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춘천~강릉 왕복만 4시간⋯‘두 집 살림’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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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춘천~강릉 왕복만 4시간⋯‘두 집 살림’ 언제까지

    [제2청사, 조기이행인가 졸속개청인가]
    부지사급 5국 개청 아닌 본부장급 3국 개청
    춘천에서 옮겨가는 공무원 등 총 287명 근무
    오피스텔, 통근버스 하반기에만 6억여원 예산
    춘천시 역할론 대두, 인구 유출 등 대책 모호

    • 입력 2023.08.10 00:03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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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가 지난달 24일 공식 개청한 가운데 공약 조기 이행이라는 입장과 졸속 추진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가 지난달 24일 공식 개청한 가운데 공약 조기 이행이라는 입장과 졸속 추진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가 지난달 24일 공식 개청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한 달여만이다. 당초 제2청사는 부지사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에 자치조직권 특례가 빠지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제2청사는 ‘조기 출범’을 내세우며 7월 강릉 강원도립대 청원관 등에 문을 열었다. 도청노동조합은 ‘도청 쪼개기’라고 반발했고 추진 과정에서 공론화 절차 없이 졸속 추진된다는 비판들이 나오기도 했다. 본지는 제2청사 개청이 조기 출범인지 졸속 개청인지 그동안의 상황을 짚어보고 나아가 2청사 출범이 수부도시 춘천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강원특별자치도 공무원이 강릉 제2청사 출근을 위해 통근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공무원이 강릉 제2청사 출근을 위해 통근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지난 3일 오전 6시 춘천 봉의동 강원특별자치도청.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도청 입구엔 청소 직원을 제외하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20여분이 지나자 A씨가 가방을 들고 도청 앞 계단에 멈춰섰다. A씨는 매일 새벽 강릉 제2청사로 향하는 통근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 상태를 묻자 “새벽 5시에 일어나 피곤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가 지난달 24일 개청했다. 영동과 영서의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양쪽 모두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춘천에서는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개청이 이루어졌고 강릉에서는 당초 목표했던 부지사급 5국 개청이 아니라 본부장급 3국 개청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역 갈등 봉합은 물론 출퇴근으로 인한 업무 능력 저하와 예산 낭비도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춘천에서 일하던 공무원들의 강제적인 ‘두 집 살림’과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비효율이 우선 문제다. 제2청사에는 춘천에서 옮겨가는 공무원을 포함해 총 287명이 근무한다. 춘천 발령 인원 대부분은 도가 마련한 관사에서 생활하고, 일부는 매일 춘천을 오가는 통근버스를 타기도 한다. 제2청사에는 직원 관사용 오피스텔 120채를 마련했고 현재 이 중 115채가 입주했다.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고위급 간부 등 직원을 위한 아파트 관사는 6채가 입주했다. 오피스텔 입주 직원에게는 월세 60만원과 관리비 20만원 등이 지원되며 강릉으로 가족이 이주하는 경우 이사 비용을 지원한다.

    통근 직원을 위한 버스는 평일마다 춘천과 강릉을 오간다. 올해 상반기부터 연말까지 관련 예산 6억7800만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1년으로 계산해보면 연간 13억여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셈이다. 통근버스로 도청에서 제2청사로 출퇴근만 해도 왕복 4시간 이상을 도로에서 허비하게 된다. 통근버스 운영비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본지가 목요일이었던 지난 3일 오전 6시쯤 통근버스가 출발하는 강원자치도청 광장을 방문했을 때 통근버스 이용률은 저조한 편이었다. 출퇴근에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만큼 주중에는 관사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매일 버스를 타야 하는 공무원도 있다. 버스에서 만난 공무원 B씨는 “다들 별 불만 없이 출근하는데 나라고 별 수 있느냐”며 “퇴근하고 춘천으로 돌아와 집에 도착하면 거의 오후 9시다”고 말했다. 이들은 버스 안에 조명이 켜져 있음에도 탑승하자마자 곧바로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버스는 오전 6시 30분 출발해 강릉 제2청사 환동해관과 글로벌관으로 향했다. 춘천에서는 온의동, 춘천지법, 석사동 등을 거쳤는데 아무도 타지 않는 정류장도 있었다. 통근버스 운전기사 C씨는 “춘천에 사는 공무원들이 주로 출근하는 월요일을 제외하면 평일엔 승객이 별로 없다”고 했다.

