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킬러문항 배제, 사교육 감소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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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킬러문항 배제, 사교육 감소로 이어질까?

    • 입력 2023.07.19 00:00
    • 수정 2023.07.20 07:59
    • 기자명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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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 언급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지난 6월 수능모의고사에서 킬러문항을 빼라는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부 대입담당국장이 경질되고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은 사임했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집중 신고를 받고 있다. 대형학원을 대상으로 한 국세청 세무조사는 ‘일타강사’에게로 확대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김영삼 정부 시절 사교육을 줄이고 암기식 학력고사의 대안으로 1993년 처음 도입되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문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있는지를 가려내기 위한 시험이다. 처음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이해하기 위한 언어, 논리적 사고를 위한 수학, 외국원서 책을 읽기 위한 영어 등 세 영역으로 기획되었다. 사회과학 및 자연과학 분야 제외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어, 결국 사회와 과학이 추가 되어 최종 언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5개 영역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지난 25년 동안 모두 19차례 변화를 겪으면서 원래 취지가 무색해진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대통령이 말하는 킬러문항은 ‘누군가를 죽이는(kill) 문항’으로, 학교 수업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항이다. 이러한 문항을 풀기 위해서는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고, 수능에 이러한 문제가 출제되는 이유는 사교육 업체의 배를 불리는 교육계의 모종의 ’결탁‘이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문제를 쉽게 하면서도 변별력은 갖추라는 말인데, 쉬운 문제만으로는 변별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문항수를 늘려야 하는데, 문항수를 늘릴 경우 학교교육이 과거의 문제풀이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물수능’, 반대로 어렵게 출제되면 ‘불수능’으로 늘 논란이 일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1월 수능을 앞두고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고사를 실시한다. 이 모의고사에는 재학생 뿐 아니라 N수생까지 모두 참여해 출제기관으로서는 수능 응시집단의 성적분포를 분석하고 본 수능의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응시생들은 신유형 출제여부나 과목별 난이도 등 출제경향을 엿볼 수 있다.

    현재의 대학입시는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진다.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9월부터 시작 되고, 수험생은 6개 대학에 응시할 수 있다. 정시는 대개 면접 없이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하며 수험생은 3개 대학에 응시할 수 있다. 수시는 학교생활기록을 중시하기 때문에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지역별 학교 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공정한 대학입시를 위해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학생생활기록부 전형이나 논술전형 등 수시에 쏠림이 있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2023년까지 수능위주 정시전형을 40%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해 커다란 파장이 일었다.

    사교육은 ’줄 세우기‘ 입시에서 한발이라도 앞서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만큼 킬러문항 배제가 사교육 감소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교육을 줄이려면 근본적으로 수능의 경쟁구조 자체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수능은 이미 원래의 자격고사가 아닌 선발고사 자료로 변질되어, 수능의 기본 취지를 바꾸지 않는 한 사교육은 계속 번창할 것이다. 

    교육부의 지침을 가장 충실하게 분석하고 따르는 곳이 다름 아닌 사교육 시장이다. 최근 의대정원 증원과 첨단산업학과의 신설, 재학생 감소로 N수생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며, 이들이 입시를 준비하는 곳이 사교육 기관이다. 여러 대입 비리수사를 통해 입시전문가를 자처하는 대통령과 대통령에게 많이 배웠다는 교육부장관의 말을 들으면서 이 나라 교육이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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