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로컬 브랜딩'으로 춘천을 살립시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로컬 브랜딩'으로 춘천을 살립시다

    • 입력 2023.04.17 00:00
    • 수정 2023.04.17 08:55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이름이 중요한 건 사람만이 아니다. 자식 이름만큼 신중히 고민하는 게 가게 상호다. 2018년에 발표된 「치과의원 상호명의 시대적 변화」라는 논문 결과가 흥미롭다. 1946년부터 2016년까지 70년간 인허가를 받은 치과 2만1686개의 상호 가운데 가장 많이 들어간 단어는 ‘서울’이었다. 춘천사랑상품권 가맹점을 검색해 보니 우리 도시 춘천에도 ‘서울’이 들어간 치과 간판이 최소 6개는 걸려 있었다. 치과뿐만 아니다. 춘천의 떡집, 농약사, 수선집, 해장국집 이름에도 서울이 들어간다.

    춘천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어딜 가도 ‘서울상회’가 있다. 우리에게 서울은 풍요롭고 편리한 지역이며 새로운 기회가 많은,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일까? 어쩌면 지방소멸은 이미 간판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지방 대신 지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사람들도 있다. ‘지방’은 서울을 중심으로 놓고 그 외 지역을 변방으로 보는 차별적 시선이 담겨 있으니 수평적이고 중립적인 ‘지역’으로 바꿔 써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다음으로 많이 쓰인 치과 상호가 ‘중앙’인 걸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국내 총인구의 52%, 대기업 본사와 주요 대학의 80%를 서울권이 독식하는 현실이 글자 한 자 바꾼다고 달라질 리 없다.

    언제부터인가 ‘로컬’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미국 말인 ‘Local’을 우리말로 바꿔도 무방하겠지만 굳이 외래어를 고집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담으려 하기 때문이다. 중심과 변방이던, 수평적 개념이던 지방과 지역은 결국 행정관할권으로 선을 그은 공간적 개념이다. 로컬이란 단어가 지방, 지역과 다른 이유는 그곳이 가진 환경과 태도, 정서 같은 고유한 ‘방식’이 담기기 때문이다.

    최근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와 지자체들이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정책사업으로 로컬 브랜딩을 강조하고 있다. 로컬 브랜딩은 그 지역만의 고유한 방식을 기반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지역의 매력을 높이는 과정과 결과를 뜻한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호기심과 방문 욕구를 끌어내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자부심과 애착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시간과 공간이 거의 동시에 구성되는 현대 라이프 스타일은 획일적이다. 미디어가 만든 유행은 잠깐 새로움을 보여주지만 이내 다시 똑같아진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로컬은 자신만의 이유와 여유로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 곳이다. 뉴욕의 라이프 스타일은 뉴요커(New Yorker)를 만들었고, 베를린의 방식을 찾은 사람은 베를리너(Berliner)가 됐으며 파리의 감각을 보여주는 이들은 파리지앵(Parisian)이라고 불린다. 춘처너(Chuncheoner)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춘천처럼 작은 도시가 서울의 규모와 크기만을 좇아선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바꾸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과 방식, 새로운 기술을 우리가 사는 로컬과 강하게 연결할 때 고유함과 새로움을 만들 수 있다. 작은 도시에서 시작한 실험이 큰 성과를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독창적이지만 대중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실패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며 춘천의 방식을 만들고 있다. 우리의 방식이 분명해질 때 작은 도시도 더 큰 세상과 이어지는 브랜드가 된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