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없는 이면도로, 아슬아슬 보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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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없는 이면도로, 아슬아슬 보행자들

    팔호광장~구 춘여고 방면 이면도로
    인도 구분 없거나 모호해 보행 위험
    5년간 인명사고 14회, 중상 5명 발
    전문가 "시선유도봉 설치 등 대안을"

    • 입력 2024.04.08 00:08
    • 기자명 한상혁 기자·김용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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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 좁아서 무조건 손을 들고 가야 해.”

    29일 오후 6시쯤. 춘천 동부시장 인근 서부대성로에서 보행자 옆으로 회색 차량 한 대가 불쑥 튀어나왔다. 하마터면 사고가 날 수도 있었던 상황. 동부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에 가던 조모(71)씨는 “길이 좁은 데다 인도까지 없어 위험하다”며 “특히 밤에 술을 한잔하고 나오는 사람들이 걸어가는 것을 보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춘천 팔호광장 오거리에서 구춘천여고 방향으로 이어지는 서부대성로 도로변에 보행자 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곳은 50년 이상 된 도로여서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는 민원이 종종 제기되는 지역이지만 춘천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팔호광장 오거리 초입 부근부터 약 200m 지점까지는 보도블록이나 경계석 등이 없어 보행자들은 차도 끝 황색 실선 옆길로 통행한다. 하지만 그 공간마저 불법 주정차들이 차지해 가뜩이나 좁은 통행로를 이용하는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운교동에 거주하는 한모(78)씨는 “장바구니를 끌고 다닐 때 차가 치고 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행자 교통사고는 주로 이같은 이면도로(裏面道路·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좁은 도로)에서 일어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보행 중 사망자의 74.9%가 이면도로에서 발생했다. 보도가 구분된 도로에 비해 사망자는 3배, 부상자는 3.4배 많았다. 

    특히 팔호광장 오거리~구 춘여고 방면 이면도로는 차량 통행이 많고 빠른 편인 데다 불법주차로 인해 시야까지 확보되지 않아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동부시장과 연결돼 있는 만큼 교통 약자인 고령층이 많고, 양옆으로 늘어선 상가에서 들락날락하는 사람들도 많은 만큼 사고에 특히 취약하다. TASS(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2022년) 이곳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는 14회로, 이중 중상자도 5명 발생했다.  

    춘천시는 현실적으로 인도 확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1.5m 폭인 보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차선폭(각 3m)을 포함해 9m 이상의 도로 폭이 필요한데, 이곳은 오래된 도로여서 폭이 6~7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 도로과 관계자는 “해당 도로 차선을 줄이고 일방통행으로 바꾸는 식으로 인도 확장을 하면 또 다른 교통 문제가 유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경 한국시립대 교수는 “이면도로는 주택이나 상가의 주차 진출입로가 연결돼 있어 보도를 설치하기 어렵다”면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차도의 폭을 가장 최소한으로 설정하더라도 나머지 공간에 시선 유도봉이나 볼라드를 설치해 불법 주차를 막고 보행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김용진 인턴기자 sh0293@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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