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봉의산 그리고 평화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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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봉의산 그리고 평화 춘천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전쟁과 봉의산 그리고 평화 춘천

    • 입력 2024.04.11 00:00
    • 수정 2024.04.11 00:18
    • 기자명 허준구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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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
    허준구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

    봉의산은 춘천의 진산이다. 진산이란 그 고을 영령이 마을 주민 보호는 물론이고 외부의 나쁜 기운을 막아주며 지역을 호위하는 산을 말한다. 이러한 진산에 고을마다 매년 제사를 지내왔다. 강릉의 제왕산, 원주의 치악산, 삼척의 갈야산, 태백의 함백산, 동해의 초록봉, 정선의 가리왕산, 평창의 노산, 화천의 용화산, 철원의 금학산, 양구의 비봉산, 인제의 기룡산(복룡산), 고성의 향로봉, 양양의 설악산, 홍천의 공작산, 횡성의 어답산, 영월의 발산이 강원도 시·군의 진산으로 불리고 있다. 

    옛 대관령 길을 품고 있는 강릉의 진산인 제왕산은 단오가 되면 이곳에 제사를 올리며 한국의 대표 문화재로 자리했다. 춘천 또한 고려 시기로부터 천 년이 넘도록 봉의산을 진산으로 삼았고, 춘천과 국가를 위해 산화한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순의비를 세우고 해마다 제사하고 있다. 

    고려 고종시기인 1253년 8월 하순 무렵 춘천에 몽골군의 4차 침입이 있었다. 농사일로 바빴던 터라 몽골군의 침입에 세심한 대비를 할 수 없었을뿐더러, 앞선 침입 때처럼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기를 고을 주민은 기대했다. 

    그러나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몽골군은 봉의산성으로 피신한 춘천부 병사와 백성을 상대로 고립 작전을 펼치며 봉의산성을 여러 겹으로 포위하고 연일 위협했다. 대비 없이 봉의산성에 피신했지만, 춘천부 병사와 백성은 최후의 한 사람까지 결사 항전하며 몽골군에게 대항했다. 몽골군은 전장에서 승리했지만, 최후의 한 사람까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는 춘천인을 본 이후로 고려인의 나라 사랑 정신에 경탄하는 한편 기겁하기에 이르렀다. 

    몽골군은 이후 춘천부에서와 같이 사방을 고립시켜 몰살하는 전략을 다시 행하지 않았다. 이렇게 춘천인의 희생으로 다른 지역 고려 백성의 희생을 막게 됐고 이는 살신성인을 실천해 고려인을 살린 그 대표 사례로 세상에 회자하고 「고려사」에 그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아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봉의산은 대한민국을 공산화의 비극에서 막아낸 구심점에 있었다. 춘천에 주둔한 국군은 작전 지휘 통제본부를 봉의산에 설치하여 적의 공격을 3일간 막아내는 성과를 내었다. 봉의산을 중심으로 하는 삼일간의 방어로 낙동강 방어선 구축을 하였으며 이로써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과 UN군이 인천상륙 작전을 펼칠 수 있었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다.

    고려 때 몽골군에게 희생된 춘천인의 살신성인과 춘천의 군관민경이 똘똘 뭉쳐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아낸 삼일간의 방어를 통해서 풍전등화에 놓였던 나라를 구한 그 중심에 춘천의 진산 봉의산이 우뚝하였음을 알 수 있다.

    봉의산에는 고려 때부터 관아가 들어섰고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임금이 행차하여 머물 수 있는 궁궐이 만들어졌다. 그 궁궐은 춘천이궁으로 불렸으며 궁궐의 중심 건물인 문소각(聞韶閣) 이름에는 조국의 태평성대를 갈구하는 간절한 소망이 스며 있다. 

    봉의산 이름 또한 순임금이 자신의 음악인 소소(簫韶)를 연주하자 봉황이 내려와 춤을 추며 태평성대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봉황은 임금이나 대통령 휘장에 새겨지는 상상 속의 고귀하고 신성한 새다. 임금님이 머무는 궁궐 문소각은 동양 최고의 통치자로 여겨지는 순임금의 음악인 소소를 듣는 집이란 의미다.

    이렇듯 봉의산과 문소각은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평화를 상징한다. 춘천 곳곳에는 봉황 관련 지명이 있으며 이 지명 모두는 봉의산의 봉황과 연결된다. 평화를 상징하는 봉황이 오래도록 춘천에 머물게 하고자 했던 염원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피맺힌 희생을 평화의 상징으로 승화하고자 했던 춘천인의 염원을 봉의산과 그 지명에 녹여내 계승하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산동백(생강나무) 꽃피는 봄날, 평화를 그토록 갈망했던 우리 춘천인의 시대정신을 음미하며 봉의산에 오르는 일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 허준구 필진 소개

    -전 춘천학연구소장
    -강원도 지명위원회 위원
    -춘천시 교육도시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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