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국 큐레이터의 춘천 ‘강아지숲 박물관’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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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현국 큐레이터의 춘천 ‘강아지숲 박물관’ 예찬론

    예비·비반려인도 함께 즐기는 박물관
    ‘반려견 지식’ ‘인간과의 관계’ 탐구
    “‘강아지 안 키울래’ 생각한다면 성공”

    • 입력 2021.12.08 00:01
    • 수정 2021.12.08 13:57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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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숲 박물관 전경. (사진=강아지숲)
    강아지숲 박물관 전경. (사진=강아지숲)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신라 경문왕 시절의 설화다. 귀가 길어지던 왕의 복두를 만들던 복두장이는 답답함을 참다 못해 대나무숲에서 비밀을 털어놓았다. 현대인들은 ‘대나무숲’이라 불리는 커뮤니티를 통해 저마다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도 고민과 비밀을 털어놓을 공간을 갈구한다. 과거에도, 현재도 이야기를 들어줄 대나무숲은 너무나 필요한 공간이다.

    강아지는 어떨까?

    강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테마파크 ‘강아지숲’이 지난 4월 춘천 남산면에 마련됐다. ‘강아지숲’은 개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5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하지만 강아지숲에도 반려동물의 출입이 제한된 곳이 있다. ‘강아지숲 박물관’이다. 심지어 배현국(36) 박물관 큐레이터는 “관람객이 ‘강아지 안 키울래’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강아지숲 박물관은 어떤 곳일까?

     

    배현국 강아지숲 박물관 큐레이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배현국 강아지숲 박물관 큐레이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개와 인간의 아름다운 동행

    “강아지 반려인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박물관을 만들지도 않았을 겁니다.”

    강아지숲 박물관의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를 담당하는 배 큐레이터는 국내 유일의 반려견 박물관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한 창단 멤버다.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원주의 ‘뮤지엄 산’과 평창군 문화예술재단에서 전시기획 전문 학예사로 경력을 쌓았다.

    박물관은 ‘산업은 발전하는데 문화도 함께 발전하고 있나?’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312만9000 반려가구 시대(통계청 2020년 기준)에 반려견을 위한 시설은 다양해지고 그에 발맞춰 비즈니스는 고도화되고 있다. 하지만 반려인, 예비반려인, 비반려인이 모여 반려견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강아지숲 박물관 상설전시실. (사진=조아서 기자)
    강아지숲 박물관 상설전시실. (사진=조아서 기자)

    “단순하게 역사를 훑는 박물관이 아니라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이야기를 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공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반려견 문화라는 건 어느 정도의 교육이 뒷받침되고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개와 인간의 소통과 공존에 대한 전시를 관람하며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인간과 개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설전시실은 관람객들의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했다. 터치스크린, 움직이는 블록, 영상관 등 ICT와 결합해 관람객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디지털 박물관을 구현했다.

    ▶누구나에게나 열린 전시공간

     

    정재우 작가의 ‘나에게, 너는’ 기획전시가 박물관 1층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정재우 작가의 ‘나에게, 너는’ 기획전시가 박물관 1층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박물관 1층에서 열리는 기획전시는 반려동물 이슈나 재미있는 스토리 구성에 집중한다. 궁극적으로는 관람객의 참여를 끌어내는 공간이다.

    “특히 내년에 준비하는 전시들 대부분은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전시로 구성될 거예요.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를 던지는 체험형 전시들이죠. 조형, 유화 등 전통적인 미술 작업을 소개했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일러스트, 동화책 등 장르를 확장할 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춘천 작가들과도 협업할 수 있고요. 캠페인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문화교육시설로 계획된 강아지숲 박물관은 공간 특성에 맞게 강아지 출입을 제한한다. 방문객이 전시에 집중하고 예비반려인과 비반려인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대신 강아지 동반 고객을 위한 ‘강아지 대기실’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 목표는 반려인보다 비반려인이 더 많이 오게 하는 겁니다. 이곳에서 반려인은 반려견 입장에서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합니다. 예비반려인과 비반려인은 강아지를 입양하고 키우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는 일인지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관람객들이 ‘강아지 안 키울래’라고 생각했으면 성공입니다.(웃음)”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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