    통근버스는 강릉 관사와 강릉역, 글로벌관(도립대), 환동해관 등을 잇는 강릉지역 출퇴근 순환노선과 춘천과 강릉을 오가는 노선 등이 운영되고 있다. 춘천~강릉 노선의 경우 실제 강릉으로 발령난 인원들을 대상으로 수렴한 노선이 아닌 기존 도청 통근버스 노선을 따랐다.

    춘천과 강릉을 잇는 통근버스가 운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용률은 예상보다 저조한 모습이다. (사진=최민준 기자)
    춘천과 강릉을 잇는 통근버스가 운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용률은 예상보다 저조한 모습이다. (사진=최민준 기자)

    강원특별자치도의 제2청사 개청에 따라 수부도시로서의 춘천시 위상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시가 인구 30만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도청 공직자의 인구 유출은 심각한 사안이다. 인구유출 최소화와 수부도시로서의 위상 재정립 등 과제가 시급하지만 춘천시의 공식적인 대책이나 입장 발표는 없었다. 춘천시에 따르면 제2청사가 개청한 7월 말 기준 춘천시 인구는 29만1212명으로 전월 대비 99명(내국인 84명) 감소했다. 

    도청 인근 주민들은 도청 이전 발표에 이어 제2청사 유출까지 이어지며 상권 위축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소양동, 약사명동 등 도청 주변 지역구의 이선영(더불어민주당) 춘천시의원은 “도청이 옮겨가면 근처 원도심 상권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에 주민들이 화가 나 있던 상태에서 2청사로 인한 200명 가까운 유출까지 발생했다”며 “반년간 소양동 인구 100명이 유출된 것도 2청사 개청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 주장처럼 춘천 소양동의 인구는 지난해 12월(9028명) 이후 꾸준히 하락해 올해 6월 8901명까지 감소했다. 이 기간 강원 제2청사는 설치안 확정(4월), 도의회 본회의 통과(5월) 등을 거쳐 7월 정식 개청했다. 

    허영(더불어민주당·춘천·철원·화천·양구갑) 국회의원은 “당장 수부도시 춘천으로서는 주요 행정서비스가 분리되고, 관련 인원과 조직이 이동하는 문제가 생겼다”며 “인구 30만 행정도시 춘천을 목표로 중앙정부의 보다 많은 지원과 다양한 혜택을 받기 위한 특례시 지정 목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춘천시청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청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는 인구 유출 등은 우려되지만 도청 인사에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왕기 춘천시 인구정책팀장은 “제2청사로 인한 인구 유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긴 하지만 도 차원에서 청사 공무원들을 발령하는데 시가 나설 수 있는 건 없다”며 “제2청사와 도청 공무원 간 순환 근무를 추진하도록 도를 설득해 강릉으로 갔던 공무원들을 몇 개월 근무 후 다시 춘천으로 불러들여 생활권을 계속 유지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순환근무를 비롯한 춘천시의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운기(국민의힘) 춘천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은 “강릉으로 발령 나 겨우 적응한 공무원을 몇개월만에 다시 춘천으로 불러들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한 건물에서 부서를 옮길 때도 쉬운 일이 아닌데 단지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본청과 제2청사 직원들을 계속 돌리는 건 업무 효율, 비용 모든 측면에서 낭비”라고 꼬집었다. 그는 “도청 직원이 강릉으로 옮겨 간 만큼 지금부터라도 빠져나간 인구를 채울 새로운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미·최민준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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