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전말⋯감사원 “文 정부, 발견하고도 방치된 뒤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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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 공무원 피격 전말⋯감사원 “文 정부, 발견하고도 방치된 뒤 피살”

    • 입력 2023.12.07 14:25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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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연합뉴스)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당시 피격되기 전부터 상황을 파악하고도 방치하고, 사건 이후에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감사 결과를 7일 공개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게 피격을 당하고 해상에서 시신이 소각된 사건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씨는 2020년 9월 22일 오전 1시 58분쯤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실종됐다. 안보실은 다음날인 22일 오후 5시 18분 ‘우리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북측에 발견됐다’는 군 보고를 받았다.

    당시 이씨는 약 38시간 동안 바다를 표류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이씨를 발견한 북측은 그를 구조하지 않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안보실 등 관계기관들 모두 사태를 사실상 방치했다. 국가안보실, 해양경찰,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은 이씨가 사망하기 전부터 사실상 손을 놓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이씨의 신변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대북 전통문을 발송하지 않았고, 안보실에서 상황을 전달받은 해경도 경찰 등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런 사실조차 모른 채 이씨와 27㎞㎞나 떨어진 해역에서 수색하고 있었다.

    통일부 담당 국장은 오후 6시께 관련 정황을 파악하고도 이를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이 되기 전에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건작 전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오후 7시 30분께 퇴근했다. 그렇게 이씨가 방치된 사이 북한군은 이씨를 사살하고 소각했다. 안보실에 보고된지 4시간여가 지난 오후 9시 40분부터 10시 50분 사이다.

    은폐와 왜곡도 이씨를 방치한 관계기관들에 의해 행해졌다.

    안보실은 이틑날 서해 공무원 피살 사실에 대한 보안 유지 지침을 내렸고, 국방부는  합참에 관련 비밀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이날 기자들에겐 이미 사망한 이씨를 생존 상태(실존 상태)인 것처럼 작성한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어 오후 4시 35분에는 이씨 생존 당시에는 발송하지 않았던 대북 전통문을 띄웠다.

    안보실은 이씨의 자진 월북 정황을 언론에 알리라는 지침도 내렸다. 국정원과 국방부는 초기에는 시신 소각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나중에 ‘소각 불확실’ 또는 ‘부유물 소각’이라고 말을 바꿨다.

    해경은 다음날인 9월 24일 1차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해경은 이씨가 슬리퍼를 벗어둔 채 실종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자진 월북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이 슬리퍼가 이씨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국정원은 9월 27일 이씨의 자진 월북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월북 판단을 기초로 한 안보실의 대응 지침을 방치했다. 이후 이어진 9월 29일 2차 수사 결과 발표에서 해경은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해경은 이씨가 인위적인 노력으로 북한 해역에 도달했다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표류 예측 결과 분석과 수영 실험 결과를 왜곡 발표하기도 했다. 기자단 백브리핑에서는 이씨의 도박 사실과 도박 빚 등 사생활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경은 10월 22일 3차 수사 결과 발표 때 비공식 심리분석 결과 등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이씨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이라고 했다. 또 어린 딸과 아들이 있다는 점은 밝히지 않고 도박·이혼 등의 부정적 환경만을 제시해 심리분석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관계 기관은 서해 공무원 생존 당시 매뉴얼에 따른 신변 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며 “서해 공무원의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뒤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 자료를 삭제하고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김성권 기자 ks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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