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기 눈치 보여" 졸업하고도 대학가 못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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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가기 눈치 보여" 졸업하고도 대학가 못 떠난다

    졸업 후에도 대학가 떠나지 않는 청년들
    고용시장 위축에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
    청년 취업자 10만명 줄어 7개월째 감소
    해외에서 일하는 워킹홀리데이 신청하기도

    • 입력 2023.06.15 00:01
    • 수정 2023.06.18 09:47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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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춘천 교동 대학가. 집을 나선 김수진(24)씨는 근처 한 음식점으로 출근했다. 올해 초 대학을 졸업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여전히 대학가를 떠나지 않은 채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한다. 김씨는 가족들의 눈치가 보여 본가인 서울에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려고 이력서를 몇 군데 돌려봤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눈칫밥만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 후에도 시간제 근무로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 대학 졸업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대 취업자 수는 감소하는데 시간제 근로를 택한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청년 취업자 400만명 가운데 29만명(7.3%)이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로 10년 전과 비교해 6만3000명 증가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6만3000명 감소했다. 15~29세 청년 취업자의 경우 전년 대비 9만9000명 줄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취업자 수는 증가했으나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 취업자였다.

    일자리가 줄어들자 대학을 이미 졸업한 청년들도 쉽사리 사회에 발을 들이지 못한다. 희망하는 직장에선 매번 아쉬움을 삼키고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취업난 지속으로 청년들이 졸업 후에도 대학가를 떠나지 못하는 가운데 14일 오후 춘천 한 대학가에 인력 모집 공고가 붙어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취업난 지속으로 청년들이 졸업 후에도 대학가를 떠나지 못하는 가운데 14일 오후 춘천 한 대학가에 인력 모집 공고가 붙어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쉽사리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지 못한 청년들은 졸업 후에도 대학가에 남았다. 효자동에 거주하는 이현수(26)씨는 “학교 앞이 익숙하기도 하고 원룸 월세도 저렴해 계속 살고 있다”면서도 “현실에 안주하고 점점 노력을 안 하게 돼 불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의도치 않게 시간제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는 청년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수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임금근로자의 증가율(1.4%)보다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당장 생활비 등이 필요해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는 15~29세 생계형 시간제 근로자는 2012년 7만1000명에서 지난해 13만4000명으로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취업 시장을 피해 해외를 선택하기도 했다. 강원대 졸업생 김모(28)씨는 최근 캐나다로 가는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했다. 워킹홀리데이는 국가 간의 협의를 통해 해당 국가에서 1년간 거주하고 현지 업체에서 일하며 언어, 문화 등을 학습하는 관광 취업 비자를 말한다. 김씨는 “회사들은 취업하지 못한 기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더라”며 “해외 경험 이력도 추가할 겸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지난 10년간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증가세가 임금근로자보다 더 가팔랐다는 것은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고용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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