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뿔났다⋯'나쁜 집주인 신상 공개' 사이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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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사기에 뿔났다⋯'나쁜 집주인 신상 공개' 사이트 등장

    홈페이지 운영자, 공익 목적으로 임대인 7명 신상 공개
    임대인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 포함
    사적제재 논란 및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 입력 2023.04.28 00:01
    • 수정 2023.04.30 00:02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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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을 공개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 갈무리)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을 공개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 갈무리)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나쁜 집주인’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사이트엔 27일 기준 임대인 7명의 사진,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적혀 있다. 여기에는 주택 1000여채를 보유하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 김모씨도 포함됐다. 사이트에서는 전세사기 관련 기사, 전세사기를 피하는 방법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10월 추가 전세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한 개인이 만들었다. 운영자는 이메일로 악성 임대인에 대한 서류 등을 제보받아 검토한 후 해당 임대인에게 신상공개 사실을 통보하고, 2주 뒤 홈페이지에 개인정보를 게시한다.  

    운영진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고 계약 당일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신탁 부동산임을 속이는 등 방법으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세 사기꾼이 주변에 너무 많다”며 “세입자가 평생 피땀 흘려 번 돈을 갈취하고도 벌금형 정도의 가벼운 처벌로 죗값을 치르고 갈취한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나쁜 집주인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대체로 이 사이트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춘천서도 다세대주택 16가구가 약 6억5000만원의 전세 피해를 입는 등 관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춘천시민 강모(26)씨는 “학생 때 전세를 구한 적이 있어서 이번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며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증금 미지급 임대인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은 게재된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신상정보를 게시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익 목적으로 신상을 공개했음에도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도 존재한다. 배드파더스 대표 구본창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구씨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선 벌금 100만원에 형 선고유예를 받았다. 그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익 목적이라 하더라도 인터넷에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명에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강대규 변호사는 “나쁜 집주인 사이트의 경우 공연성과 특정성을 갖추었으므로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이트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인적정보 공개를 통한 민간제재는 또 다른 법적 분쟁을 발생시킬 수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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