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의 부동산 투시경] 속도만 좇다가는 ‘인생의 고산병’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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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갑의 부동산 투시경] 속도만 좇다가는 ‘인생의 고산병’ 온다

    • 입력 2023.07.03 00:00
    • 수정 2023.07.03 11:25
    • 기자명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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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고산병은 해발이 높은 지대를 급하게 올라가면서 생기는 병입니다. 일정을 촉박하게 짤수록 고산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죠.”

    몇 년 전 히말라야 산을 트레킹한 김재경(가명‧52) 씨. 그는 정상까진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번 트레킹에서 소중한 경험을 했다. 고산병을 통해서다. 고산병은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낮아진 기압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다. 그 역시 고산병으로 더는 산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고산병에 대해 대학 시절 생애 처음으로 접한 술을 과음했을 때 겪는 증세와 비슷했다고 회상했다. 두통, 수면 장애, 식욕부진, 그리고 구토⋯.

    갑자기 지대가 높아지니 신체 입장에서는 리듬이 깨지면서 진통을 겪는다. 다시 산 아래로 내려오니 고산병은 눈 녹듯 사라졌다. 치료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해발이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고산병을 덜 겪으려면 내 몸이 고지대에 적응하도록 시간이 필요하더군요. 가령 산을 오르다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면 아래로 내려갔다가, 나아지면 산행을 다시 시작해 좀 더 올라가는 것이죠.”

    이른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방식’이다. 이런 반복 과정을 통해 고산병을 이기면서 목표 지점에 오를 수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고산병은 바로 과속의 후유증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삶이든, 일이든, 사랑이든, 재테크든 모든 게 다 속도전을 치르는 것 같다. 한마디로 속전속결식이다. 정보가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포노사피엔스 시대라서 그런가. 하지만 성과를 거두기 위해 과속을 하게 되면 반드시 사고가 나게 되어 있다.

    글로벌 브랜드 기업 회장을 업무로 만났더니 대뜸 술과 식초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렸다니 그는 천천히 발효되면 술이 되지만, 빨리 발효되면 식초가 된다고 했다. ​술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너무 급하게 속도를 내면 엉뚱하게 식초로 바뀐다는 얘기다. ​이 기업인의 말은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에만 매달리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너무 급하다. 무엇이든 속전속결을 좋아하고 뭐 그렇게 바쁜지 경주하듯 하루하루를 산다. 투자도 단박에 고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조급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앞만 보지 말고 주위를 돌아보자.

    공자는 "멈추지 않는다면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남들보다 돈을 좀 덜 벌었다고 자책하지 마라. 괴테의 말처럼 방향이 옳으면 속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가령 서울에서 부산으로 갈 때 남들은 비싼 KTX 타고, 나는 무궁화를 탄다고 자기비하를 할 필요 없다. 하루 24시간으로 보면 큰 차이 나지 않는다. 사고 없이 무사히 부산 도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긋난 방향으로 빨리 달리면 원점으로 되돌아와서 다시 달려야 한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허비된다. 거듭 강조하건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이번 MZ세대의 ‘영끌 푸어’나 재테크 수난도 바로 속도전의 상흔이 아닌가 싶다. 마치 ‘인생의 고산병’을 겪고 있다고나 할까? 단박에 기성세대를 뛰어넘으려는 조급증이 결국 수난을 자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모아놓은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단기간 고수익을 올리려면 타인의 자본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레버리지는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지만 잘못되면 고통을 배가시킨다. 인생은 길다. 그만큼 돈 벌 기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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