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멈추고 투표해야죠”⋯유권자의 힘 보여줄 ‘결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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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업 멈추고 투표해야죠”⋯유권자의 힘 보여줄 ‘결전의 날’

    22대 총선 투표 시작, 춘천 투표소 유권자 행렬
    생업 위해 새벽부터 집 나선 투표소 오픈런도
    51.7㎝ 역대 최장 투표용지에 일부 유권자 혼란

    • 입력 2024.04.10 13:12
    • 수정 2024.04.16 00:04
    • 기자명 한승미 기자·유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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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유권자들의 힘을 보여줄 ‘결전의 날’이 밝았다. 시민들은 앞으로 4년간 민의를 대변할 일꾼을 뽑기 위해 10일 오전 6시부터 투표소로 향했다. 일부 투표소는 문을 열기 전부터 시민들이 줄을 서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지역 투표소들은 이른 아침부터 주권을 행사하러 온 각양각색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10일 오전 6시 전국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후평2동 제1투표소를 방문한 시민들이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고 있다. (사진=유지연 인턴기자)
    10일 오전 6시 전국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후평2동 제1투표소를 방문한 시민들이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고 있다. (사진=유지연 인턴기자)

    ▶아무리 바빠도 ‘한 표’
    투표소들에는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하는 시민들의 방문이 잇따랐다. 생업을 잠시 내려놓고 바쁜 시간을 쪼개 방문한 이들 유권자는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 

    약사명동투표소에는 근처 중앙시장에서의 장사를 멈추고 방문한 시민들이 속속 등장했다. 허리춤에 찬 전대와 슬리퍼, 팔 토시까지 생업 현장의 모습 그대로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질끈 묶은 앞치마를 푸를 새도 없이 주권을 행사하고는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이상순(74) 씨는 “아침 7시부터 장사 준비를 하다가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시 문을 열어놓고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생업을 위해 투표소 오픈런에 나선 시민들도 눈길을 끌었다. 후평2동 제1투표소 문이 열리기도 전 도착해 3번째로 투표한 이만석(77) 씨는 “공휴일이지만 8시에 일(노동)을 나가야 해 일찍 나섰다”며 “공약을 잘 지키고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일할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효자3동투표소에서 만난 정연철(32) 씨는 야간 업무를 마치고 투표소를 찾았다. 피시방을 운영하는 정 씨는 “야간에 일을 하다 보니 아직 일어나 있는 시간이라 바로 투표하러 왔다”며 “설문조사 전화와 유인물을 많이 받았는데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공약을 잘 지킬 것 같은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춘천지역 투표소에는 20개월 아이나 반려견 등과 함께 방문한 유권자들이 다수 등장했다. 사진 왼쪽부터 설기명 씨의 딸, 임정모 씨, 신순자 씨. (사진=유지연 인턴기자)
    춘천지역 투표소에는 20개월 아이나 반려견 등과 함께 방문한 유권자들이 다수 등장했다. 사진 왼쪽부터 설기명 씨의 딸, 임정모 씨, 신순자 씨. (사진=유지연 인턴기자)

    ▶너도나도 함께 주권 행사
    투표소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를 이룬 가운데, 독특한 일행과 함께한 이들도 눈길을 끌었다.

    옆집 사는 이웃과 함께 방문한 시민부터 생애 첫 투표에 나선 고3 딸과 함께 3대가 함께한 가족까지 다양한 ‘투표 메이트’들이 등장했다. 한국에 온 지 벌써 20년이 됐다는 한 이주여성은 그녀의 딸과 함께 투표소로 들어섰다.

    자녀가 있는 시민들은 아이를 번갈아 돌보며 투표소로 입장했다. 20개월 아이와 함께 후평2동 제1투표소를 방문한 설기명(34) 씨는 “아이가 일찍 일어나 아내와 함께 투표하러 왔다”며 “내 아기가 자라날 지역인 만큼 춘천이 오래 먹고 살 수 있는 도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도 다수였다.

    반려견과 함께 방문한 임정모(51) 씨는 “공휴일이라 빨리 투표하고 놀러 가려고 일찍 나왔는데 누가 뽑히든 사업자들이 발 뻗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강아지 유모차를 끌고 투표소를 찾은 신순자(56) 씨는 “유기견을 키우고 있는데 반려견과 함께 살기 좋은 춘천을 만들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어르신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보행기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로 투표소를 방문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어르신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보행기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로 투표소를 방문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멀고도 험한 투표의 길
    역대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비례투표 용지와 사전투표와 달라진 본투표 장소에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투표소에서는 “비례정당은 몇 개까지 찍냐”는 유권자들의 질문이 잇따랐다. 한 여성은 기표소에서 나와 아버지에게 투표 방법을 다시 물어보기도 했다.

    최옥분(79) 씨는 “용지를 받고 놀라서 사무원에게 몇 개를 찍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며 “뉴스에서 투표용지 길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길면 우리 노인들은 투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투표소를 혼동해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있었다. 약사명동에만 40여 년 거주했다는 한 어르신은 2년 전 살던 동네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투표소가 달라진 탓에 헛걸음을 했다. 사전투표 때는 투표가 가능했던 곳이라 본투표도 가능한 줄 알았던 그는 조운동투표소로 다시 발길을 옮겼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표장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약사명동투표소를 찾은 어르신 상당수는 지팡이나 보행기에 의지하며 한 걸음씩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르신들은 2층에 위치한 투표소에 가기 위해 바닥이나 의자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한승미 기자·유지연 인턴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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