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카페, 밤엔 펜션⋯‘자급자족’ 부부가 만든 호밀빵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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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엔 카페, 밤엔 펜션⋯‘자급자족’ 부부가 만든 호밀빵 맛보세요

    [동네 사장님] 12. 베이커리 카페·펜션 밀봄숲
    그림작가 남편과 제빵사 아내 만나 춘천 정착
    400℃ 장작 화덕으로 굽는 우리밀 호밀빵
    일본식 독채 노천탕도 갖춰

    • 입력 2024.02.18 00:08
    • 수정 2024.02.18 00:21
    • 기자명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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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양양고속도로 남춘천IC 인근 산길을 올라가면 숲 사이로 아름다운 목조건물 3채가 나온다. 전원주택, 펜션, 카페로 지어진 이 공간은 동갑내기 부부 안경훈·김현지(39) 공동대표가 거주하고 운영하는 ‘밀봄숲’이다.

    화가인 안 대표는 충북, 제빵사인 김 대표는 서울 출신이다. 부부는 평소 이곳저곳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으로, 첫 만남은 경북 구미에서 가졌다고 한다. 2018년 결혼한 이들은 자신들만의 숲속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2년에 걸쳐 전국의 땅을 보러 다녔다.

    경남 남해와 거제, 전남 담양, 강원 속초 등을 지나 최종 선택한 곳은 춘천이었다. 자연을 사랑하면서도 도시가 싫지만은 않은 이들에게 춘천은 도시와 가까우면서도 산과 물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카페명도 “숲에서 밀을 바라보다”는 뜻의 밀봄숲으로 지었다.

     

    남춘천IC 인근 산 속에 있는 카페·펜션 '밀봄숲'. (사진=안경훈 대표)
    남춘천IC 인근 산 속에 있는 카페·펜션 ‘밀봄숲’ (사진=안경훈·김현지 대표)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산 한가운데 카페를 짓기란 쉽지 않았다. 도로부터 상수도, 전기 배설까지 해야 했다. 알고 보니 부지가 옛 절터라 문화재청의 조사까지 받았다.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춘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틴 부부는 2022년 7월 펜션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 카페까지 오픈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부부는 직접 농사지은 작물로 음식을 만들고 필요한 것을 제작하는 ‘자급자족의 삶’을 추구한다. 빵을 굽는 2m 높이 화덕도 직접 만들었고, 호밀빵도 수십번을 구워 최상의 맛을 찾아냈다. 아직은 초보 농부인 만큼 지난해 재배량은 적었지만, 올봄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MS투데이가 이들 부부의 자급자족 일대기를 들어봤다.

     

    밀봄숲의 대표 메뉴인 호밀빵과 차. (사진=김현지 대표)
    밀봄숲의 대표 메뉴인 호밀빵과 차(사진=안경훈·김현지 대표)

     

    Q.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고 들었어요.

    (안경훈) 저는 보은에서 태어나 성인이 된 후 일 때문에 전국 곳곳을 다녔습니다. 그러다 30살이던 2015년 구미에서 공장일을 하던 중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어요. 처음부터 카페를 차릴 생각은 없었고, 아내의 빵집 일을 돕다 아예 같이하게 되면서, 다른 지역에 카페를 차릴 계획을 세웠습니다.

    (김현지) 저는 대학을 제과제빵과로 나와서 전국 여러 업체를 돌아다니며 일했어요. 남편 말대로 구미에서 빵집을 하던 도중 만나 결혼했고, 서로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을 원한다는 걸 알게 돼 카페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죠. 부지를 찾는 데만 2년이 넘게 걸렸는데 전국에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에 본 곳이 춘천이었어요.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산과 물이 있다는 게 맘에 들어 무작정 왔어요. 건물이 지어질 때까지 2년 정도 각자 일을 하면서 카페와 펜션 영업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카페와 펜션 곳곳에는 안 대표가 그린 그림이 전시돼 있다.
    카페와 펜션 곳곳에는 안 대표가 그린 그림이 전시돼 있다. (사진=안경훈·김현지 대표)

     

    Q. 남편은 화가, 부인은 제빵사라고 들었어요.

    (안경훈) 전문 화가라 하긴 부끄럽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교과서가 그림판일 정도였고, 고등학생 때 상도 받아봤어요. 사회에 나오고 현생을 살면서 그림을 잊고 지내다가, 아내가 우연히 제 그림을 보고 다시 해보라고 권했어요.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빵과 차를 의인화한 캐릭터를 그려 곳곳에 전시했습니다. 캐릭터와 그림들은 춘천 상상마당에 상품으로 입점해 있고, 지난해에는 소규모 전시와 어린이날 행사 포스터를 의뢰받기도 했습니다.

