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정치인과 기저귀는 자주 갈아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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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정치인과 기저귀는 자주 갈아줄수록 좋다

    • 입력 2020.04.07 07:00
    • 수정 2020.04.07 10:41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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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선거는 민주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실현수단이다. 선거는 어제의 다수를 오늘의 소수로, 또 오늘의 소수를 내일의 다수로 만드는 수단이다. 이는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하면서,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준다.

    4.15 총선이 코앞에 놓여 있다. 지난 정부를 중도하차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킨 지 벌써 3년이나 됐다. 국민 다수가 지난 정부에 대해 “이게 나라냐”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환상을 가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했던 환상은 환멸로 변했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그럼 이 건 나라냐”는 환멸을 느낀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갑자기 사라진 말이 적폐다. 청산이 이뤄져서라기보다 지난 정부를 경멸하던 자들이 똑같이, 아니 더 심한 모습의 자신을 발견해서인지는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는 운이 좋다. 4.15 총선에서 죽을 쑬 것으로 보였는데 코로나가 살렸다. 경제 실정, 국민분열, 북한 문제, 울산 선거개입도 오만과 고집도 모두 덮였다. 코로나가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다. 그러면서 지지는 올랐다. 세계에서 칭찬이 쇄도한다. 표정 관리가 어려울 정도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큰 공은 당연히 우수한 의료진과 그들의 헌신 그리고 확고한 의료시스템이다. 유능한 의료 인재들 덕분에, 뛰어난 진단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과 치료가 가능했고, 민간병원에 의존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전 국민 건강보험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 더해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어 가능했다. 그런데 그 공이 다른 사람의 것이 됐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닌 듯한데, 자기 복이면 당해낼 수 없다.

    이번 총선 결과가 특별히 궁금해지는 이유다. 보수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지지자가 많은 것에 경악한다. 반면 진보에서는 아직도 보수를 지지하는 자가 많은 데 분노한다. 중도 입장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지지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에 절망한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중도에 속한 표심이 어떻게 움직이냐에 달렸다고 본다. 즉 최순실 사태로 이탈한 중도보수가 조국 사태로 얼마나 복원되느냐 아울러 조국 사태에 실망한 중도진보가 어느 정도로 돌아서느냐에 달렸다.

    물론 어느 쪽을 선택해도 똑같다고 느끼는 집단도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은 정권을 바꿨는데도 바뀐 것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취업, 인사, 입시, 부동산 등에서 반칙과 특권이 여전하다. 세대교체도 요원하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투표해서 자신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

    대의기구는 언제나 국민의 축소판이어야 한다. 지도가 산과 계곡, 강과 호수를 정확히 표시하듯, 의회는 원본에 정확히 비례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비례대표제는 다수대표제에 비해 원본에 충실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당제의 폐해와 결부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다수대표제는 강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정의와 부닥치지만 거대한 양당이 존재함으로써 정국의 안정을 기할 수 있다는 역설적 장점을 지닌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장 우수한 정치제도는 없다. 그것이 정부 형태가 됐건 선거제도가 됐건 국가가 선택해서 다듬고 맞게 고쳐가면서 적응해갈 수밖에 없다. 필자는 대통령제와 다수대표제를 선호하며, 양당제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독일식 비례대표라면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원래 연동형제도란 ‘소선거구–다수대표제’로는 소수 정당에게 정당 지지율만큼 득표가 가지 않는 것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소선거구제란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의원을 선출하며, 다수대표제란 1등만이 당선되는 제도다. 준연동형으로 부르는 이유는 그나마 연동도 제대로 시키지 못해서 불려진 것인데, 그 준연동마저도 민주당과 통합당이 무시하고 있어 쓰레기라는 것이다. 지금의 비례위성정당은 선거용 ‘떴다방’ 정당에 불과하다. 군소정당의 사표방지라는 나름의 개혁 명분마저 걷어찼다. 비례위성정당으로 발생할 각종 선거법 위반논쟁에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하고 아프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심장부에 위치하는 것으로 과거를 제재하며 미래를 선택한다. 선거 없는 민주는 성립될 수 없지만, 선거참여 없이 민주의 완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정당은 선거승리를 위해 좋은 상품보다 팔리기 쉬운 상품을 내놓게 된다.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이면 질 나쁜 상품을 고가로 사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까지의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포함해 코로나 위기 이후에 다가올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누가 잘 극복해낼 수 있는가를 감안해 선택해야 한다. 정치인과 기저귀는 자주 갈아줄수록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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