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보면 춘천이 보인다] 하. 춘천 기업 '약진'...소비는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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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을 보면 춘천이 보인다] 하. 춘천 기업 '약진'...소비는 '부진'

    지난해 법인세 세수 23% 급락...춘천권은 30% 올랐다.
    춘천 바이오 기업의 '코로나 반사효과' 때문이란 분석
    부가가치세 세수도 급락, 도내 소비 심리 위축 방증

    • 입력 2021.10.25 00:01
    • 수정 2021.10.27 16:24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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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세청의 세수 총계가 코로나19가 여파로 크게 줄어든 가운데 춘천권역에서 징수된 법인세는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MS투데이가 2021년 국세통계 수시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세청이 전국에서 거둬들인 세수는 총 277조2753억원이다. 이는 2019년(259조3086억원)과 비교해 7조1373억원(2.5%) 가량이 감소한 수치다.

    세수의 감소세는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국세 수입도 해를 거듭하며 동반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징수한 세수 총액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효자 세목 ‘법인세’ 코로나 여파로 급감
    세목별로 살펴보면 국세 수입의 70%가량을 차지하는 ‘3대 세목’(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중 하나인 법인세의 급격한 감소가 눈에 띈다.

    법인세는 법인의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해 부과하는 조세로 ‘기업에 부과하는 소득세’로 통한다. 따라서 법인세 세수의 증감은 기업 소득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지난해 국세청이 징수한 법인세 총액은 55조5132억원으로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72조1743억)과 비교해 무려 16조6610억원(23.0%) 급락했다.

    강원지역과 경기지역 일부를 담당하는 중부지방국세청(이하 중부청)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법인세의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중부청이 징수한 법인세 규모는 2019년 21조8914억에서 2020년 9조4445억원으로 1년 새 12조4469억원(56.8%) 줄며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춘천 바이오기업 ‘코로나 효과’로 법인세↑
    반면, 전국적인 법인세 세수의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춘천권역의 법인세 징수액은 눈에 띄게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부청 담당 세무서 중 춘천권역(화천·양구 포함)을 담당하는 춘천세무서의 법인세 징수액은 지난해 905억5200만원으로 2019년(696억7800만원) 대비 209억7400만원(30.1%) 늘어났다. 같은 기간 법인세 세수가 전년 대비 83.9% 급락한 원주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법인세 징수액 증감 추이(그래픽=박지영 기자)
    법인세 징수액 증감 추이(그래픽=박지영 기자)

    지난해 춘천권의 법인세 세수가 전국 추세를 거스르고 상승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는 춘천의 지역 전략산업인 바이오기업들의 실적 호조다.

    코로나19 여파로 바이오 시장이 커지면서 춘천지역 기업들이 반사효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본지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활용해 춘천 바이오기업들의 법인세비용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춘천의 코스닥 상장사인 체외 진단제품 개발기업 바디텍메드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660억1626만원을 기록했다. 2019년(150억1520만원)과 비교해 339% 급증한 수치다,

    동시에 법인세비용은 2019년 11억8245만원에서 2020년 106억8001만원(903.2%) 올라 118억6246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1년 동안 법인세비용만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에 대해 나덕승 바디텍메드 재무·IR 팀장은 “지난해 법인세비용이 급증한 주요 요인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회사의 이익 규모가 상당히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체외 진단제품 개발기업 바디텍메드 전경(사진=MS투데이DB)
    체외 진단제품 개발기업 바디텍메드 전경(사진=MS투데이DB)

    춘천에 있는 또 다른 바이오 상장사인 보툴리눔 톡신 기업 휴젤도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휴젤은 2020년 780억5979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019년(680억8669만원)과 비교해 99억7310만원(14.6%) 더 많은 이익을 거뒀다.

    이에 따라 지난해 휴젤의 법인세비용은 2019년(194억4749만원) 대비 23.5% 더 높아진 240억2141만원으로 집계됐다.

    ▶‘소비 지표’ 부가가치세...6조원 줄어
    법인세가 ‘소득’과 관련된 세금이라면 부가가치세는(VAT) ‘소비’에 붙는 세금이다.

    일상 속 영수증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가가치세는 상품 가액의 10%로 상품의 최종가격에 이미 포함돼있기 때문에 나이, 소득과 상관없이 전 국민이 부담한다는 특징이 있다.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걸쳐 과세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징수액은 국민의 소비심리를 반영하는 지표로도 활용한다.

    지난해 국세청이 거둔 전국 부가가치세 총액은 64조8829억원으로 전년(70조8282억원) 대비 5조9453억원(8.3%)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줄고 내수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된 것이 세수로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본지가 한국관광 데이터 랩의 자료를 통해 도내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소비 지출액(비씨카드 기준)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9760억2152만원으로 2019년(1조1109억2265만원) 대비 1349억113만원(1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지역 내 부가가치세 세수의 변화에서도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엿볼 수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강원지역을 담당하는 도내 7개 세무서(춘천·삼척·홍천·원주·영월·강릉·속초) 중 지난해 부가가치세 징수액이 2019년과 비교해 증가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춘천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국세청이 춘천세무서를 통해 징수한 부가가치세 세수는 1804억4800만원으로 집계되며, 전년(1960억3100만원) 대비 7.9% 하락했다.

    춘천 명동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김모(59) 씨는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관광객들이 사라지면서 명동 거리가 눈에 띄게 한산해지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문을 닫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끝>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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