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인 유학생 싫다"...대학가 원룸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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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중국인 유학생 싫다"...대학가 원룸촌 긴장

    다음주 강원대, 한림대 중국유학생 대거 입국
    기숙사 밖 자취 중국 유학생 통제 방안 '전무'
    개별입국 후 방 구하러 활보하는 유학생도
    인근 부동산중개업자, 임대업자도 '긴장'
    "학교, 지자체 정확한 정보 알려야" 촉구

    • 입력 2020.02.19 07:32
    • 수정 2020.02.20 07:37
    • 기자명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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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한 대학 원룸촌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 10일 식은땀 나는 경험을 했다. 방을 보러 온 중국인 유학생이 기숙사 자가격리 입소 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원룸을 알선해준 것. A씨는 처음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우려 때문에 꺼림칙했지만 이미 유학생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것은 자가격리 등 조치가 끝난 상태라고 생각해 방을 소개하고 계약까지 마쳤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입주날짜를 조율하던 중 해당 학생은 그제서야 "2주 동안 기숙사에서 자가격리를 해야한다"고 털어놨다. 알고보니 이 유학생은 이날 입국 후 당일 기숙사 자가격리 입소 직전 방을 구하러 온 것이었다. A씨는 "당연히 학교 측의 조치나 통제가 이뤄진 후라고 판단해서 방을 알선했다"며 "앞으로 중국인 유학생이 방을 찾으러 오면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3월 개강을 앞두고 당장 다음주부터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하는 가운데 춘천 대학가 인근 부동산 업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강원대 인근 원룸 일대.
    3월 개강을 앞두고 당장 다음주부터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하는 가운데 춘천 대학가 인근 부동산 업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강원대 인근 원룸 일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대학 개강을 앞두고 춘천 대학가 인근 원룸촌과 상권이 긴장하고 있다. 당장 다음주부터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하는데다 학교 통제 밖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벌써부터 방을 구하러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숙사 밖 유학생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는 원룸 업주들과 부동산중개업자들은 학교나 지자체에 철저한 유학생 관리와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18일 오전 춘천 강원대학교 원룸촌 일대는 막바지 입주 학생을 받기 위해 원룸마다 전단이 붙어있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도 월세 정보를 게재하고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인들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인 유학생에게 원룸 알선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부동산 중개인 B씨는 "개강이 임박했어도 오래된 원룸들은 공실이 많은 상태라 뒤늦게 오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알선하고 싶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꺼리게 된다"며 "원래 원룸주들은 소음 문제로 유학생 받기를 꺼려하는데 최근 그런 분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원룸주 C씨는 "최근 학부모로부터 '중국인 유학생이 원룸에 사느냐'고 문의가 온 적이 있다"며 "물론 학교에서 조치를 하겠지만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유학생들은 개별입국 후 자가격리 입소 직전 방을 구하러 다니는 것이 확인되는 등 원룸촌 일대가 긴장하고 있다. 

    한림대 인근 원룸촌도 마찬가지. 부동산중개인 김모(50)씨는 "원룸주들이 공실로 남겨놓더라도 중국인유학생을 받고싶어하지 않는다"며 "혹시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중대한 피해를 입게되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축 원룸이 아닌 오래된 원룸이나 자취방 주인들은 중국인 유학생을 받아야 공실 처리를 할 수 있지만 최근 코로나 19 여파로 유학생 입주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신축 원룸이 아닌 오래된 원룸이나 자취방 주인들은 중국인 유학생을 받아야 공실 처리를 할 수 있지만 최근 코로나 19 여파로 유학생 입주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상권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안그래도 2주간 개강이 미뤄져 매출이 걱정되는데 이제는 개강 이후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학교에서는 기숙사 밖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등교 중지 말고는 외부활동을 강제로 제약할 수 있는 방안은 전무한 상태다. 한 원룸 임대업자는 "학교나 지자체에서 인근 임대업자들이나 상권에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어떤 조치를 했는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며 "불안한 상태가 계속되면 애먼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거부현상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대는 오는 25일까지 중국인 유학생 386명이 입국한다. 이중 기숙사 입소를 신청한 유학생은 75명에 불과하다. 한림대 역시 이달 27~29일 입국할 150여명의 중국인 유학생 중 기숙사 자가격리가 결정된 유학생은 1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MS투데이 윤왕근 기자 wgjh65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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