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감언이설] 축제의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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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의 감언이설] 축제의 루틴

    • 입력 2023.06.21 00:00
    • 수정 2023.12.07 14:55
    • 기자명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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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최근 한국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축제’다. 부정적 이유 때문이다. 비난의 초점은 ‘바가지’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에 등장한 한 지자체 축제 현장에서, 전통 과자 1.5㎏이 7만원에 판매되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 봇물 터지듯 이곳저곳에서 ‘사고 사례’들이 접수되었다. 1만7000원짜리 닭강정, 4만원짜리 통돼지 바비큐, 1만원짜리 어묵꼬치⋯. 하나같이 빈약한 내용물에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축제 음식들이었다. 최근 춘천에서 열린 막국수닭갈비 축제도 이러한 상황을 피하지 못하며, 3장에 2만5000원인 지름 10㎝짜리 감자전이 SNS에 오르내렸다.

    이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축제는, 특히 먹거리나 특산물을 내세우는 지역 축제는 루틴에 갇혀버렸다. 축제는 음식 파는 장사꾼들이 몰려드는 장터가 되어 버렸다. 그들은 시중의 두세 배 되는 가격으로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털고, 축제의 클라이맥스는 불꽃놀이 같은 스펙터클과 트로트 가수의 퍼포먼스가 장식한다. 전국 어느 축제를 가도 마찬가지다. 문제점은 고쳐지기 힘들다. 지자체엔 축제를 관리할 공무원이 부족하며, 상당수 대행업체나 지역 단체에 의해 축제가 이뤄진다. 자릿세를 내고 들어온 상인은 그 이상을 벌기 위해 높은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광객이 입게 된다. 

    이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되었다. 6월 초에 있었던 무주산골영화제는 만족할 만한 퀄리티의 음식과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는데, 이것은 지자체와 행사 주최 측의 철저한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 중요한 건 이 축제가 먹거리가 목적이 아닌, 영화와 공연과 체험이 중심인 문화 축제라는 사실이다. 나는 향후 대한민국의 축제는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장년층과 노년층을 위한 문화적 이벤트가 부족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제가 그 연령대를 대상으로 먹거리와 음주 가무와 가수 공연으로 구성될 필요는 없다. 전국 각지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거의 다 비슷하다. 그 축제를 각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고, 몇십만이 다녀갔다는 식으로 신뢰하기 힘든 숫자를 내세워 홍보한다. 루틴이다.

    제안 하나 하고 싶다. 내년 막국수닭갈비축제에선 올해처럼 ‘닭갈비 빨리 많이 먹기’ 대회 같은 것 말고, 전국의 청년 셰프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닭갈비 레시피 경연 대회나, 아이들이 참여하는 닭갈비 3행시 대회나, 춘천의 음식 문화에 대한 백일장 같은 문화적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초대 가수 한두 명만 줄여도 이들에게 줄 상품이나 상금은 마련될 것이며, 축제의 이미지도 달라질 것이다. 스펙트럼을 확장해 ‘춘천 푸드 페스티벌’은 어떨까? 춘천이 지닌 커피 문화나 감자빵도 소개하고, 닭갈비나 막국수 이외의 먹거리도 개발해서 소개했으면 한다. 공연도 천편일률적으로 트로트에 한정시키지 말고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으면 좋겠다. 그래야 좀 더 넓은 연령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축제는 병들어 있다.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의 축제들도 조금은 달라졌으면 좋겠다. 긴 세월 동안 반복되었던 축제의 루틴. 이젠 지겹다.

    ■김형석 필진 소개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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