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감언이설] 캠프 페이지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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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의 감언이설] 캠프 페이지를 지나며

    • 입력 2023.07.06 08:30
    • 수정 2023.12.07 14:55
    • 기자명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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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ITX가 생기기 전 한두 번 춘천에 오긴 했지만, 이른바 ‘생활인구’의 일원이 되어 정기적으로 춘천을 오가며 일하게 된 건 2018년 말부터였다. 올해로 햇수로는 6년, 그 기간 춘천과 강원지역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일을 했다. 다사다난하고 변화무쌍한 시간이었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춘천역에 내리면 펼쳐지는 풍경이었다. 과거 캠프 페이지였던 그곳은 부대가 철거된 후 광활한 공터로 남아 있었다. 역에서 내리면 사무실이 있는 시청 앞까지 20분 정도 걸어서 출근하곤 했는데, 공터를 보며 걷는 길은 꽤 지루했다. 사무실이 명동으로 옮긴 지금도 출근길에 여전히 지루한 그곳을 지나고 있다.

    여러 계획이 있었던 거로 기억한다. 한때는 그곳에 영상 단지가 들어선다는 소문도 있었다. 실현되었다면 춘천이 좋았을 거다. 서울에서 한 시간밖에 안 걸리는 역 바로 앞에 스튜디오가 있었다면, 이후 수많은 OTT 드라마가 그곳에서 만들어졌을 거고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됐을 거다. 사업비 700억 원 규모의 종합 개발 계획도 있었다. 다양한 문화 공간과 생태 관련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었는데, 추진되었다면 올해엔 그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거다. 민선 8기 시기엔 유력한 도청 신청사 부지로 부상했지만 무산되었다. 우여곡절의 시간이었고, 한때는 토지 정화 부실 문제로 개발이 연기되기도 했다. 약 50만 평방미터의 거대한 ‘역세권’의 땅은 여전히 그렇게 비어 있다.

    최근 그 땅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하반기에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수도권과 한 시간 거리라는 장점을 활용해 산업 기반을 형성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최근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상황에서 더욱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여러 단계의 조사와 계획을 거쳐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그곳이 문화적인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결국, 산업 단지가 들어서더라도,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관련 공간이 반드시 있었으면 한다. 춘천엔 많은 문화 행사가 있지만, 남춘천역이나 춘천역 근처에서 열리진 않는다. 대중교통도 좋은 편이 아니라, 결국은 역에서 택시를 타야 한다. 만약에 춘천역 앞에 다목적 문화 공간이 생긴다면, 그곳에서 공연도 하고 영화도 상영하고 콘서트도 열 수 있다면, ITX와 연계되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춘천은 넓다. 그곳을 산업 단지만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문화 시설은 그곳에 지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문화도시 춘천’의 콘텐츠도 지역민 중심으로 향유되는 단계를 넘어 더 강한 경쟁력을 지니게 된다. 

    나는 춘천이 지닌 문화적 다양성이 지역을 넘어 확장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춘천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춘천의 것을 소개하고, 외부의 것을 끌어들이는 끊임없는 교류가 이뤄져야 하며, 몫 좋은 곳에 그 미팅 포인트가 될 만한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춘천역은 레고랜드 가는 사람들만으로, 자전거나 닭갈비 애호가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지금은 대부분 사람이 남춘천역에서 내리지만, 캠프 페이지가 ‘즐길 만하게’ 바뀐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종점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거다. 

    ■김형석 필진 소개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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