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에 배정한 무계획 뭉칫돈, 혈세 낭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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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급 학교에 배정한 무계획 뭉칫돈, 혈세 낭비 우려

    '지능형 과학실' 구축 위해 각 학교 5000만원 배정
    세부 운영 지침과 미소진 예산 반납 안내 등 없어
    '지능형 과학실' 구축 후 활용방안도 과제로 남아

    • 입력 2021.10.28 00:01
    • 수정 2021.10.29 13:44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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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교육청이 교육시설 개선 등을 위해 일선 각급 학교에 대규모의 예산을 배정한 가운데 촉박한 사용기한과 구체적 사용 지침도 없어 혈세 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춘천 모 초등학교 과학실무사 A씨는 ‘지능형 과학실’ 구축 명목으로 도교육청이 학교에 배정한 예산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현장 업무를 발목 잡고 있다는 내용을 MS투데이에 제보했다.

    A씨는 “기존 과학실을 지능형 과학실로 바꾸라고 갑자기 예산이 내려왔다”며 “과학 교사들도 지능형 과학실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내년 2월까지 예산을 전부 소진해야 하니 난처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부 집행 내역이나 예시도 없이 각 학교 사정에 맞춰 예산을 집행하라고만 해 의견이 다른 교사들 사이에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지 취재 결과, 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최근 추경을 통해 도내 초·중·고·특수학교 567곳(741실)을 ‘지능형 과학실’로 변경하기로 하고, 총사업비 370억 5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각급 학교당 5000만원 규모다.

     

    강원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도내 모든 학교에 '지능형 과학실'을 구축하기로 하고 각 학교에 예산을 배정했지만, 촉박한 사용기한과 부족한 세부지침으로 에산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교육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강원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도내 모든 학교에 '지능형 과학실'을 구축하기로 하고 각 학교에 예산을 배정했지만, 촉박한 사용기한과 부족한 세부지침으로 에산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교육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앞서 교육부는 지난 5월 ‘과학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까지 모든 학교에 ‘지능형 과학실’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능형 과학실이란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등 첨단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과학 탐구·실험 활동과 융합적 교육 활동이 가능한 온·오프라인의 과학실을 말한다.

    각급 학교에 비교적 큰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그 사용방법에 대한 안내는 부실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각 학교에 시설개선 등으로 예산이 배정되는 경우 예시와 세부 구매 권장 목록 등을 함께 전달해 일선 학교의 혼란을 최소화한다.

    ‘지능형 과학실’과 비슷한 시기에 추진된 ‘학교 디지털 스튜디오 구축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교육청은 도내 초·중등학교 83곳에 디지털 스튜디오를 구축하기로 하고 각 학교당 8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어 지난 17일 설명회를 열고 디지털 스튜디오 세부 구축방안을 설명했다.

    기존에 구축된 도교육청 디지털 스튜디오인 ‘학끼오 스튜디오’를 예시로 세부 장비 목록과 구매가격 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안내했다. 

    ‘지능형 과학실’도 지난 13~14일 2일간 설명회를 열었지만, 담당 교사들은 지능형 과학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부적인 구축 방향도 모호해 혼란만 가중했다는 지적이다.

    촉박한 사용기한과 일률적인 예산 배정으로 혈세 낭비의 우려도 제기됐다.
     
    ‘지능형 과학실’ 구축 예산은 각 학교의 상황이 다름에도 일률적으로 5000만원씩 배정됐다. 또 미소진 예산에 대한 반납 안내도 없이 내년 2월까지 모두 소진해야 한다.

    특히 인테리어 등 시설 공사와 장비 구매, 설치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번 학기 남은 2달여 안에 모든 계약절차를 끝내야 한다. 충분한 검토 없이 예산이 집행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구축된 시설의 추후활용방안도 과제로 남았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지능형 과학실’의 활용을 위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지능정보기술 기반의 가상 실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학습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활용할 담당 교사들은 ‘지능형 과학실’의 활용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춘천 모 중학교의 과학 교사 B(41·후평동)씨는 “사실 대부분의 과학 교사들도 ‘지능형 과학실’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며 “태블릿 등을 활용해 AR, VR로 과학실험을 한다고 하는데, 과학실험은 실험을 설계하고 실험도구를 직접 만지며 실제 실험을 진행해 보는 것이 더 교육적 효과가 높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추경을 통해 예산을 배정하느라 조금 늦은 면이 있다”며 “일선 학교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담당 교사들에 대한 연수 등을 꾸준히 실시하겠다”고 해명했다.

    [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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