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 ‘들었다 놨다’⋯숨막히는 물가에 손님, 상인도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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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한 알 ‘들었다 놨다’⋯숨막히는 물가에 손님, 상인도 “에휴~”

    설 명절 앞둔 춘천 전통시장
    사과 등 과일류 지난해 대비 21.4% 폭등
    인산인해 속 지갑 여는 손님 찾기 어려워
    4인 기준 차례상 28만1500원 ‘역대 최고’

    • 입력 2024.02.08 00:09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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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춘천 풍물시장이 설 연휴 대목을 맞아 성수품을 사러 나온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7일 춘천 풍물시장이 설 연휴 대목을 맞아 성수품을 사러 나온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2시간째 시장만 5바퀴 돌았어요. 다 비싸니까 담을 게 없네요.”

    설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오후 춘천 풍물시장. 설 성수품을 사러 나온 60대 주부 박모씨는 텅 빈 장바구니를 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시장을 몇 바퀴나 돌면서 같은 물건을 들었다 놨다 했지만, 가격을 듣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박씨는 “지난 장날에도 왔었는데, 물가가 너무 비싸서 빈손으로 돌아갔었다”며 “시간이 조금 지나면 성수품 가격이 안정되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찾았는데, 오히려 더 비싸진 것 같아 도저히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명절 대목을 맞은 춘천지역 전통시장은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소비자들과 상인들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올 설 차례상 물가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소비자들은 “살 게 없다”고, 상인들은 “손님들이 지갑을 안 연다”며 씁쓸해 했다.

    실제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4인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28만1500원, 대형마트 38만58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보다 각각 8.9%, 5.8% 늘어난 수치다.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신선식품이 폭등하면서 비용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사과, 배 등 과일 물가가 크게 올랐다. 강원통계지청의 ‘2024년 1월 강원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신선식품 가운데 과일류는 지난해 대비 21.4% 뛰었다. 지난해 봄 기습 한파로 인한 냉해, 여름철 폭염과 장마 등의 여파다.

     

    7일 춘천 중앙시장에서 한 시민이 과일 가게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7일 춘천 중앙시장에서 한 시민이 과일 가게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이날 풍물시장에선 제수용 사과 1개를 5000원에 팔고 있었다. 한 손님이 가격을 듣고 자리를 뜨려고 하자 상인은 3개 1만원으로 가격을 낮춰 불렀지만, 결국 고개를 저은 채 발길을 돌렸다. 상인에게 과일 가격을 묻는 손님만 많았지 정작 지갑을 여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사러 나온 최모(34)씨는 “알 크기가 크고 모양이 예쁜 사과는 1개에 7000원, 배는 5000원까지도 판매한다”며 “남편과 상의해서 이번 차례상에는 과일을 1개씩만 올려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원래 사과는 3~4개씩 묶어서 파는데 1개만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 낱개 가격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아직 물량이 많이 남아 원래 가격보다 깎아서 팔고 있는데, 그래도 잘 안 팔린다. 저걸 다 어떡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시장에서 손님들이 가장 북적이는 곳은 1000~2000원에 살 수 있는 콩나물과 김구이 집이었다. 장바구니에 콩나물과 대파 한 단만 겨우 담은 채 시장 밖으로 나온 한모(61)씨는 “자식들이 온다고 해서 음식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고 사람은 많아 일단 나왔다. 집에 있는 재료를 최대한 이용해서 식탁을 차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살벌한 명절 물가에 서민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사과와 배, 소고기, 명태 등 성수품 16개 품목 공급을 평상시의 1.5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가격 할인을 위해 예산 8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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