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니었네?⋯보컬트레이너가 차린 음악 카페 ‘후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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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 아니었네?⋯보컬트레이너가 차린 음악 카페 ‘후평당’

    동네사장님 19. 한옥 콘셉트 ‘카페 후평당’
    구옥 개조 카페로 탈바꿈, 전통·모던함 공존
    오마이걸 승희 지도 경험 있는 트레이너 출신
    홍시그릭요거트 등 직접 개발한 음료 인기

    • 입력 2024.04.07 00:08
    • 수정 2024.04.16 00:06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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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후평동 도심 속 골목 모퉁이에 위치한 카페 후평당. (사진=진광찬)
    춘천 후평동 도심 속 골목 모퉁이에 위치한 카페 후평당. (사진=진광찬)

     

    춘천 후평동 도심 속 골목 모퉁이 한 켠에 자리 잡은 한옥 건물에서 향긋한 커피 향이 솔솔 새어 나온다. 고풍스러운 외관과 달리 실내는 모던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언제 지어졌는지 확실히 알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카페 후평당’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소정(36) 대표는 지난 15년 동안 보컬 트레이너로 일했다. 수많은 아이돌, 입시생들이 정 대표 손을 거쳤다. 춘천 출신 걸그룹 오마이걸 승희가 어린 시절 ‘트로트 공주’로 불릴 때 지도한 경험도 있다.

    정 대표는 평소 카페에 가서 노래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게 인생의 낙이었다고 한다. 그날 기분에 맞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카페를 찾아다닐 정도였다. 그러다 노래와 커피를 나만의 스타일로 맞출 수 있는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고, 2022년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왔다.

    사실 후평당은 처음부터 정 대표가 창업한 곳은 아니다. 이전 사장이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서 가게를 내놓았고, 카페로 한옥 콘셉트를 고민하던 정 대표가 인수했다. 이후 후평당은 새롭게 탈바꿈했다. 매장 외부는 한옥의 고즈넉함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내부는 현대적으로 꾸며 푸근함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메뉴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보면 쌍화차나 한과를 팔 것 같지만, 대표 메뉴는 달콤한 크림이 올라간 라떼와 소금빵 등 최근 유행하는 디저트다.

    ‘휴식이 필요할 때 찾고 싶어지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정소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춘천 후평당을 운영하는 정소정 대표가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후평당을 운영하는 정소정 대표가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전직 보컬트레이너라고요.

    원래 보컬 트레이너를 15년 정도 했었습니다. 걸그룹과 아이돌이나 예술대학, 학원에서 입시생들도 가르쳤죠. 춘천 출신으로 잘 알려진 오마이걸 승희도 어린 시절에 가르쳐본 적 있어요.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커피를 입에 달고 살았거든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카페에서 나오는 노래를 유심히 듣곤 했는데, 그날 느끼고 싶은 분위기가 나오는 매장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내가 원하는 음악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는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어요. 어쩌다 보니 현실이 됐네요.

    Q. 매장에서 주로 어떤 노래를 트시나요.

    계절이나 날씨에 맞춰서 노래를 선정하는 것 같습니다. 비가 오면 조금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노래, 겨울이면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는 노래처럼 말이죠. 팝송이나 재즈처럼 모던한 매장 분위기에 맞춘 노래를 주로 틀어요.

    요즘 카페에서 일하거나 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편안하게 노래를 들으면서 커피를 즐길 때 방해되지 않는 노래들로 틀고 있답니다.

    Q. 후평당은 무슨 의미인가요.

    후평당이라는 이름은 제가 지은 게 아니라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후평동+~당(堂)’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한옥 콘셉트 카페인 만큼 동네 명칭과 조선시대의 집을 뜻하는 당을 합친 의미죠. 제가 운영한 뒤로는 달달한 당(糖)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라고 재해석해보기도 했어요.

    춘천 후평당 내부 모습. 한옥 느낌을 연상케 하는 패턴의 천장과 모던한 인테리어가 공존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후평당 내부 모습. 한옥 느낌을 연상케 하는 패턴의 천장과 모던한 인테리어가 공존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외관과 달리 내부 인테리어는 현대적인데요.

    춘천에도 한옥 콘셉트 카페들이 여러 곳 있잖아요.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모던한 요소들을 가미해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매장에 들어서면 예스러운 한옥 천장이 보이는데, 옆을 둘러보면 소위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인테리어들로 꾸며져 있죠.

    Q. 외부에도 자리가 있네요.

    구옥일 땐 마당으로 쓰였던 공간인데, 여기에 인조잔디와 캠핑용품들을 마련해 놨어요. 한 매장에서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죠.

    반려동물 출입도 가능해요.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시대잖아요. 저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고요. 대신 밖에서는 강아지가 뛰어놀아도 상관없지만, 실내에 들어오실 땐 강아지 캐리어 등을 사용하셔야 해요.

    카페 후평당 인기 메뉴 중 하나인 홍시그릭요거트. (사진=정소정 대표)
    카페 후평당 인기 메뉴 중 하나인 홍시그릭요거트. (사진=정소정 대표)

     

    Q. 직접 개발한 음료가 인기라고요.

    대표 메뉴는 ‘후평당라떼’ ‘홍시그릭요거트’ ‘초당옥수수커피’입니다. 먼저 후평당라떼는 많이 달지 않도록 적절하게 배합한 크림을 라떼 위에 얹은 메뉴예요.

    홍시그릭요거트는 과일을 넣는 음료를 고민하다가 만들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판매하게 됐어요. 홍시만 먹기엔 너무 달아 부담될 수 있으니 담백한 그릭요거트를 넣어 조합했더니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다 좋아하시더라고요.

    초당옥수수커피는 초당옥수수 알을 직접 졸이고 배합해 만든 풍미 높은 크림과 쌉싸름한 에스프레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료예요. 중독성 있는 맛이라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인기 메뉴죠. 제가 단 걸 좋아하지 않아서 저희 매장 메뉴는 모두 단 편이 아니에요.

    춘천 후평당에는 강아지가 출입 가능한 외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후평당에는 강아지가 출입 가능한 외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매장 안 테이블 수가 생각보다 적네요.

    매장이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까 층고가 낮아서 소리가 잘 울리거든요. 테이블 수를 늘리고 손님이 몰리면 시끄러울 수밖에 없잖아요. 이왕 카페를 오신 만큼 일행끼리 도란도란 이야기하거나 혼자 창밖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매장을 방문해주시는 손님들과 더 가까워지고 소통하고 싶어요. 손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 사는 세상을 느끼거든요. 우동착을 통해 주문하시는 분들에게 10%(음료만) 할인해 드려요. 지역과 상생한다는 의미에서요.

    어디론가 쉬러 가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그런 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잠시 머물러서 충전하고 가는 쉼터 같은 공간이요.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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