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분의 글소리] 소양7교와 세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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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분의 글소리] 소양7교와 세월교

    김금분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

    • 입력 2020.03.18 00:0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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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분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
    김금분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

    춘천 소양교는 일련번호로 매겨져 있다. 한국 전쟁의 산증인이기도 한 소양1교를 시작으로 2019년 개통한 소양7교 까지 걸맞은 이름이나 지명보다는 건설된 순서대로 불리고 있다.

    소양1교를 자세히 보면 다릿발에 춘천대첩의 대격전을 치룬 총탄 흔적이 남아있어서 일명 곰보 다리로 명명하기도 한다.
     
    소양2교 역시 육이오 전쟁 중에 스무엿새 만에 완공된 나무다리가 그 전신이다. 치열했던 북한땅 청천강 군우리 전투에서 밀려온 미 제9군단 병력이 긴박하게 건설하고, 전쟁 통에도 소양2교 준공식이 열렸다.

    군우리 전투에서 전사한 토니 대령을 추모하는 비석도 다리 교각에 세웠다. 지금의 우아한 아치형 모습으로 변하는 동안 그 비석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을 만큼 밀쳐져 있었고, 2014년 10월 16일에서야 강원도와 군부대에서 주선해 소양강 처녀상 옆으로 기념비 조성식을 갖고 이전했다. 이 소양2교 역시 일명 포니 브리지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세월교 바로 옆으로 소양7교가 완공됐다. 원주국토 관리청에서 신북 지역 하천 환경 개선 사업을 하면서 신축 계획을 세운 것이다. 당시 세월교는 하천 통수를 방해하는 면이 있어서 철거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세웠다. 춘천시민 대다수는 존치를 요구했으며, 다행히 현재는 통행만 제한하고 옛 정취를 간직한 채 주눅 들어있는 모습이다.

    세월교는 1967년에 세워진 다리로 소양댐이 건설될 당시 공사용 가도로 설치됐다. 댐 공사 자재를 운반하고 공사판 인부들도 그 다리를 건너다녔다. 댐 사면으로부터 2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서 홍수 조절을 위해 댐 수문이 열리면 물이 교량을 넘친다고 세월교(洗越橋)라 하고, 콘크리트 노면 밑에 놓인 원형관이 콧구멍을 닮아 콧구멍 다리로 불리기도 한다. 동양 최대의 사력댐이 완공된 후 세월교는 근대 산업의 유산이고 춘천의 자랑거리로 자리매김했다.

    토목건설과 문화가 융합되는 춘천의 명소가 바로 세월교다. 장마철에 물이 넘칠 때는 통행이 중단되는 잠수교 역할을 하고 춘천의 낭만적 자산인 안개 공장이기도 한 곳이다. 소양댐에서 물을 방류할 때 발생하는 냉기로 한여름에는 그 일대가 최고의 피서지로 꼽히기도 했다. 

    위용을 뽐내는 소양7교 아래 낡고 초라하고 볼품없는 모양새로 방치되고 있는 세월교에 춘천의 문화 역사를 입히고 싶다. 강촌 출렁다리의 성급한 철거로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소양1교 역시 철거 논란이 있었으나 역사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존치하고 있음을 상기해본다. 

    동네 이야기꾼 같은 세월교!

    수많은 세월의 발자국을 돌아보며 그 시절 그리움을 살려내고 귀 기울일 만한 아이템이 입혀지기를 바란다. 작은 것에 집중하고 오래된 것에 생기를 불어넣는 창의력이 절대 경쟁력이라 믿는다.

    유연한 대안으로 세월교의 운치를 춘천시민과 관광객에게 안겨줄 노력을 하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유명한 시 한 구절에 반해서 그 다리를 일부러 찾아간다는 곳,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다리 한 구절로 인해 프랑스 세느강과 에펠탑은 오늘도 전 세계 여행객들 가슴에 감성을 채워주고 있다.

    근대산업유산이면서 정신문화유산이기도 한 세월교 역시 춘천의 감성 자산이다. 소양7교 완공으로 세월교의 용도는 필요조건에서 조금 멀어지기는 했지만 춘천시민의 애환과 낭만의 역사물로써 존재감을 돋보여야 한다.

    지금 세월교는 아주 왜소해 보일 뿐이다. 강제 철거의 으름장을 거두고 소양댐 아래 첫 다리,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놓여있는 신식 소양7교와 낡고 초라한 구식 세월교의 아름다운 조화를 엮어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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