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전하는 봄내음⋯3년 만에 ‘교향악축제’ 오르는 춘천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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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전하는 봄내음⋯3년 만에 ‘교향악축제’ 오르는 춘천시향

    [춘천, 클래식 읽기]

    • 입력 2024.04.09 00:00
    • 수정 2024.04.16 00:05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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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악보는 음이 갖지 못하는 영원성을 종이에 담아내고, 연주자는 악보에서 음을 꺼내 그 순간 펼쳐낸다. 같은 사람이 같은 곡을 연주해도 그 음악은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한 번뿐인 순간을 느끼기 위해 공연장으로 향한다. 올해는 더 많은 춘천시민이 이런 ‘수고로움의 기쁨’을 알아갈 기회가 생겼다.

     

    부활한 춘천시향의 자존심

    춘천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8일 3년 만에 ‘2024 교향악축제’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더 많은 관객과 ‘영원이 될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서다. 춘천시립예술단이 공연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들에게 서울까지 왕복 버스를 제공해 춘천 팬들의 ‘원정’이 좀 더 수월해졌다.

    교향악축제는 올해로 36번째를 맞이했다. 예술의전당 무대를 채울 정도의 연주력이 뒷받침돼야 참여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클래식 음악 축제다. ‘티켓 파워’와 실력을 두고 지역 악단 간에 은근한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는 무대로도 여겨진다.

    춘천시향은 강원지역에서 가장 먼저 생긴 공립 관현악단이지만, 최근 몇 년간 자존심을 펼치기 어려웠다. 202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원주시향 3번, 강릉시향이 2번 교향악축제에 초청받을 동안 춘천은 2021년 1번 참가하는 데 그쳤다. 교향악축제 참가 여부만을 두고 해당 악단의 역량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최고 역사와 권위를 지닌 국내 대표 클래식 축제라는 점에서 원주와 강릉에 밀린 점은 뼈아팠다.

    이번 무대는 취임 3년차에 접어든 송유진 춘천시향 상임지휘자가 그동안 쌓아온 앙상블을 좀 더 많은 관객 앞에 내놓는 자리이기도 하다. 다양해진 레퍼토리와 단원들의 향상된 집중력을 시험해 볼 시간이다.

     

    춘천시립교향악단은 이달 18일 3년 만에 ‘2024 교향악축제’ 무대에 오른다. (사진=춘천시립예술단)
    춘천시립교향악단은 이달 18일 3년 만에 ‘2024 교향악축제’ 무대에 오른다. (사진=춘천시립예술단)

     

    좋은 음향으로 경험하는 춘천의 색깔

    다시 찾은 교향악축제 무대에서, 춘천시향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c단조’, 프랑크 ‘교향곡 d단조’를 선보인다. 고전주의를 상징하는 모차르트에서 시작해, 낭만적인 베토벤의 피아노곡 등 독일 음악을 지나 프랑스 색채가 묻어나는 작품으로 마무리한다.

    춘천시민들은 앞서 지난해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덕분에 익숙한 멜로디로 공연의 막을 열게 된다.

    1부 협연곡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최근엔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보여줬던 곡으로 기억된다. 베토벤의 유일한 단조 협주곡이면서, 작곡가로서 음악적 독창성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평가받는 곡이다. 춘천시향은 피아니스트 주희성과 협연으로 고전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베토벤의 색깔을 보여줄 예정이다. 주희성의 부드럽고 조화로운 연주 스타일이 오케스트라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가 감상 포인트다.

     

    춘천시향은 이번 교향악축제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c단조’, 프랑크 ‘교향곡 d단조’를 선보인다.  (사진=춘천시립예술단)
    춘천시향은 이번 교향악축제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c단조’, 프랑크 ‘교향곡 d단조’를 선보인다.  (사진=춘천시립예술단)

     

    2부는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세자르 프랑크의 교향곡으로 채운다. 송유진 지휘자는 이 교향곡을 “독일적인 작곡기법을 따르면서도 프랑스적 색채가 짙어 귀를 즐겁게 하는 곡”이라고 평가했다. 송 지휘자가 2022년 9월 정기공연에서 이미 보여준 적 있는 레퍼토리다. 당시 공연을 감상했던 관객이라면 좀 더 좋은 시설을 갖춘 공연장에서, 성장한 춘천시향의 실력을 감상할 기회다. 이 곡을 처음 마주하는 관객이라도 풍성한 음향에서 펼쳐지는 악단의 새로운 시도에 주목할 만하다.

    ‘객원 악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춘천시향에서 소리의 중심을 잡아줄 악장의 역할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스웨덴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으로 활동한 이소란 바이올리니스트가 이번 춘천시향 공연의 객원 악장을 맡는다.

     

    지역 악단의 성장을 함께하는 기쁨

    송유진 지휘자는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모든 공연을 완벽히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가치를 찾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모든 무대가 소중하지만, 올 한 해 춘천시향은 특별히 의미 있는 공연을 연이어 보여줄 예정이다. 7월 평창대관령음악제 참가, 10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 등 굵직한 무대를 소화해야 한다.

    이번 교향악축제 참가는 한층 성장한 춘천시향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첫 무대다. 춘천시향이 그동안 쌓아온 ‘앙상블’이 큰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춘천 음악 팬들의 응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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