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댐 건설과 춘천: 「댐과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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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댐 건설과 춘천: 「댐과 춘천」

    • 입력 2023.07.27 00:01
    • 수정 2023.07.27 12:05
    • 기자명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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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북한강 수계 중심에 놓여 있는 춘천은 고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강과 밀접한 관련 속에 발전했으며, 근래 이루어진 댐 건설은 춘천 변화를 추동한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북한강 수계는 일제의 수탈 표적이었으며, 전쟁 무기 제작에 필요한 광산 개발과 군수물자 공장 가동을 위해 전기가 필요하자 청평댐과 화천댐을 건설했다.

    춘천은 북한강과 북한강수계 제1지류인 소양강이 만나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아래 댐 건설을 시작하였다. 1961년 9월 21일 착공한 춘천댐은 춘천에 세워진 첫 번째 댐으로 순수한 우리기술에 의해 이루어진 까닭에 전국적 관심을 받으며 1965년 완공했다. 이후 춘천-서울 간 도로를 포장하고 1967년 의암댐이 완공됐다. 그 이듬해인 1968년 의암댐 담수가 이루어지고 ‘소양강처녀’ 노래가 전국적 인기를 끌며 춘천은 일약 호반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1967년 공사를 시작한 소양강댐은 동양 최대 사력댐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춘천 호수 관광을 주도하는 상징물로 떠오르며 1973년 완공됐다.

    댐 건설은 춘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상당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댐 건설로 인한 경기 호황, 호반이라고 하는 관광 자원과 이를 통한 도시의 특성 정립, 홍수 조절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으로 삶의 터전 상실로 인한 지역사회 소멸과 문화유산의 소실, 수질오염, 식수원 보호구역 지정 등 지나친 규제는 도시 발전에 저해 요소가 됐다.

     

    1978년 소양강댐 항공사진. (사진=춘천학연구소)
    1978년 소양강댐 항공사진. (사진=춘천학연구소)

     

    댐 건설로 수몰 지역 보상 문제와 수몰로 인해 교통오지가 발생, 주민 생활 불편이 극대화됐고 마을 황폐화 문제로 물류비용과 위험 비용 발생, 추가적 시간 소요로 인한 노동 생산성 약화, 서리와 안개 발생 일수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현실로 드러났다.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 지역 주민은 변화한 환경에 삶의 방식을 농업에서 어업으로 전환해야 했고 내수면어업으로 인한 심각한 수질오염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수몰로 인해 고향을 잃고 학교는 사라졌으며 그 지역 고유 생활 문화유산도 상실하고 말았다. 다만 고향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그 고향에 대한 흔적을 증언하여 상실감을 달랠 뿐이었다. 다섯 시간을 들여야 하는 험난한 성묫길이 아픈 현실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몰민은 정부의 현실성 떨어지는 보상과 고향을 잃고 새로운 생활 환경에서 힘겹고 험난한 생활을 살게 되었으며, 뒤바뀐 생활환경 속에서 고된 농사를 짓거나 저임금과 장시간 공장 노동자로, 일용 노동자로, 장사꾼으로 힘든 일상을 살아가야만 하였다. 여기에 수몰로 인한 지역사회의 소멸과 교통로 단절 문제는 지금까지 해결하기 어려운 민원으로 남아 있다.

     

    1972년 의암호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1972년 의암호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댐 건설로 인해 춘천은 강촌에서 호반의 도시로 변화했고 이를 춘천의 이미지로 부각, 관광에 활용하여 경제적 측면에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수몰민 이주 대책으로 후평산업단지와 옛 남춘천역 근처에 소규모 공장을 짓고 도로망을 확충했으며, 호반의 도시 이미지에 낭만이란 관광 콘텐츠가 생겨나고 이를 통한 대중가요가 인기를 끌며 호수를 배경으로 한 관광 자원이 탄생하여 관광도시 이미지 형성에 이바지했다. 

    소양강댐 건설로 청평사와 연계한 호반 관광이 성행했고 의암댐 건설로 ‘호반의 도시’ 이미지와 공지천 일대를 중심으로 ‘낭만 도시’ 이미지가 생겨 지금까지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전상국, 이외수, 윤대녕, 정찬 등의 소설 속에 등장했으며 한수산의 「안개 시정거리」에는 댐과 춘천 이미지가 오롯이 담겼다.

    춘천은 한때 댐 건설로 변화하고 성장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내어주어야만 하는 수몰민의 애환과 한숨이 숨어 있으며, 고향을 떠나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한 숱한 아픔 또한 묻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울러 늦었지만 2만3000명이 넘는 수몰민을 위한 기념관 마련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준구 필진 소개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소장
    -춘천시 문화도시 정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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