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라 처벌 안 받아요”⋯업주만 울리는 22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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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성년자라 처벌 안 받아요”⋯업주만 울리는 22시 전쟁

    춘천 대학가 코인 노래방 미성년자 불법 출입 적발
    무인점포 악용한 청소년들, 의도적으로 불법 자행
    점주 ‘영업정지 또는 벌금’, 미성년자 ‘처벌 규정 없어’
    과도한 책임 전가된 점주들 “쌍벌제 도입 등 촉구”

    • 입력 2024.04.07 00:09
    • 수정 2024.04.16 00:06
    • 기자명 한재영 기자·박민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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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노래방과 PC방 등에 출입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업주는 10일에서 최대 6개월까지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점주에게만 책임이 따를 뿐 미성년자에게는 처벌 규정이 없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춘천 한 무인 코인노래방, 청소년 출입제한 시간에 지인이 문을 열어주자 청소년들이 불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노래방 CCTV화면 캡처) 
    춘천 한 무인 코인노래방, 청소년 출입제한 시간에 지인이 문을 열어주자 청소년들이 불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노래방 CCTV화면 캡처) 

    3월 23일 오전 5시쯤 춘천시 효자동 강원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코인 노래방. 불법으로 출입한 미성년자 7명이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노래방은 무인점포였다. 업주 A씨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과 인건비 인상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8월 많은 비용을 들여 무인 시스템을 갖췄다. 상주 직원은 없었지만 미성년자 출입 금지 시간인 오후 10시부터 오전 9시 사이 출입을 위해서는 QR 시스템을 통해 성인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것이다.

    자영업자로서 생존을 위한 고민과 투자에도 벌금과 영업정지의 위기에 놓인 업주는 CCTV를 확인한 후 더욱 허무해졌다. 영상에 담긴 미성년자들은 이날 오전 2시 48분쯤 노래방 입구에서 흡연을 하며 서성였다. 잠시 후 노래방 안에 있던 지인이 전화를 받고 문을 열어 주자 7명이 인증도 없이 들어갔다. 미성년자가 아닌 지인이 먼저 들어가 있다가 이들을 들여보내준 것이다. 

     

    무인점포로 관리자가 없는 것을 악용해 노래방 문이 열리는 틈에 들어가기 위해 서성이는 청소년들 (사진=노래방 CCTV화면 캡처) 
    무인점포로 관리자가 없는 것을 악용해 노래방 문이 열리는 틈에 들어가기 위해 서성이는 청소년들 (사진=노래방 CCTV화면 캡처) 

    노래방 출입문과 매장 곳곳에는 ‘심야시간 미성년자 출입 제한’ 고지가 곳곳에 붙어있어 누구나 관련 법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적발돼도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과 ‘무인점포’라는 것을 악용한 청소년들의 불법 출입은 한달 전부터 이어졌다. 

    2월 20일 오전 8시쯤, 미성년자는 출입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10대로 보이는 6명이 입구를 에워싸고 기다리다 고객이 나오는 틈을 타 안으로 들어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미성년자임을 확인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웃고 있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보였다. 

     

    노래방 앞에 미성년자 출입 제한시간을 알리는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박민경 인턴기자)
    노래방 앞에 미성년자 출입 제한시간을 알리는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박민경 인턴기자)

    미성년자가 술집이나 노래방 등에 드나들고 담배를 구매한 후 자진신고해 영업정치 처분을 받는 등 피해를 당했다는 사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적발에 걸려도 미성년자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악용해 협박을 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주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무인 코인노래방 업주 A씨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청소년들이 심야 출입을 시도하고, 신분증을 도용하면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또 “부모나 사회에서 교육이 필요한 부분인데 무조건 점주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불합리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다행히 지난달 진행된 민생토론회 후 청소년이 의도적으로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업주를 속였다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청소년이 속여 술과 담배를 사고 자진신고하는 경우에도 자영업자를 처벌하는 것은 불이익 처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강대규 변호사는 “업주들이 피해를 받았다면 부모에게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며 “아직은 점주가 더 주의해야 하지만, 관련 법안을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적발 사실이 알려지고 무혐의 처분이 나기 전까지는 영업상 피해가 불가피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고 피해를 준 청소년들에게 반성과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도록 쌍벌죄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재영 기자·박민경 인턴기자 hanfeel@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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