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매출보면 한숨만" 점주들은 최저임금도 못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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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매출보면 한숨만" 점주들은 최저임금도 못 건진다

    [지방 편의점의 위기] ② 점주의 한숨
    주 60시간 근무 편의점주 시급은 8800원
    점주들 입 모아 “최저임금 주면 운영 불가”
    본사와 수익 분배·수수료에 폐업도 어려워

    • 입력 2023.06.29 00:03
    • 수정 2024.01.02 09:27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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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해 고용 시장에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춘천과 같은 지방 도시의 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이 높아질수록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가 불행해지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극심하다. 청년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알바)로 내몰리고, 점주들은 최저임금을 맞춰주느라 아르바이트생만도 못한 수입을 얻는 경우가 빈번하다. 편의점 알바와 고용주 양측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최저임금제의 실태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지난달에는 250시간 일하고 220만원 벌었습니다. 시급으로 따지면 9000원이 좀 안 되네요.”

    춘천 퇴계동에서 5년 넘게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얼마 전 24시간 영업을 포기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며 밤샘 영업은 필수라고 생각했으나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탓이다. 매출이 거의 없는 새벽 시간대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는 임금이 한 달에 200만원 이상이었다.

    특히 야간 수당이 큰 부담이다. 야간수당은 근로기준법상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근로하는 이들에게 기존 시급(시간당 9620원)에서 1.5배를 더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근무할 경우 총 11만5440원을 받을 수 있다.

    24시간 영업을 포기할 경우 본사와 나눠 갖는 수익률이 줄어든다. 심야 영업으로 70% 이상 보장되던 수익률은 현재 60%대까지 줄었다. 하지만 김씨는 이를 고려해도 야간 운영을 포기하는 게 이득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김씨는 “인건비 비중이 워낙 높아 어떻게든 줄여야 했다”며 “낮시간에도 대부분 내가 직접 일하고 직원을 1~2명만 남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원을 5인 미만으로 둘 경우 주휴, 야간 등 각종 수당 지급 의무도 사라진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24시간 영업 당시 김모씨의 근로시간은 일주일에 최소 60시간이었다. 하루 매출은 120만~130만원 수준으로 본사 수수료와 점포 임대료, 공과금, 인건비 등을 지출하면 그에게 남는 금액은 한 달에 200만~250만원 정도였다. 수입이 적을 땐 최저임금만큼도 벌지 못한 것이다.

    춘천지역 편의점주들은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비판에 “최저임금을 맞추면서 편의점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지방에서 편의점을 운영해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이 한정적인데, 지역이나 업종을 따지지 않고 똑같이 시간당 1만원에 가까운 임금을 주는 건 형편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저임금 근로자보호를 위해 최저임금제 도입에 찬성한다 해도, 지역이나 업종 실정에 맞는 유연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

    편의점주들은 “최저임금을 맞추면서 편의점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본지가 촬영한 사진을 AI로 재구성한 모습. (그래픽=최민준 기자·미드저니)
    편의점주들은 “최저임금을 맞추면서 편의점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본지가 촬영한 사진을 AI로 재구성한 모습. (그래픽=최민준 기자·미드저니)

    점주들은 과도하게 높은 최저임금 때문에 오히려 청년 고용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청한 춘천 후평동의 한 편의점 점주 A씨는 “일하는 학생들에겐 미안하지만, 최저임금을 다 맞추면 편의점 운영이 불가하다”며 “직원들도 사정을 이해하고 있고 대신 남는 도시락, 음료수를 직원들이 자유롭게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최근 “직원을 얼마만큼 줄이느냐가 장사의 성패를 가른다”거나 “직원을 줄이든 최저임금을 안 주든 둘 중 하나는 해야 가게를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흔히 등장해 공감을 받고 있다.

    편의점 본사와 나눠 갖는 수익 구조도 점주들의 숨통을 조인다. 휴일도 없이 일하지만, 직원 월급과 가맹 수수료 등을 내고 점주에게 돌아가는 돈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형국이다. 점포 타입에 따라 수익률 분배가 달라 조금만 매출이 떨어지면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변동. (그래픽=박지영 기자)
    최근 5년간 최저임금 변동. (그래픽=박지영 기자)

    편의점 업체들은 개업 전후 투자금액, 계약 기간, 보증금에 따라 타입을 나눈다. 임차권을 점주가 아닌 본사가 갖는 A사의 ‘나’ 타입 점포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점주에게 돌아가는 수익률이 45%에 그친다.

    폐업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편의점 운영의 경우 초기 창업비용이 낮아 많은 이들이 몰리지만, 폐업 시 본사에 지급하는 위약금이 발생한다.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년 평균 월 수수료나 수익 35% 이상에 시설·인테리어 등에 관한 보상 비용을 합쳐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폐점 조사 등을 위한 명목으로 50만원이 넘는 수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1년간 월평균 수익이 300만원이었다면 폐업 시 본사에 내야 하는 비용은 400만원 이상이다.

    편의점 최저임금 문제는 어려운 사람들 간의 갈등, 을과 을의 갈등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을 맞춰주지 않는 편의점 업주에게 과도한 비난의 화살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정호 소상공인연합회 춘천시지회장은 “직원 월급보다 점주 개인이 가져가는 소득이 적거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심야에 직접 근로하는 등 상황이 어려운 점주들이 많다”며 “점포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최저임금을 강요하는 게 나을지, 정상적인 운영과 함께 충분한 고용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하는 게 나을지는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으로 인한 고용 경직이 심각한 만큼, 업종과 지역을 고려한 합리적인 임금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윤정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최저임금 지금처럼 계속 인상된다면 생활비가 필요한 학생이나 청년들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라며 “편의점 같은 노동 강도가 세지 않은 업종,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는 지금보다 더 유연한 임금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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