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강대병원 간호사 “내 가족 아프면 다른 병원 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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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강대병원 간호사 “내 가족 아프면 다른 병원 보낼 것”

    70대 환자 응급실 7시간 방치 사망
    '환자 살려야할 병원이'⋯기피 현상 뚜렷
    낮은 처우에 소아과 교수 집단 유출
    "남우동 원장, 위기 극복 위해 뭘 했나"

    • 입력 2024.01.18 00:09
    • 수정 2024.01.19 11:19
    • 기자명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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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노답이네요 강원대학교병원 응급실⋯.”

    지난달 강원대학교병원(이하 강대병원) 응급실 사망사고 이후 춘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 A씨는 지난 12월 사고로 강대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지만, 대기만 하다 다음날 동네 정형외과를 찾아야 했다. 진단명은 ‘척추골절’이었다. 강대병원 응급실에서는 골절을 찾아내지도 못했다. A씨는 “강대병원을 다녀간 다음 날 저처럼 응급실 대기실에서 대기하던 환자가 돌아가신 뉴스를 봤다”며 “아픈 게 죄인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강원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서 응급환자 보호자가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강원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서 응급환자 보호자가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강대병원 응급실 사망사고 이후 강원특별자치도 거점 의료기관인 강대병원에 대한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원자치도민은 지방 거점 국립대 병원인 강대병원을 믿고 목숨을 맡길 수밖에 없지만 병원에 대한 신뢰는 한동안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며, 병원이 가지고 있던 고질적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70대 환자가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강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대기실에서 7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의료진은 응급실에서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호명했으나 대답이 없자 환자가 병원을 벗어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응급환자를 살려야 할 대학병원 응급실이 오히려 사람이 숨지도록 방치했다는 충격은 컸다. 

    강원대학교병원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실려오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강원대학교병원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실려오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강대병원은 사고 이후 응급실에 인턴 2명, 간호사 3명 증원, CCTV 설치와 모니터링 강화를 재발 방지 대책으로 내놨지만, 도민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강대병원 관계자는 “간호사와 인턴 몇 명 늘린다고 될 문제가 아니고, 지방의 현실이라고 체념할 일도 아니다”라며 “병원장부터 시스템까지 뜯어고치지 않으면 병원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높다”고 말했다.

    ▶‘강대병원 기피 현상’ 어제오늘 일 아니다

    이번 응급실 사망사고는 응급실 현장을 지킬 의료진이 부족한 점과 응급환자 대응 시스템 문제를 드러냈다. 강대병원 내부 관계자는 “응급실 환자 접수 시 케이타스(KTAS)라는 환자 분류소에서 환자를 응급 정도에 따라 증상이 심각한 단계부터 생명이 위독한 환자, 의식이 없는 환자, 덜 긴급한 환자 등으로 나누는데, 진료실 내에서는 응급실 의료진 임의로 환자를 다시 분류한다”며 “환자 분류를 두 번씩 하니 대기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번 응급실 사망사고가 이런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대학교병원 응급실 내부에 붙어있는 대기시간 지연 안내 문구. (사진=이종혁 기자)

    도민들의 강대병원 기피 현상은 응급실 밖에서는 더욱 심하다. 지난해 서울 아산병원에서 간암 수술을 받은 최현욱(65·가명)씨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강대병원이 있지만, 간암이라는 소리를 듣고 고민하지 않고 서울로 갔다”며 “의료 서비스 질에서도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큰 병에 걸렸을 때는 강대병원에서 수술받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강대병원 간호사는 “강대병원에서 일할 때 주변 간호사들도 본인이나 가족이 암에 걸리면 강대병원은 안 간다고 얘기한다”며 “의료진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옆에서 직접 보면서 진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낮은 처우에 인력 이탈, 청렴도 수준도 바닥

    강대병원 안팎에서는 병원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한다. 의료진 인력 부족, 후진적인 의료·행정 시스템, 위기를 타개할 리더십 부족 등이다. 이번 강대병원 응급실 사망사고가 강대병원의 수준을 보여주는 현실이자 내부에 쌓일 대로 쌓인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강대병원이 처우도 좋지 않고, 인력도 부족해 기피 대상으로 꼽힌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대병원 전임 교수직 연봉 평균은 1억5288만원으로 전국 9개 지방국립대병원 의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방국립대병원 의사 연봉 평균은 1억9118만원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특히, 강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단 한 명의 전공의도 충원하지 못했다. 2018년과 2021년에는 각각 1명, 2명 등 6년간 총 3명만이 전공의로 들어왔다. 최근에도 소아청소년과 교수 11명 중 4명이 한꺼번에 병원을 떠나기로 하는 등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

    강대병원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객관적으로도 확인된다. 강대병원은 종합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을 하고 있지만, 매번 탈락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중에서도 암이나 이식 수술과 같은 고난도 의료시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병원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의료수가에 가산 수가를 적용받아 병원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전국 국립대학병원 10곳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되지 못한 곳은 제주대학교병원과 강원대학교병원 2곳뿐이다.

    강대병원의 청렴도 수준도 전국에서 하위권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2022년도 공공의료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강대병원은 종합청렴도 4등급을 받았다.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총체적 위기 해결할 능력 없는 병원장

    병원 내부에서는 강대병원의 고질적 문제의 배경으로 남우동 병원장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한다. 강대병원 관계자는 “지역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 의료기관의 위기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데, 현재 원장은 이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의 수익성을 높여 재정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한 의료진과 선진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남 원장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대병원은 강원대학교 산하 기관으로 병원장을 임명할 때 이사회의 추천과 승인이 있어야 한다. 강원대학교 총장이 이사회의 이사장이고, 나머지 9명은 같은 병원 의사로 구성한다. 그렇다 보니 병원장 연임을 위해서는 결국 이사회에 잘 보일 수밖에 없다. 이미 병원 안팎에서 “남 원장은 병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보다 자신의 연임을 위해 고위층에 잘 보이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소문이 팽배하다.

    지난 몇 년 새 직원들의 처우는 그대로인 채 병원장의 연임에 도움이 될 만한 고위직 연봉만 가파르게 오른 것도 이 점을 드러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강대병원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2018년 5681만원에서 2023년 5790만원으로 5년간 1.9% 상승에 그쳤다. 반면, 병원장과 상임감사의 연봉은 2018년 1억1097만원, 1억810만원에서 2023년 1억3922만원, 1억1866만원으로 각각 25.4%, 9.7%씩 상승했다.

    강대병원 측은 “앞서 일어난 응급실 사망사고나 병원 내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정부나 학계, 의료계가 나서 의사 수를 늘리지 않는 이상 병원 내에서 이런 사고를 모두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MS투데이는 앞으로도 강원대병원의 응급환자 관리 실태와 행정 시스템의 문제점, 지역 거점 대형병원으로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에 대해 지속 취재하겠습니다.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ljhy0707@mstoday.co.kr

    [이종혁 기자 ljhy070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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