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석 화백은 시사만화가 데뷔 이후 만여점이 넘는 작품을 그려왔다.
세상에 선보인 만화만 해도 7000~8000여개에 달하고 일러스트 작품도 2000점 넘게 작업했다. 그럼에도 이번 기획전은 그에게 온통 새로움을 안겨준 도전이었다.
그는 이번 작품이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사회 현상이나 이슈를 꼬집는 시사만화 외에도 다양한 일러스트 작품을 작업했지만, 주제와 대상이 정해진 작업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인물을 주제로 하는 작업은 다른 작가들에게도 흔한 경험은 아니다.
유 화백은 “선을 갖고 하는 예술인 만화로 마임의 율동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연재했던 만화 중에 ‘공수래’ 시리즈가 있었는데 특히 유 마이미스트의 작품 ‘빈손’과 비어 있다는 의미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흥미를 갖고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은 점점 확장돼 가로 7m 길이의 초대형 작품이 탄생했다. 완성된 두 개로 ‘내가 가면 그게 길이지, 뭐’는 유 마이미스트의 인생을, ‘빈손’은 유 마이미스트의 동명 작품을 주제로 했다. 예측할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인간 유진규’와 그의 대표작이 만화로 새롭게 탄생했다.
유 화백은 이번 기획전을 통해 퍼포먼스 아티스트로도 처음 데뷔하게 됐다.
기획전의 모든 여정을 정리하는 ‘유형과 유형-숨’ 퍼포먼스를 통해서다. 퍼포먼스는 유 화백의 붓끝에서 시작해 다시 그의 붓끝에서 마무리된다.
10분여 동안 마임 퍼포먼스를 펼친 유 마이미스트의 숨결은 한지 한 장을 두고 유 화백을 마주한다. 유 화백은 그의 숨과 움직임을 포획하듯 붓으로 그려냈다.
기획전 주제인 ‘유형’과 같은 성을 가진 두 아티스트의 이름에서 딴 ‘유’ 형(兄)의 첫 글자인 ‘유’를 형상화한 인물을 그리고 그 위에 옷을 입히듯 덧칠하는 과정을 통해 ‘삶’을 표현했다. 두 아티스트가 완성된 작품을 함께 흔드는 것으로 퍼포먼스는 마무리된다.
유 화백은 이번 작업 경험을 ‘감동’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했다. 그는 “특정 인물을 놓고 작업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겼다”며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작품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감동이었다”고 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