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윤 코치 “SON축구아카데미는 18살까지 슈팅 안 시켜요”⋯기본기·인성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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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윤 코치 “SON축구아카데미는 18살까지 슈팅 안 시켜요”⋯기본기·인성이 우선

    MS투데이, 손흥윤 SON축구아카데미 수석 코치 인터뷰
    기본기 만큼 ‘인성’ 중요시⋯“선수이기 전에 사람 돼야”
    아카데미 입단 테스트, 실력보다 축구에 대한 애정 평가
    성인 취미반 운영, “많은 시민이 축구를 경험했으면”

    • 입력 2024.01.02 00:08
    • 수정 2024.01.02 09:34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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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윤 SON축구아카데미 수석코치가 유소년 선수에게 볼 리프팅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손흥윤 SON축구아카데미 수석코치가 유소년 선수에게 볼 리프팅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 손흥민(31·토트넘)의 맹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 배경에는 춘천 ‘SON(손)축구아카데미’가 있다. 이 곳에서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축구 스승인 손웅정(62) 감독과 그의 친형 손흥윤(35) 수석코치가 직접 유소년들을 육성한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유소년 아카데미 활성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SON축구아카데미가 탄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손 코치와 손흥민은 어린 시절 인조잔디조차 갖춰지지 않은 흙바닥 운동장에서 훈련했다.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후배들에게 훨씬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경험시켜주고픈 손웅정 감독의 마음이 SON축구아카데미에 담겨 있다.

    SON축구아카데미의 요람은 손흥민체육공원이다. 손흥민 가족이 자비 약 170억원을 들여 7만1000여㎡ 부지에 축구장 3면과 돔으로 된 실내구장을 만들었다. 제2의 손흥민을 꿈꾸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매일매일 꿈을 쫓고 있다.

    특히 SON축구아카데미에서는 18살까지 슈팅훈련을 시키지 않는다. 대신 공과 친해지고 한 몸이 될 수 있도록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다. 연령별로 갖춰야 할 역량을 적절하게 훈련하는 새로운 선수 육성 시스템을 지양한다. SON축구아카데미는 어떤 곳인지 손흥윤 수석코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18살이 되기 전까지 선수들에게 슈팅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고요.

    소셜미디어(SNS)나 인터넷에 가끔 올라오는 걸 보면 (손)흥민이가 어렸을 때부터 슈팅 훈련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잘못 알려진 거예요. 사실 흥민이가 슈팅훈련을 제대로 시작한 건 18살 때 독일로 건너간 이후부터예요.

    슈팅훈련을 늦게 시작했더라도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버지가 항상 말씀하시는 기본기에 있어요. 무엇보다 SON축구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이 하는 훈련은 볼 리프팅(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차올리는 훈련)입니다. 발의 여러 부위를 이용해 공을 다루다보면 자연스럽게 감각이 생기거든요.

    실제 훈련장에 방문했을 때 유소년 선수들은 “볼 리프팅을 1000번, 아니 수천번 넘게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선수들의 나이는 이제 불과 초등학교 고학년에 불과하지만, 훈련하는 모습은 이미 공과 한 몸이었다.

     

    손흥윤 SON축구아카데미 수석 코치가 본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손흥윤 SON축구아카데미 수석 코치가 본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Q. 기본기만큼이나 ‘인성’을 중요하게 교육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버지가 항상 ‘축구선수이기 전에 사람이 되라’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그런 마인드로 아이들을 가르치죠. 유소년 선수들이 훈련하다 잘 안 풀리면 승부욕에 화를 내기도 하는데, 저와 흥민이도 그런 부분에서 어렸을 때 많이 혼났어요. 운동선수로서의 기질이지만, 그런 것을 다른 사람에게 표출하는 건 안 되는 거죠.

    무엇보다 정리정돈을 강조해요. 아버지에게 사소하고 작은 행동부터 잘해야 운동장 안에 들어가서도 모든 걸 잘할 수 있다고 배웠거든요. 아이들이 운동장에 들어가기 전에 웃옷을 벗어서 개 놓는 것도 일부분이죠.

    Q. SON축구아카데미에 입단하려면 무조건 춘천으로 이사를 와야 한다고요.

    숙소를 운영해봤지만, 부모와 떨어져 살면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해요. 이런 상태에서 훈련에 임하면 아이들이 역량을 100% 습득해가지 못하더라고요. 실제 훈련장에서 느껴지는 집중력에서도 차이를 보이고요. 아버지가 흥민이와 함께 영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이런 연장선에서 아카데미는 선수 인원 대비 코치들이 많아요. 감독님까지 7명이나 있는데, 이 정도는 거의 K리그 유스팀 규모 수준이예요.

     

    춘천 동면에 있는 손흥민체육공원 전경. 이곳은 손흥민 가족이 자비 17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사진=MS투데이DB)
    춘천 동면에 있는 손흥민체육공원 전경. 이곳은 손흥민 가족이 자비 17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사진=MS투데이DB)

     

    Q. SON축구아카데미에 입학하려면 축구를 잘해야겠네요.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SON축구아카데미하면 일단 입단의 벽이 높다는 인식이 있어요. 선입견입니다. 입단 테스트 때도 실력보다 아이가 정말 축구를 좋아하는지를 우선적으로 평가해요. 축구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처음부터 잘하겠어요.

    손웅정 감독 아래 좋은 프로그램으로 꾸준하게 반복 훈련하면 자연스레 좋아져요. 흥민이도 축구가 단지 좋아서 시작했고, 이렇게 유명한 선수가 됐잖아요.

    Q. 손흥민 선수가 올해 아카데미에 방문했는데,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던가요.

    지난 6월 손흥민 국제유소년 친선 축구 대회 때 깜짝 방문했었죠.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이죠. 그냥 열심히가 아니라 “사력을 다해야 한다.” 많이 경험도 해보고 실수도 해보면 도움이 될 거니까요.

    또 아이들이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까 대회라고 하면 위축될 수 있는데, 그런 부분도 다독여줬던 것 같아요. 한 대회, 한 경기로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 없다를 판단하지 않거든요.

     

    SON축구아카데미 유소년 선수들이 볼 리프팅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SON축구아카데미 유소년 선수들이 볼 리프팅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Q.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제2의 손흥민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어요.

    저와 흥민이가 배웠던 프로그램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어요. 아이들 용품이나 경기장 시설들도 많이 발전했고요. 지금 해외로 나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많잖아요. 앞으로도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좋은 선수들이 탄생해 유럽에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Q. 성인들이 배울 수 있는 클래스도 있다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저와 흥민이는 운동장이 없어서 축구를 배우면서 서러움을 많이 받았어요. 춘천시민들에게 조금 더 개방하고, 춘천의 아이들, 춘천시민들이 더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성인 취미반을 만들었고 올해 레슨은 마무리됐는데, 200명 정도가 수강했어요. 내년에도 성인 취미반을 개설할 예정인데, 1월 중에 공지가 올라갈 것 같아요. 축구라는 게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드는 매력이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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