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잡았다”⋯다방 여주인 살해하고 몸에 설탕 뿌린 범인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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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만에 잡았다”⋯다방 여주인 살해하고 몸에 설탕 뿌린 범인 검거

    • 입력 2024.01.04 18:00
    • 기자명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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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B씨가 살인을 저지른 다방. (사진=울산경찰청)
    지난 2012년 B씨가 살인을 저지른 울산의 한 다방. (사진=울산경찰청)

     

    울산에서 다방 여주인을 살해하고 도주한 범인이 12년 만에 붙잡혔다. 발전한 유전자(DNA) 감식 기술이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울산경찰청은 울산 남구 신정동의 한 다방에서 여주인 A(사건 당시 55)씨를 살해한 피의자 B(55)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B씨는 지난 2012년 1월 9일 밤 술에 취해 다방에 들어가 A씨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옷이 벗겨진 채 목 졸린 흔적도 남아 있었다. 심지어 A씨 몸 위에는 설탕도 뿌려져 있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해 다방 출입자와 인근 인력사무소, 가게 관계자 등 목격자, 전과자 등 관계인 500여명을 수사하고, 폐쇄회로(CCTV)와 통신기지국 자료 분석, 현장 감식 등에 나섰다.

    그러나 범인을 특정할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9년 10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달된 유전자 증폭 기술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사건 당시 A씨 손톱에서는 범인에게 저항하던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DNA가 발견됐다. 남녀의 유전자가 섞인 ‘혼합 유전자’로, 소량만 발견돼 당시 기술로는 피의자 것만 따로 추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구원이 유전자를 분리해 내는 데 성공하면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를 찾아냈고, 그간 모아둔 데이터베이스에서 이와 일치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B씨가 저지른 또 다른 범죄 덕분이었다. 그는 지난 2013년 1월에도 울산의 다른 다방 여주인을 재떨이로 폭행해 2년간 징역살이를 했다. 당시 B씨의 유전자가 국과수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됐다.

    그러나 유전자만으로 B씨의 범행을 밝힐 수는 없었다. 울산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유전자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B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인근 다방 주인 등 사건 관계인 300여명과 B씨가 다녀간 행선지 500여 곳을 탐문 수사했다. 6개 시도 경찰청이 공동으로 범죄 분석에 들어갔고, 법의학 전문가를 대상으로 감정의뢰도 했다.

    그 과정에서 B씨가 당시 사건 현장에 갔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엔 B씨가 주변 여관과 다방들을 자주 찾았는데 사건 이후 발길이 끊겼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B씨는 처음 경찰 조사에선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화성 연쇄 살인사건’과 ‘인천 택시강도 살인사건’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심리적으로 압박, 회유하면서 태도가 바뀌었고,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범행 당시 A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나를 경멸하는 것 같고 모욕감을 느껴 홧김에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B씨는 12년 만에 발전된 유전자 감식 기술로 검거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박준용 기자 jypar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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