    (김현지) 저는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특히 빵을 좋아해서 제빵사를 하게 됐습니다. 빵 말고도 차를 좋아해서 다도를 배웠는데, 펜션도 일본식 목조건물로 지었어요. 노천탕과 다도 공간도 마련해 놨습니다. 요즘 일본풍이 유행하다 보니 손님들이 많이 좋아합니다. 사실 그걸 노린 건 아닌데 원래 저희가 이런 양식을 좋아해서 꾸몄는데 시기가 잘 맞았어요.

     

    '일본풍'으로 꾸며져 다도 공간도 마련된 펜션 내부 모습. 야외에는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노천탕이 있다. (사진=박준용 기자)
    ‘일본풍’으로 꾸며져 다도 공간도 마련된 펜션 내부 모습. 야외에는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노천탕이 있다.(사진=박준용 기자)

     

    Q. 자급자족하는 삶을 지향하신다고요.

    (안경훈·김현지) 모든 것을 다 직접 해결하는 것은 아니고 ‘되도록 자급자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현실에서 가능한 선에서 해결하는 거죠. 예를 들어 빵을 굽는 화덕을 저희가 직접 만들었어요. 건축을 아예 모르지만, 인터넷에서 설계도를 찾아보고 연구해 3개월 동안 땀 흘려가면서 벽돌을 쌓아 만들었죠. 이렇게 만든 화덕이 잘 작동할까 싶었지만, 시행착오 끝에 가장 알맞은 온도(400℃)와 굽는 방법을 터득해 맛있는 통밀빵을 굽고 있습니다.

    농사는 아직 초보라 완벽하지 않지만, 차차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현재는 지역별 제철 음식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재료를 국내산, 특히 춘천과 강원산 위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원래 저희가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배달이 오지 않는 지역이어도 충분히 즐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도시가 싫은 건 아니어서 시간 나면 서울이나 춘천 도심으로 데이트를 가곤 합니다.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이들 부부는 인터넷으로 배워가며 2m 높이 가량의 화덕을 직접 만들었다. (사진=김현지 대표)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이들 부부는 인터넷으로 배워가며 2m 높이 가량의 화덕을 직접 만들었다. (사진=안경훈·김현지 대표)

     

    숲속 카페와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안경훈(사진 왼쪽), 김현지 공동 대표 부부. (사진=박준용 기자)
    숲속 카페와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안경훈(사진 왼쪽), 김현지 공동 대표 부부. (사진=박준용 기자)

     

    Q. 자신 있는 메뉴와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안경훈·김현지) 가장 자신 있는 건 직접 굽는 호밀빵입니다. 카페를 운영하는 금·토·일요일이 되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장작을 피고 2시간 정도 화덕의 온도를 높여요. 오픈 시간인 9시에 오시면 가장 맛있는 빵을 드실 수 있습니다. 우동착을 통해 음료 10% 할인도 진행하고 있고, 전국을 다니며 배운 지역 제철 음식도 있어요. 계절별로 찾아오시면 변화하는 자연의 풍경과 함께 즐실 수 있습니다.

    (안경훈) 당장의 목표는 카페·펜션의 안정적인 운영이고, 장기적으로 제가 그린 그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싶어요. 예전에 펜션에 방문하신 고객 중에 제 그림을 사신 분이 있었는데, 놀라우면서도 기쁘더라고요.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게 소소한 목표입니다.

    (김현지) 막연하지만 저희 콘셉트의 카페·펜션이 전국으로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춘천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자연도 아름다운 곳이 많으니까요. 또 농사일을 더 배워서 직접 재배한 차와 식재료로 손님들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박준용 기자 jypar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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