직장에서 퇴사한 B씨보다 근무 중인 A씨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려는 유인이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법관의 앞에서 선서한 후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의 일관된 진술을 쉽사리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B씨의 진술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B씨는 검찰 조사와 첫 공판에서는 팀장과 센터장이 폭행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지만, 이후에는 이들이 폭행을 목격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A씨의 안경에 집중했다.

    당시 A씨는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12회가량의 폭행이 있었다면 A씨의 안경이 흔들리거나 벗겨지면서 바닥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는데, B씨의 진술에 안경에 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또 B씨는 A씨가 사건 당시 안경을 쓰지 않았다고 진술했는데, 비슷한 시기 촬영된 사진에서 A씨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점도 B씨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재판부는 “사건의 합리적인 진행 경과나 사건의 특유한 내용과 관련해 포함됐어야 할 중요한 정보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는 요소가 된다”며 “나머지 증거를 모두 종합해도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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