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 언제든지 오세요. 시험 기간에는 24시간 운영합니다”

최근 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는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논란의 중심인 가운데 춘천의 한 대학교 앞에 오히려 카공족을 환영하는 카페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춘천 한림대학교 후문 앞에 자리잡고 있는 ‘ㅌ’ 카페는 매일 오후 11시까지 운영하지만, 대학생들의 시험 기간에는 영업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린다. 밤새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공부할 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다. 영업시간 제한이 있었던 코로나19 유행 때를 빼고는 1년에 4번 중간·기말고사 시험 기간인 일주일 동안 24시간 운영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10년째 이렇게 장사를 하고 있다.

매출에는 도움이 될까. 카페 점장 노정훈(44)씨는 “학생들이 10시간 이상 앉아있는 경우도 많아 회전율을 생각하면 매출이 크게 오르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4시간 운영을 할 때는 알바생을 최소 2명 이상 고용해야 해 비용이 더 들어가지만, 매장의 70~80% 손님이 학생 단골손님들인 데다 공부하겠다는 모습이 좋아보여서 서비스 차원에서 하게 됐다”며 24시간 운영하는 취지를 설명했다.

한림대학교 학생 유민정(24)씨는 “학교 독서실은 너무 조용해서 답답하고 부담스러운데 이곳은 적당한 소음이 허용돼 친구와 함께 공부하기 위해 자주 찾는다”며 “오래 앉아있어 죄송한 마음에 음료는 무조건 1인 1메뉴로 시키고, 되도록 디저트도 주문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찾은 카페는 시험 기간이 아닌 데도 대부분 손님들이 노트북, 태블릿 등을 켜고 업무를 보거나 공부하는 모습이었다. 2층 안쪽에는 4명 이상이 쓸 수 있는 스터디룸 공간을 아예 따로 마련돼 있다. 테이블 곳곳엔 멀티탭, 담요 등을 비치해 놓는 등 ‘카공족’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이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카공족’ 논란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22일 한 커뮤니티에 이디야커피의 한 점주가 매장에 ‘3시간 이상 머무르는 경우 추가 주문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인 사진이 올라오면서 여러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은 “오죽하면 저랬겠느냐”는 반응을 보기기도 했지만, “손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엇갈리기도 했다.

한림대 앞 카페에서 만난 학생 임모(20)씨는 “카페 주인 입장에서는 카공족들이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커피 한 잔에 자릿값도 포함돼있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오래 있는 게 아니라면 고객들이 몇 시간 이용하느냐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할 권한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일부 몰지각한 행동들 때문에 ‘카페 공부’의 순기능을 부정해선 안된다“며 ”매너있는 카페 이용에 대한 적절한 정보 제공과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옳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