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감언이설] 엔데믹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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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의 감언이설] 엔데믹의 축제

    • 입력 2023.06.08 00:00
    • 수정 2023.06.08 08:07
    • 기자명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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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문화 기획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갖게 되는 궁극적인 질문은 하나다. 어떤 이벤트를 만들어야 많은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문화적 의의나 예술성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일단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며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물론 소수 엘리트 중심의 문화도 존재하지만, ‘대중문화’라는 익숙한 표현이 있듯 문화는 대중으로 전제로 할 때 강한 힘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몇 년의 팬데믹 시대는 문화의 암흑기였다. 수십 년 동안 이어졌던 문화 행사가 중단되었고, 설사 힘겹게 열리더라도 거리두기로 인해 엄격한 인원 제한이 있었으며, 감염자가 생기면 중단되기도 했다. 일상의 즐거움이었던 축제는 하루아침에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이 되었다.

    지난 6월 1일을 기점으로 정부는 엔데믹을 공식 선언했다. 코로나 19는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 아니라 풍토병이 된 것이다. 사실 선언 이전부터 실질적으로는 엔데믹 시기였고 많은 축제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얼마 전 있었던 춘천마임축제도 중앙로에서 대규모 군중과 함께 물의 대난장을 펼치며 팬데믹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건 춘천만의 일은 아니다. 춘천영화제를 준비하며, 4월 말에 있었던 전주국제영화제부터 최근 무주산골영화제까지 여러 영화제를 둘러보면서 가장 와 닿았던 사실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한국영화가 불황이며 극장가가 관객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고 하지만, 영화제는 예외인 것 같았다. 사람들이 영화‘관’은 안 가도, 영화‘제’는 북적인다. 팬데믹 기간에 OTT 중심으로 관람 행태가 변하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습관은 약화되었지만, 대신 축제를 통해 영화를 접하길 원하는 갈망은 반비례해서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6일에 막을 내린 무주산골영화제는 인상적이었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하는 이 영화제는 이 시대의 문화 축제가 겨눠야 할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글로컬 시대의 문화 이벤트다. 이 영화제는 국제영화제는 아니지만, 해외 감독을 초청하고, 매년 외국의 영화 작가를 선정해 특별전을 연다. 한편으론 무주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지역 친화적 모습을 보여준다. 덕유산 야영장에서 여는 심야 영화상영회는 이 영화제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이벤트로 올해도 큰 인기를 끌었고, 등나무 운동장의 콘서트와 야외 상영도 인상적이다.

    지역 상권을 영화제 안으로 끌어들여 야외 푸드코트를 열고, 아이들을 위한 스테이지를 마련해 가족 단위의 관객들을 유입시키기도 한다. 그 결과 다양한 연령대와 성향의 수많은 관객이 모여, 5일 동안 ‘무주’라는 공간에서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하고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국내와 해외의 문화적 흐름을 아우르는 문화 축제였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춘천도 최적화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이면서도 자연 친화적이고, 다양한 문화적 전통을 지닌 도시.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로 들렀다 가는 것이 아닌, 체류형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이러한 지역적 장점을 최대한 살린 문화 행사가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엔 지역과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김형석 필진 소개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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