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감언이설] 인구를 늘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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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의 감언이설] 인구를 늘리는 법

    • 입력 2023.04.27 00:00
    • 수정 2023.04.27 08:32
    • 기자명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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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문화 기획자로서 강원도와 인연을 맺고, 5년째 서울과 춘천을 출퇴근하고 있다. 버스와 열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3~4시간은 되지만,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집은 서울이지만, 춘천에 관련된 일을 하기에 중심 공간은 이곳이다. 주로 사무실에 처박혀 있으니 지역의 생생한 이슈를 제대로 접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다양한 뉴스와 콘텐츠를 통해 나름 춘천이라는 공간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춘천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아마도 ‘30만명’이 아닐까 싶다. 현재 29만명을 넘어선 춘천 인구를 30만명 이상까지 끌어올리자는 캠페인이다. 이건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례시로 지정되어 지금보다 훨씬 큰 자치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춘천시는 15개의 중점 과제와 34개의 실천 과제를 설정했다.

    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출자보다 전입자가 많으면 된다. 말장난 같지만, 이게 핵심이다. 여러 이유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거주지를 옮긴다. 일자리든, 문화적 풍요든, 합리적인 주택 가격이든, 훌륭한 교육 시설이든, 두터운 복지 정책이든, 지자체의 유인 요소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맞춰보고 이주를 결정한다. 인구 증가에서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그런 이유다.

    하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현실적으론 괜찮은 일자리를 따라 이동할지 몰라도, 나 같은 외부자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방성’이다. 지난 5년 동안 춘천과 강원도 각지를 다니며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출신’에 대한 것이었다. 춘천에서 태어났는지, 학교는 어디를 나왔는지, 강원도에 연고는 있는지⋯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여겼지만, 질문이 반복될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데, 내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서 공부를 한 것이 이렇게 중요한 걸까. 지연이나 학연으로 형성된 이너 서클들을 목격하게 되면서, 나의 좌절감은 조금 더 커졌다.

    어느 지역의 인구가 늘기 위해선, 장벽을 거둬야 한다. 이번 춘천시의 과제 중엔 유독 청년 인구 유입을 위한 정책들이 눈에 띄는 데 그 성공을 위해선 더욱 그렇다. 개방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출신이나 계급과 무관하게 노력과 능력으로 공정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것은 효율성과 합리성을 우선시하는 공동체의 합의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집단적 가치보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중심의 사회적 구성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라이프 스타일은, 중장년층이 삶의 척도로 삼았던 성과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꽉 막힌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굳이 견디기보다는, 열려 있는 삶 속에서 세상과 평등하게 교감하기를 원한다. 

    급격한 출산율 감소로 대한민국은 인구 대위기를 겪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 낳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살 만한 사회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 판단의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사회의 폐쇄성과 거기서 파생되는 불합리성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춘천시가 30만명을 목표로 한다면, 감히 권한다. 좀 더 유연하고 열려 있기를. 그래야 이곳을 나가는 사람은 줄어들고 들어오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김형석 필진 소개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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