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폐교의 재탄생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최광익의 교육만평] 폐교의 재탄생

    • 입력 2024.01.31 00:00
    • 기자명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의 통·폐합이 가속화되면서 폐교의 수가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시·도교육청이 보유한 폐교는 1335곳이며, 이중 미활용 폐교는 358곳(26.8%)에 이르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원도교육청은 그동안 276곳의 폐교를 매각하고, 현재 203곳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55곳은 아직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채 관리되고 있다.

    미활용 폐교는 사실상 방치된 채 각종 위험과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 될 수 있고, 화재예방이나 방범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화재발생의 위험이 높다. 장기 보유에 따른 행·재정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폐교는 매각, 자체활용, 임대할 수 있다. 하지만 폐교는 상당한 면적에 건물과 접근 도로망, 전기 및 상수도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 개인이나 단체가 사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전국적으로 매각된 폐교의 경우 대부분은 지자체가 매입하고 있다.

    199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폐교재산의활용촉진을위한특별법’(폐교활용법)은 폐교를 교육용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소득증대시설, 귀농어·귀촌지원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무상임대나 지자체의 예산지원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구절벽 시대에 접근성이 먼 농어촌 폐교를 활용하려는 사람이나 단체는 해마다 줄고 있다. 폐교 활용의 부적정으로 소송 중인 사례도 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상상력과 소통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폐교 활용사례도 많다. 공연장, 갤러리, 창작촌, 박물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외부인력이 유입되고 일자리가 창출되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도내에도 평창 무이예술관, 화천 숲속예술학교, 강릉 예술창작인촌, 정선 아라리인형의집, 평창 감자꽃스튜디오, 원주 후용공연센터, 강릉 예맥아트센터 등은 모두 폐교를 활용한 곳이다. 

    폐교 활용의 모범사례는 영월군이다. 인구 4만 도시에 20개 박물관·미술관이 운영되어 연간 150만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 중 국제현대미술관, 인도미술박물관,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영월곤충박물관이 폐교를 활용한 경우다. 영월의 사례에서 보듯, 폐교의 성공적인 활용은 지자체의 지원, 운영자의 기획능력, 공간활용의 다양성 등 다각도에서 접근 할 때 가능하다.

    인구절벽시대에 해마다 폐교의 수는 늘어날 것이다. 방치되어 흉물스럽게 변해가는 폐교의 모습이 점점 익숙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획기적인 활용 아이디어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양로원, 노인요양시설, 치매쉼터로의 활용도 늘고 있다.

    학교라는 공간구조의 특성이 요양시설로의 활용을 쉽게 했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로의 전환이 개인이나 영세기관이 감당하기에는 재정적 어려움이 크다는 데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관련 법규를 적극적으로 개정하여 폐교 재산을 지자체로 전환하고 공공성이 담보된 사업에 대해 전폭적인 예산지원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초중고 폐교만이 아니라 폐교된 대학 건물도 늘고 있다. 폐교된 대학의 건물은 초중고와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밖에도 지역 곳곳에 빈집이나 빈 건물의 수도 급속히 늘고 있다. 빈 곳이 방치될 경우 지역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미국 영화에 나오는 슬럼가의 모습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폐교를 넘어 빈 건물에 대한 재활용 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