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경의 교육시선] 대학 졸업장의 가치와 대학의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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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의 교육시선] 대학 졸업장의 가치와 대학의 존재 이유

    • 입력 2023.04.12 00:00
    • 수정 2023.06.13 10:21
    • 기자명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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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시카고대학교 여론연구센터가 실시한 미국 성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4년제 대학을 나오는 것이 평생 좋은 직업을 갖고 높은 소득을 올리는 데 비용만큼 효용이 있다’에 동의한 응답자 비율은 42%에 불과했다.

    반면 ‘빚만 떠안고 쓸모 있는 직업교육도 받지 못한 채 졸업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은 가치가 없다’에 동의한 응답자는 56%에 달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2021년 발표한 코로나 1년 고등교육 실태 보고서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대학교육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처럼 코로나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는 대학 졸업장의 가치와 대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아지고 대학 졸업생의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과연 대학이 비용에 합당하는 양질의 교육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 직후 대면강의가 비대면강의로 전환되면서 대학교육의 가치를 학생-교수, 학생-학생 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보다는 대학 졸업장의 취업 효과에서 찾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성인 대상 조사에서 18~34세 젊은 층에서는 10명 중 6명(63%)이 대학 졸업장의 가치에 부정적으로 응답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의 성패는 이전보다도 더 ‘학생 중심의 교육’, 즉 학생이 원하는 방식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주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가에 달려있다. 대학은 졸업생이 나가는 취업시장의 변화 요구에 적극 대응해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개편하고, 대학교수는 기술친화적인 교육방법을 수업에 폭넓게 활용해야 한다. 또한 학과·단과대학·대학교 중심의 칸막이를 해체하고 융합과 연합 기반의 학사구조를 통해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해줘야 한다.

    코로나 이전인 2015년부터 핀란드의 교육문화부(우리나라 교육부)는 전국 ‘학생 피드백’ 결과를 토대로 대학 기본경비의 3%를 배분하고 있다. “내가 교육을 통해 개발한 역량이 나의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나의 교육은 정해진 목표를 달성했다” 등과 같은 13개 문항의 학생 대상 조사 결과가 바로 대학별 재정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속시킨 학생중심의 교육은 ‘대학’의 역할과 경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대학교육에 디지털 기술의 활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차세대 학습환경 개발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개별화되고 보다 유연한 교육이 가능해졌다. 대학은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도 학습과 연구를 제공할 수 있는 유연성과 적응력을 보여줬다. 또한 교육뿐만 아니라 의료, 보건, 공공안전,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대학교육이 개인의 직업이나 소득에 미치는 영향 못지않게 시민사회의 성숙이나 국가 경제의 발전에 주는 영향이 크다는 것도 알게 됐다. 특히 텅 빈 캠퍼스로 인해 지역사회 역시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겪으면서, 대학이 소비의 주체로서, 지역 활력의 원천으로서 지역사회 발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도 알게 됐다.

    대학의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력이나 기여도, 예컨대 산학협력 실적, 지역기업 취업률, 지역정주 인재수, 대학구성원의 연평균 지역소비액 등도 교육성과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따라서 지방정부도 지역의 대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상생발전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 남수경 필진 소개
    -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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