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여행기] 그곳은 항상 봄, 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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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여행기] 그곳은 항상 봄, 영춘!

    • 입력 2023.07.14 00:00
    • 수정 2023.07.14 20:57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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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10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무작정 시골 시내버스를 타고 가장 한적해 보이는 곳에서 내렸습니다. 도착한 곳은 단양군 영춘면. 신기하게도 생전 처음 걸어보는 마을에서 따뜻한 고향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영춘면사무소를 지나 언덕으로 올랐습니다. 언덕 꼭대기에 보이는 하얀 집이 너무 멋져 보였거든요. 그곳에 서서 노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남한강과 어우러지는 마을을 바라봤습니다.

    영춘면과 남한강 사이에는 ‘뚝방길’이 있습니다. 배낭을 메고 그 길을 걷습니다. 왼편에는 항상 봄이라는 영춘면이, 오른편에는 저 멀리 강원도 영월에서부터 흘러 흘러온 남한강이 보입니다. 그리고 정면에는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그 온달산성이 보입니다. 늦여름 해 질 무렵 바람은 산들거리며 땀을 식혀줍니다. 이상하게도 처음 걸어보는 이 길도 마치 데자뷔처럼 너무도 익숙하고 또 그리운 느낌입니다.

    그렇게 마을을 한 바퀴 휘휘 돌아 영춘중학교 앞에 있는 금강반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사장님의 탕수육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곳. 이런 시골 마을에서 이런 퀄리티의 탕수육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동안, 이 금강반점 탕수육을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남천 계곡 입구에 있는 캠핑장으로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텐트를 비롯한 아무런 캠핑 장비 없이 캠핑장에 들어가니 관리하시는 분이 신기해하시네요. 캠핑장 요금을 반만 받으시고 몸조심하라고 감자 몇 개 챙겨주십니다. 원시인처럼 모닥불을 붙여서 계곡의 찬 기운을 몰아냅니다. 그렇게 미리 챙겨간 고기와 감자를 구워 먹으면서 여름의 끝자락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모기는 별로 없었습니다.

    이렇게 짧지만 강력한 만남 이후 매년 영춘을 찾았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탕수육을 먹는다는 이유로, 더러는 남한강 ‘뚝방길’을 걷는다는 이유로, 때로는 언덕 위의 하얀 집을 본다는 이유로, 아 당시에 저는 그 하얀 집을 50살이 되면 꼭 사고야 말 거라는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연개소문 같은 사극을 촬영한 온달 테마공원 위에 있는 온달산성도 제법 괜찮은 등산코스입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30분쯤 올라 정상에 도착하면 초록빛 잔디와 푸른 하늘, 그리고 작지만 예쁜 마을 영춘의 모습이 한눈에 보입니다.

     

    영춘면의 뚝방길과 남한강 (사진=강이석)
    영춘면의 뚝방길과 남한강 (사진=강이석)

    사실 영춘은 천태종 본산, 구인사 덕분에 유명합니다. 기왕 영춘을 좋아하게 됐으니 불자는 아니지만, 구인사에 한번 가봅니다. 신기하게도 건물들이 계곡 오르막을 따라 양쪽에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규모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합니다. 30분쯤 오르막을 오르니 절의 끝이 보입니다. 대웅전에 잠시 앉아 명상해봅니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평온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출출하니까 밥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고기를 정말 좋아하지만, 절밥도 참 괜찮은 것 같습니다. 밥을 먹고 자율적으로 시주하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영월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영춘으로 가는 순간이 사실 영춘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을 가득 태운 봉고차보다 약간 큰 미니버스는 30분을 남한강을 따라 달립니다. 하나둘씩 손님을 내리고 결국에는 기사 아저씨와 저만 남습니다. 그리고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분위기에 맞는 음악과 함께라면 그 순간 이미 최고의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영춘을 꿈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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