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다큐3일 눈물의 통편집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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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다큐3일 눈물의 통편집 비하인드

    • 입력 2023.06.09 00:00
    • 수정 2023.06.09 13:43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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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엊그제 육림고개에서 80년대 배경의 드라마 촬영이 있었다.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한걸음에 육림고개로 달려갔다. 작년 11월 영업을 마치고, 육림고개에 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니 일부러 그쪽으로 지나가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춘천일기 매장이었던 공간은 건물주 강냉이 사장님의 창고가 되었다. 우리가 만든 춘천 굿즈, 벽에 가득 붙어있던 엽서와 포스터, 손때 묻은 가구들, 지난 5년간의 추억들은 온데간데없고 강냉이로 가득 찬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했다. 흡사 많이 좋아했던 첫사랑을 우연히 마주친 듯한 기분이랄까? 

    현수막과 포스터 몇 개로 어느새 골목은 세트장도 필요 없이 80년대로 고스란히 이동한 것 같았다. 일부러 꾸며내지 않은 레트로함, 50년 가까이 제자리를 지킨 올챙이 국숫집 옆에 핑크빛 간판의 귀여운 마카롱 집이 나란히 있는 골목길, 바로 그게 육림고개만의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코로나 전, 육림고개는 꽤 핫한 여행지였다. 뜨는 상권에 흔히들 붙이는 ~리단길이란 이름이 육림고개에도 붙었었다. 그 열풍의 주역은 바로 다큐3일이었다. 

    지역 방송국이나 케이블방송국에서 촬영을 온 적은 종종 있었지만, 우리가 거의 매주 챙겨보는 다큐3일에 육림고개가 나온다는 게 정말 너무 신기했다. 

    다큐3일은 정말 프로그램 제목처럼 3일 내내 쉼 없이 촬영을 진행했다. 우리를 찍는 전담 카메라 감독님도 계셨고, 우리뿐만 아니라 매장에 다녀가신 손님들의 인터뷰도 정성스레 담아냈다. 마치 다큐3일 명장면에서 본 것 같은 인생을 담은 질문들과 진심 섞인 이야기들이 카메라 너머로 오갔다. 드디어 촬영 마지막 날, 카메라를 철수하며 촬영 감독님이 ”두 분 꼭 행복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다정히 손을 흔들어주셨다. 그 순간 왜인지 모를 뭉클한 감정과 함께 눈물이 핑 돌았다. 

    드디어 기다렸던 방송 날이 다가왔다. 과연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나오게 될지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방송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디님께 전화가 왔다. 

     

    편집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춘천일기 분량을 많이 덜어내게 되었고, 방송에 우리가 거의 담기지 않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미리 연락을 주신 거라고 하셨다. 이른바 통편집을 당한 것이었다. 당연히 이해한다고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의연하게 전화를 끊었지만, 사실은 엄청 속상했던 것 같다. 

    육림고개 편은 다큐3일 중에서도 상당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육림고개“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심지어 KBS에서 여러 차례 재방송을 편성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방송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인 월요일부터 골목길 전체가 들썩였다. 방송에 집중 조명되었던 몇몇 가게들 앞엔 긴 웨이팅 줄이 생기기도 했다. 육림고개란 이름의 오래된 골목길이 사람들에게 가장 조명받았던 순간이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다큐3일도 막을 내렸고 육림고개에 북적이던 사람들도 하나둘 사라져 다시 예전의 한적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그때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노포들과 청년 상인들이 남아있다. 비록 춘천일기는 육림고개를 떠났지만, 춘천일기의 첫사랑 육림고개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단 바람을 가져본다. 

    ■최정혜 필진 소개
    -닭갈비 먹으러 춘천에 왔다
    -춘천에서 눌러살게 된 춘천 찐덕후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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