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업이 강연, 유흥주점서 법카⋯709억 ‘공룡 기관’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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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부업이 강연, 유흥주점서 법카⋯709억 ‘공룡 기관’의 민낯

    [전문성 없는 전문기관] ① 방만 경영 실태
    경제진흥원, 도 감찰에서 무더기 행정 처분
    성과급 나눠먹기, 법인카드 대금 밀려
    기업에서 기부금 받아 운영비로 쓰기도

    • 입력 2023.08.31 00:03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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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 산하 강원특별차지도경제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최근 공직 감찰에서 무더기 행정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흥원은 창업, 기업 육성, 경영 개선 등 강원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2000년 강원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로 출범해 2017년 현재 명칭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709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충청북도기업진흥원(406억원), 전라북도경제통상진흥원(417억원)과 비교해 훨씬 많은 예산을 사용한다. 그러나 비대한 몸집에 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육성 성과는 부진하고, 전문성 없이 자체적인 사업 발굴 실적도 미미하다는 질타가 줄을 잇는다. 본지는 진흥원의 방만 경영 실태와 업무 비효율, 그리고 신임 권오광 원장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논란을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진흥원은 올해 강원특별차지도 감사위원회가 실시한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공직 감찰’에서 8건의 처분을 받았다. 주의 조치 6건, 시정 조치 2건 등이다. 진흥원은 강원특별자치도의 부족한 생산 인프라와 서비스업에 치우친 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대부분을 실행한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감찰 결과를 보면 진흥원이 지역의 대표적인 경제 분야 전문기관으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의문이 붙는다.

     

    ▶몰래 강의 다니고 성과급 나눠 먹기

    감사에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직무와 관련돼 외부 강의를 나가면서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흥원 직원들은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사실상 ‘부업’에 나섰고, 기관의 관리는 소홀했다. 외부 강의에 대해 늦게 신고를 한 것만 41번, 월 3회 초과분에 대해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사례는 30번에 달했다.

    특히 원장 다음가는 직책인 A 처장은 월 3회를 초과해 대가를 받고 외부 강의를 하면서도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 앞서 2021년 감사 당시 동일한 사안으로 지적받았음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B 실장은 ‘행동강령책임관’으로서 외부 강의와 관련된 신고‧사전 승인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함에도 소관 업무를 소홀히 했다. 도 감사위는 이 두 명에 대해 원장에게 훈계(주의 촉구) 처분을 지시했다.

     

    강원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는 사전 신고 없이 외부 강의 등에 나선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 직원을 훈계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자료=강원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
    강원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는 사전 신고 없이 외부 강의 등에 나선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 직원을 훈계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자료=강원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

    성과급 나눠 먹기 관행도 여전했다. 지방출자‧출연기관 예산편성지침 및 집행기준과 진흥원 보수 규정에 따라, 임직원 성과 상여금 지급 시 최고 S등급은 20% 이내로, 최저 C등급은 10% 이상으로 인원을 배분해야 한다. 하지만 진흥원은 2021~2022년 상여금 지급 인원 배분 비율을 준수하지 않고 S와 A등급으로 몰아줬다.

    예를 들어, 지난해 진흥원의 직원 84명 중 규정상 S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16명인데 두 배에 가까운 29명이 S등급을 받았다. 8명은 C등급을 받아야 하는데도 실제 C등급을 받은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 관계자는 “S등급과 A등급의 경우 10% 내에서 기관장이 그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도청 공무원 성과급 규정을 적용하면서 지방출자‧출연기관에 적용되는 지침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며 “성과급 규정을 만들 때 어떤 근거를 준용했나에 대한 문제였는데, 이 부분은 내부 규정 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의 연도별 예산 규모. 지난해 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됐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의 연도별 예산 규모. 지난해 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됐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밤 10시에 유흥주점에서 ‘법카’ 사용

    회계 관리도 엉망이었다.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는 유흥주점 업종의 가게에서 심야 시간에 법인카드를 긁거나 신용카드 대금을 3개월 넘게 입금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3회에 걸쳐 유흥‧기타주점에서 오후 9시 이후 27만200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법카’를 이용해 유흥주점에서 회당 평균 9만원이 넘는 술을 마신 것이다. 이와 별개로 직무 관련성이 없음에도 휴일이나 오후 11시 이후 심야 시간에 법인카드를 쓴 경우도 최근 2년간 5건(93만7000원)이나 됐다.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은 4개월간 3회에 걸쳐 유흥‧기타주점에서 법인카드로 27만원을 결제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은 4개월간 3회에 걸쳐 유흥‧기타주점에서 법인카드로 27만원을 결제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법인카드 이용대금 입금을 3개월 이상 밀리기도 했다. 카드 대금을 지연 입금한 경우는 75건에 걸쳐 1304만원이나 됐다. 개인이었다면 카드 대금 입금 지연은 신용점수를 하락하게 하는 원인이다.

    ▶기부금 3000만원은 어디로

    진흥원은 심사위원회도 열지 않고 한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기부받은 3000만원은 ‘운영비’로 사용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흥원 같은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은 기부 금품을 모집할 수 없고,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금품이라도 받아선 안 된다. 다만 기관의 설립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기부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부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진흥원은 ‘강원도 미래유산 기업숲 조성사업’ 명목으로 한 화장품 다단계 업체로부터 2년 반에 걸쳐 3억2000만원을 기부받았다. 위원회 심의 과정은 없었다.

    심지어 이 중 3000만원은 원래 기부 목적과는 다른, 기관 공통운영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회계상 ‘공통운영비’는 교통비, 소모품 구입, 공공요금, 임차료 등에 지출하는 비용을 말한다. 진흥원이 기업에게 돈을 받아 기관 운영 예산으로 사용했다는 뜻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직원의 업무 미숙으로 위원회 심의를 진행하지 못했다”면서도 “기부금을 운용하는데 투입되는 인력 등을 고려해 기부금품의 20% 이내에서 운영비로 쓸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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