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과 사라질 운명 ‘일단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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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엔데믹과 사라질 운명 ‘일단시켜’

    [칼럼] 김성권 기획취재팀장

    • 입력 2023.06.08 00:00
    • 수정 2023.06.09 07:52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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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공공배달 플랫폼 서비스를 더 키운다고 한다. ‘서울배달 플러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민간업체도 끌어들였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배달앱 시장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 오히려 민간업체와 정면 승부를 선언한 셈이다.

    대구시도 판을 더 크게 벌리고 있다. 공공앱 3대장 중 하나인 ‘대구로’가 호응을 크게 얻자 대형 민간 플랫폼에 대항할 ‘지자체판 공룡앱’으로 변신을 예고했다. 배달서비스를 넘어 문화 체육시설, 공연, 미용까지 사용처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대구로는 출시 3개월여만에 주문액 100억원을 돌파하며 성공한 앱으로 평가받는다. 4월 말 기준 주문액은 900억원을 넘어섰고, 가입자수도 42만명, 가맹점은 14만개에 달한다. 지난해 말 시작한 택시 호출 서비스는 배달 기능보다 더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잘 나가는 사업에 더 힘을 싣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분과 대형업체와 맞서겠다는 노력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플랫폼의 몸집을 키운다고, 또 공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한들 생존력이 더 강해질까. 사업 운영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공공앱은 우월한 기술력과 효율을 지닌 기업의 서비스를 따라가기 어렵다. 사활을 걸고 기업활동을 하는 민간업체와 동력부터 다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대 배달앱은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홍보 마케팅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쓴다.

    반면, 공공앱은 제한적인 예산으로 운용해야 한다. 게다가 공공의 목적이라 해도 계속 빠져나가는 비용을 무시할 순 없다. 만들 때부터, 한 번 시작하면 논에 물 대듯 계속해서 돈이 들어간다. 쓸때마다 시의회, 도의회 눈치도 봐야 하고, 시민의 감시도 받는다.

     

     

    강원도형 배달앱 ‘일단시켜’도 최근 할인쿠폰 공세를 펼치면서 민간업체에 맞서고 있다. 배달앱 경쟁이 심화하자 도내 시·군들은 너도나도 예산을 투입해 누적거래액 높이기에 사활을 걸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시민에게서 걷은 세금이다.

    이처럼 세금이 ‘주 수입원’인 공공앱의 물량공세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기약 없이 세금을 쏟아붓기는 부담이다. 서울이나 대구, 강원도 등 공공앱을 키우는 지자체가 언제까지 비용을 감당해낼지도 의문이다. 잘 나간다는 대구로의 적자액은 2026년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금 지원으로 유지되는 공공배달앱의 생존이 불투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재정이 부담된 몇몇 지자체는 배달앱 서비스를 종료했다. 거제시의 ‘배달올거제’ 천안의 ‘배달이지’ 경남 진주와 통영의 ‘띵동’은 일찌감치 사라졌고, 대전의 ‘휘파람’도 존폐의 기로에 섰다. 저조한 성과와 지역화폐 예산 축소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세금만으로 유지하기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공배달앱이 등장한 배경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목적이었다. 필요성은 십분 인정한다 해도 코로나19가 종료된 이후까지 세금을 쓰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업체 간 출혈경쟁이 일어난 곳에 세금을 들여 정면으로 승부하겠다는 도전 역시 무모하기 그지없다.

    소상공인 보호가 명분이라면, 근본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곳에 재원을 쏟는 게 맞는다.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지역화폐 예산이 줄었듯, 지역화폐를 무기로 수수료를 낮췄던 공공앱은 이제 스스로 퇴장해야 한다. 공공의 역할은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끝났다.

    무엇보다 세금에서 나오는 예산은 공정하게, 보편적으로 쓰여야 한다. 강원도 인구 153만명, 경제활동 인구 78만명이 일단시켜 가입자 10만명을 위해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 내 세금 들여 남 배달료 대주는 꼴이다.

    공공앱의 목적이었던 민간 배달앱의 독점이나 과도한 수수료의 폐해를 막으려면 경쟁 업체가 나타나 원가 경쟁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게 자본주의 원리다. 민간업체와 맞설 게 아니라 배달업체에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요구해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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