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주민조례발안제’⋯춘천시민 발의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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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무실 ‘주민조례발안제’⋯춘천시민 발의 ‘0건’

    주민 참정권 확대 ‘주민조례발안제’
    청구 요건 완화에도 ‘실효성 없어’
    춘천시민 주민조례 발안 ‘7건’ 그쳐
    동의 서명 못 채워 모두 각하 예정

    • 입력 2024.04.05 00:05
    • 수정 2024.04.16 00:06
    • 기자명 한재영 기자·박민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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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 참정권 확대를 위해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도록 한 ‘주민조례 발안제(구 조례제정개폐청구제)’가 도입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이 뜻을 모아 직접 조례를 제·개정할 수 있도록 1999년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조례제정개폐청구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청구 요건이 엄격하고 절차가 복잡해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에 2022년 ‘주민조례발안제’로 개정하고 청구 철자를 간소화했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조례 청구 나이를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발의를 위한 동의 서명 비율도 낮췄다.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해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

     

    최근 3년 동안 등록된 춘천지역 조례안 청구는 7건에 그치고, 서명수 부족 등으로 모두 각하 예정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최근 3년 동안 등록된 춘천지역 조례안 청구는 7건에 그치고, 서명수 부족 등으로 모두 각하 예정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주민조례 청구를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현한 플랫폼 ‘주민e직접’ 사이트에 현재까지 춘천시민들이 올린 조례안 청구는 모두 7건이다.

    내용은 △출산 및 양육 지원에 관한 조례의 개정 △춘천시 청년 교통비 지원금에 관한 조례 △춘천시 골목길 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현수막 재활용 활성화 △춘천시 시세 감면 조례의 개정 등 주민의 실생활에 밀접한 사안들이다.

    등록 상황을 확인한 결과 1건은 반려됐고, 나머지 6건은 같은 날에 모두 올라와 개인이나 단체의 일괄적인 청구로 추측된다. 실질적인 주민의 연간 참여 수는 1건이 채 되지 않는다는 추론이다. 

     

    춘천시민이 청구한 조례안, 3월 13일까지 3511명 이상 동의 서명이 있어야 발의가 가능하지만 4월 2일까지 동의자는 1명에 그쳤다. (사진=박민경 인턴기자)
    춘천시민이 청구한 조례안, 3월 13일까지 3511명 이상 동의 서명이 있어야 발의가 가능하지만 4월 2일까지 동의자는 1명에 그쳤다. (사진=박민경 인턴기자)

    남은 6건도 발의는 어려워 보인다. 춘천시민이 올린 조례안이 발의되기 위해서는 시민 3487명 이상(인구 10만명이상 50만명미만 기초자치단체는 청구권자 총수의 70분의 1 기준)의 동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개정법률 시행으로 완화된 기준이다. 

    하지만 ‘춘천시 폐현수막 재활용 활성화 조례안’의 서명수가 1건에 그치는 등 6건 모두 시한인 3월 13일까지 5명의 동의 서명조차 받지 못했다. 결국 춘천시 주민조례 발안은 모두 각하될 예정이고, 관련한 춘천시 조례 발의는 ‘0’건에 머물게 된다. 

    다른 지자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원주시와 강릉시 주민조례 발안은 모두 0건. 춘천시 인구의 32배에 달하는 서울특별시 주민조례 발안 접수는 8건이다. 조례 청구 서명 수를 더 낮출 경우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권오덕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대표는 “청구인 대표가 주민 서명을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참여율 확대를 통해 좋은 취지의 정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춘천시의회 홈페이지에 ‘주민e직접’ 플랫폼이 작은 아이콘으로 노출돼 있다. (사진=박민경 인턴기자)
    춘천시의회 홈페이지에 ‘주민e직접’ 플랫폼이 작은 아이콘으로 노출돼 있다. (사진=박민경 인턴기자)

    주민조례 발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화의 장과 조례 청구를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주민e직접’ 플랫폼 접근성 개선도 요구된다. 

    춘천시 홈페이지에 ‘주민e직접’은 노출조차 되어 있지 않다. 춘천시의회 홈페이지에는 작은 아이콘으로 노출됐지만 제도 자체를 모르는 시민의 눈길을 끌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강원대 행정학과 홍형득 교수는 “청구 요건이 완화됐다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조례안 청구를 하기에는 아직도 서명수나 여러 가지 요건의 턱이 높다”라며 “시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법인 조례 제정인만큼 공론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재영 기자·박민경 인턴기자 hanfeel@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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