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소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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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소양강

    • 입력 2023.07.21 00:00
    • 수정 2023.07.22 00:12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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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춘천에 이사를 온 건, 그야말로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춘천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취직할 건지 창업을 할 건지 농사를 지을 건지 명확한 방향을 정하고 온 것이 아니었다.

    가끔 어떻게 춘천에 정착하게 된 건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즈음의 상황들을 다시 떠올려보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지금 다시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남편과 함께 이런저런 교육을 들었던 것도 그때쯤이었다. 창업 교육, 사회적 기업 육성 교육, 그 중엔 두 달 가까이 1박 2일 코스로 진행되는 100시간짜리 농업 교육도 있었다. 원래 돈이 많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다고들 하는데 춘천에 이사 와서 춘천일기를 창업하기 전 이 1년간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가난했던, 그야말로 돈도 시간도 없는 그런 날들이었다.

    춘천시 도시재생 대학 수업을 듣게 된 건 우연이었다. 어딘가 길에 붙었던 포스터를 보고, 도시재생이 뭔지도 모르는 채 정말 호기심으로 수업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춘천의 역사부터 앞으로 진행될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교육은 생각보다 훨씬 알찼다. 도시재생 사업지에 실제 살고 계신 주민 어르신들부터 관련 전공을 하는 대학생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춘천이란 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고 싶은지 함께 배우고 꿈꾸는 시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거의 10여 년 만에 대학생들과 함께 팀을 짜서, 팀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대부분 다른 팀들은 효자동, 교동이나 약사명동을 선택했는데, 우리는 소양동과 근화동을 사업지로 선정했다. 소양강이 있는 이 지역이 춘천에서 가장 낭만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양동과 근화동의 앞글자를 따서 소근소근이란 이름을 짓고, 소양동과 근화동을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스탬프투어를 기획했다.

    춘천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소양강 스카이워크에서 시작되어 소양강 처녀상을 지나 근화초등학교를 거쳐 번개시장과 소양정으로 향하는 총 5개의 코스의 스탬프를 모두 모은 참가자분들께는 춘천사랑상품권을 선물로 드렸다. 상품권은 번개시장에서 바로 쓰실 수 있도록 했다.

     

    싱어송라이터 소보의 라이브공연 모습. (사진=최정혜)
    싱어송라이터 소보의 라이브공연 모습. (사진=최정혜)

    이날 스탬프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싱어송라이터 소보의 라이브공연이었다. 소보는 소양보리밥을 줄여서 만든 이름인데, 할머니와 어머니가 하셨던 밥집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우리도 자주 가던 식당인데, 지금은 아쉽게도 더는 운영하지 않으신다. 대신 새롭게 소양보리빵이란 비건제과점을 운영 중이시다.)

    평소 팬이었던 소보님께 조심스럽게 공연을 해주실 수 있는지를 여쭤봤고, 스탬프투어와 공연의 취지가 마음에 든다고 기꺼이 참여해 주셨다.

    한창 더운 여름, 그러니까 딱 요맘때쯤이었다. 종일 스탬프투어를 준비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땀도 잔뜩 흘린 채 스탬프투어의 마지막 코스이자 공연이 열리는 소양정으로 향했다.

    강물에 흘려보낸다

    그 많던 슬픔과 눈물

    모두 다 잊을 수 있게 음

    그렇게 힘에 겨울 때 주저 말고

    그대여 내게 오라 소양강 소양강

    소양정에 기대어 듣던 소보의 소양강, 그리고 그 뒤로 붉게 물들던 노을. 모든 것이 완벽했다.

    소양강이 내게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춘천에 잘 왔다고.

    ■최정혜 필진 소개
    -닭갈비 먹으러 춘천에 왔다
    -춘천에서 눌러살게 된 춘천 찐덕후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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