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클래식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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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클래식의 가치

    • 입력 2024.01.26 00:00
    • 수정 2024.01.27 06:46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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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지난 주말 우연히 드라마 한 편을 보게 되었다. 드라마 제목은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우타다 히카루의 데뷔 앨범에 실린 노래 first love와 데뷔 20년에 나온 하츠코이(하츠코이는 일본어로 첫사랑이다) 이 두 곡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야기라고 한다. 

    홋카이도의 하얀 설경 그 위로 펼쳐지는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 막상 내용은 특별할 게 없었다. 오겡끼 데스카란 대사로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와 춘천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어 준 드라마 ‘겨울연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란 노래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화 ‘건축학개론’까지, 한 마디로 이 드라마는 첫사랑에 대한 모든 클리셰를 다 모아놓은 것 같은 그런 이야기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전혀 진부하지 않았다. 클리셰를 잘 모아 제대로 쓴다면 더 이상 클리셰가 아니라 클래식이 된다는 걸 증명해 낸 것이다. 드라마의 배경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아예 삿포로시는 드라마 촬영장소 지도를 만들어 제대로 노를 젓는 중이라고 한다.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사진=넷플릭스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사진=넷플릭스

    얼마 전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되어 엄청난 관심을 받은 드라마 ‘소년시대’의 촬영지는 대부분 춘천이었다. 공지천의 오리배, 육림고개와 요선동 골목길, 중앙시장과 제일시장까지 춘천의 구석구석이 화면에 담겼지만, 드라마 속 설정은 춘천이 아니라 충청남도 부여였다. 그래서인지 방영 내내 작품이 화제의 중심에 올랐어도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아쉽게도 체감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일본 드라마 속 장소들이 주요 에피소드의 배경으로 나와 홋카이도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 것과 대조적이다. 작품의 흥행 여부만큼이나 춘천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극 중에서 제대로 활용되었는지가 중요했던 건 아닐까 싶다. 

    “춘천? 닭갈비 말고 뭐 있어?”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늘 이렇게 강조하곤 한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거나, 다른 도시와 이름을 헷갈리는 대신 ‘춘천’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나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 큰 예산을 들여 노력하더라도 쉽게 되지 않을 일이다. 

    사람들은 종종 익숙함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보편적인 것보다 남다른 것, 새로운 것을 더 높게 평가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익숙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배낭여행을 온 대만의 대학생들이, 부산과 강릉에 이어 춘천을 마지막 여행지로 정하고 우리 숙소에 묵었던 적이 있다. 어떻게 춘천을 알고 찾아왔냐는 나의 질문에, 그들은 “Winter Sonata”라고 답했다. 겨울연가가 나온 지 어느덧 22년이 흘렀다. 준상이네 집도 재개발로 사라졌다. 이제는 춘천에 또 다른 ‘겨울연가’가 필요한 게 아닐까. 

    닭갈비, 막국수, 호반의 도시, 춘천 가는 기차, 로맨틱 춘천. 

    춘천의 아는 맛, 춘천의 클리셰를 제대로 활용해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공감하고 춘천을 사랑하게 할 클래식, 새로운 ‘겨울연가’를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누군가 춘천 여행을 떠올릴 때, 닭갈비와 막국수 옆에 춘천일기란 단어도 자리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단 다짐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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