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들이 도심으로 몰려온다⋯찜통더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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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들이 도심으로 몰려온다⋯찜통더위 영향

    5년 간 전국 7월 한 달 뱀 신고 출동 6235건
    강릉 도심, 춘천 아파트 단지 뱀 출몰 소동

    • 입력 2023.08.02 11:30
    • 수정 2023.08.03 00:04
    • 기자명 윤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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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찜통더위 영향으로 도심과 아파트 단지에 뱀이 출몰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주민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강릉 도심에서 길이 1.4m의 뱀이 출몰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뱀은 주차된 차량 보닛에 숨어 있었다.

    앞서 6월 12일에는 전남 여수 한 주택가에서 길이 2m가량의 구렁이가 발견돼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인근 야산에 풀어줬다.

    최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는 춘천 사농동에 있는 한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 구조한 암컷 공비단뱀(2㎏)이 동물보호소에 들어왔다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춘천 석사천변 공원 등지에서 뱀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춘천 사농동에 있는 한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된 공비단뱀. (사진=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최근 춘천 사농동에 있는 한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된 공비단뱀. (사진=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전문가들은 여름철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까지 뱀이 출몰하는 이유는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하면서 상대적으로 서식이 쉬운 주거지로 뱀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찌는 듯한 더위에 뱀 역시 더우므로 체온을 낮추기 위해 그늘 같은 시원한 곳을 찾아다닌다”며 “도심 아파트 단지 내 나무가 많은 산책로나 인공 폭포 등지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온동물인 뱀은 건조하고 춥거나 습하고 더운 극단적인 기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겨울에 ‘동면(冬眠)’에 들거나 여름에 ‘하면(夏眠)’하는 습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덥고 습한 야생에서 버티지 못한 뱀이 상대적으로 적당한 습도와 기온을 갖춘 도심으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강 변 등 수변 지역에는 사람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설치류가 많고 이를 잡아먹는 뱀에겐 서식이 쉬울 수 있다”며 “한강 둔치엔 수풀이 많고 물이 가까워 뱀이 선호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뱀 출몰지역 표시. (사진=연합뉴스)
    뱀 출몰지역 표시. (사진=연합뉴스)

    통상 뱀이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지만 발견했더라도 함부로 포획하면 안 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 서식 중인 대부분 뱀이 포획 금지 대상이다. 소방대원이 출동해 뱀을 잡아도 살처분하지 않고 야산에 풀어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택가로 서식지를 옮긴 뱀 중엔 독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박 연구관은 "도심에서 뱀을 발견하는 즉시 119에 신고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뱀에게 물린 경우 깨끗한 물로 해당 부위를 씻어내고 독이 몸으로 퍼지지 못하도록 상처 부위를 압박한 채 빠르게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소방청에 의하면 최근 5년간 7월 한 달 전국 119안전센터에서 뱀이 나왔다는 신고로 출동한 건수는 총 6235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8년 873건 △2019년 1077건 △2020년 1554건 △2021년 1583건 등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7월엔 1148건으로 줄었다.

    [윤수용 기자 ysy@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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