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도시의 생산성과 회복성
  • 스크롤 이동 상태바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도시의 생산성과 회복성

    • 입력 2023.05.01 00:00
    • 수정 2023.05.01 12:40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도시 인구 비중이 10% 늘어날 때마다 해당 국가의 1인당 생산성은 30% 향상된다.”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자신의 저서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를 통해 주장한 내용이다. 재능과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생산성을 높이는 곳이 도시라는 의미다. 그는 “번영을 만드는 생산성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활동으로 연계돼 있는지를 뜻하는 도시의 ‘밀도’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갑자기 닥쳐온 감염병은 숨 쉬듯 당연했던 이웃과의 관계, 도시와 국가 간의 협력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오가며 서로의 안부를 챙기던 이웃은 마스크 속에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감염원으로 변했다. 쉽게 드나들던 지구촌 국경은 순식간에 닫혔고 인접 도시를 방문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봉쇄와 격리는 일상이 되었다. 생산성을 위해 도시의 밀도를 높이고자 했으나 이젠 느슨하게 만들 새 정책이 필요해진 것이다.

    기존 도시는 효율과 경쟁을 따르는 고밀도 생산 공동체였다. 팬데믹 이후 도시는 적정과 적응에 기반한 저밀도 회복성 공동체로 전환을 요구받는다. 회복성(resilience)은 위기와 변화를 다루는 개체의 유기적 역량을 말한다. 잘려도 다시 자라는 도마뱀의 꼬리처럼 축복받은 자연 회복성도 있지만, 재난과 위기 앞에 놓인 도시 회복성은 특별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많은 도시가 회복성 전략을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잘 만든 계획서만으론 회복성이 작동하지 않는다. 감염병 같은 재난은 예측이 어렵고 우리가 마주한 변화는 복합적이고 연속적이기 때문이다. 회복성은 도시를 구성하는 개인, 공동체, 기업, 제도가 공동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와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회복성을 만드는 태도는 위기와 변화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마주한 문제들은 신이 내린 천형이나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소리치고 마구 날뛰는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 자율적 존재이기에, 우리의 결정에 따라 미래의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낙관주의가 회복성을 만든다.

    회복성을 만드는 과정은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거의 모든 사회적 위기는 생산성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면서 발생한다. 생태계, 다양성, 상호의존성, 순환경제, 공동행동 등 회복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원리와 개념들은 대자연으로부터 빌릴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춘천의 회복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논의를 시작할 때다.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도시의 규모와 밀도는 어느 정도인가, 다양성과 고유성이 자원이 되는 지속 가능한 도시 산업과 문화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최대한 많은 시민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면서 행정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모델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같이 찾으면서 회복성 도시 춘천의 태도와 과정이 만들어진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도시의 승리’를 장담하던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2022년 <도시의 생존(Survival of the city)>이라는 새로운 책에서 “도시의 승리와 성공은 영원하지 않다”고 고백했다. 새로운 번영을 위한 도시의 조건을 고민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