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②반쪽짜리 개청⋯“공론화 과정 없는 조직 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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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②반쪽짜리 개청⋯“공론화 과정 없는 조직 쪼개기”

    [제2청사, 조기이행인가 졸속개청인가]
    예산 준비 과정부터 행정 절차 하자 질타
    제2청사 준비과정서 공론화 과정 없어
    강원도립대 임시청사 사용에 교수 반발도
    조직 기능, 규모 확대해야 청사 역할할 것

    • 입력 2023.08.10 00:02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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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 개청식이 24일 강릉 제2청사 글로벌관에서 열렸다. (사진=강원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 개청식이 24일 강릉 제2청사 글로벌관에서 열렸다. (사진=강원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가 행정 비효율과 춘천시 인구 유출을 불러올 것이란 점은 제2청사 건립이 처음 공론화됐던 당시부터 예견됐던 내용이다. 막상 제2청사가 개청하고 보니 청사를 유치한 강릉에서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이 도지사 공약 이행을 위해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제2청사 개청을 졸속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제2청사 개청은 김진태 강원지사의 영동권 핵심공약 중 하나였다. 제2청사가 실질적인 청사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공무원 조직에 관한 법 등 2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강원자치도는 권역별 부지사 임명권 등 제2청사 설립에 관한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할 계획이었지만 협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도청 내부의 반발이 극심했지만 제2청사는 예정대로 7월 문을 열었다. 김 지사가 지난 1월 강원도의회 의원총회에서 공론화한지 반년만, 행안부와 관련 협의를 마친지는 불과 3개월여만이었다. 

    절차상의 문제는 예산 준비 과정에서부터 드러났다. 도의회에서는 제2청사 준비 예산 편성에 행정 절차 하자가 있다며 질타가 쏟아졌다. 조직 개편 조례 개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 편성이 먼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예산은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에서 삭감되는 진통 끝에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 심사에서 되살아나며 최종 통과됐다. 정치권 등에서 행정 절차 하자, 도의회 패싱 등의 논란이 나오면서 꼭 7월 개청을 고집해야 하냐는 지적들이 나왔다.

    정의당 강원특별자치도당은 이 같은 제2청사 추진 상황을 ‘졸속’으로 규정하고 도민 의견 수렴을 요청하기도 했다. 도당은 논평을 통해 “도지사의 성급한 결정을 메우기 위해 강원도는 20일 이상 시행해야 하는 입법예고 기간을 지키지 않았고, 제2청사 부지 확보도, 구체적인 행정기구 설치계획도 없이 예산을 달라고만 재촉했다”고 지적했다.

    또 제2청사 예산이 강원도의회 본심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2청사 개청이라는 백년지대계를 기본적인 행정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불과 6개월 만에 급하게 추진한 김 지사와 도, 도의회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치 지역과 위치 선정을 두고도 충분한 논의 과정이 없었다는 비판이다. 왜 강릉에 설치해야 하는지, 또 주문진에 위치한 강원도립대 안에 임시청사가 마련되어야 하는지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허영(더불어민주당·춘천·철원·화천·양구갑) 국회의원은 “제2청사 개청은 영서, 영동 간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기대가 컸는데 개청 과정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자치조직권 확대를 통해 현재의 조직을 쪼개고 나누는 조직 개편이 아니라 변화된 위상에 걸맞은 조직 확대와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제2청사 전경. (사진=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 전경. (사진=강원특별자치도)

    경제단체들을 비롯해 성급한 이전 추진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나왔다. 강원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월 성명을 통해 “도지사의 후보 당시 공약이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주민들과의 여론 수렴없이 제2청사를 강릉에 설치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정당하지도 못한 행정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영동지역 7개 시·군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2강원도청사 공론화위원회 및 선정위원회’를 발족시켜 주민 설명회를 비롯해 이관 타당성 용역을 제안하고 시행하라고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2청사 개청 전후로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립대가 제2청사 임시청사로 낙점되면서 이 대학 일부 교수들은 사용하던 공간을 내줘야 했고 학생들은 화장실 증축공사가 마무리되는 11월까지 공무원들과 함께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김용태 강원도립대 교무팀장은 “사용하고 있는 공간을 내줘야하니 반발이 없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도립대가 별도 기관이 아니라 도와 한 식구라 상황 자체를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들 사이에서는 “왜 하필 도립대”냐는 반발 목소리가 높았고 민원인 방문에 따른 문제와 자유로운 분위기의 캠퍼스에 딱딱한 공직사회 조직문화가 스며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동지역 주민들도 개청을 반기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모습이다. 당초 구상보다 조직 기능과 규모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강릉시의회에서는 도지사 공약 이행을 위한 졸속 개청으로 보여지기 않기 위해서는 규모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들이 나왔다. 당초 5개국 설치 계획이 환동해본부의 기능과 인원 보강에 그치는 수준으로 축소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윤희주(국민의힘) 강릉시의원은 “2청사는 가져왔지만 그에 맞는 인프라 구축이나 광역행정서비스 기능 확대가 강릉까지 왔느냐에 대한 점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했다. 이어 “특별자치도법에 자치조직에 대한 자율성이 조금 더 부여가 되는 특례조항을 담고 분장사무, 행정기구 설치 등을 구체화, 법률화시키 위해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립대 전경. (사진=강원도립대)

    강원자치도 측은 이 같은 문제들이 제2청사 개청이 졸속 추진의 부작용이 아니라 공약 조기 이행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진통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제2청사가 강릉에 설치된 것은 김 지사가 처음부터 공언했던 내용이며, 강원도립대 사용은 강릉시와의 논의를 통해 선정했다는 주장이다. 도 관계자는 “강릉 시내와 주문진 등을 놓고 강릉과 논의한 결과 주문진이 제일 적당하고 도유 건물이라 장점이 많다고 판단했다”며 “환동해본부와 별도로 사용하는 것은 기존에 사용하던 건물을 비워두는 것이 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분리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도는 강원특별법 제3차 개정안에 자치 조직에 관한 특례를 반영해 제2청사의 조직과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제2청사의 신청사 건립에 대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제2청사 추진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논의했는데 행안부와 협의가 많이 늦어져서 시기가 촉박해진 것”이라며 “일단 지역본부로 여건을 만들고 부지사급 승격 여지가 발생했을 때 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릉 출신인 권혁열(국민의힘) 강원특별자치도의회장은 “제2청사 이전이 준비된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정해야할 사항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2청사의 3개국 개청은 형식에 불과하다고 가장 주장했는데 청사의 확대, 개편이 서서히 실천될 수 있다”며 “공무원 복지, 주거문제 해결 등의 문제점들은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승미·최민준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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